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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가끔 이런 날도 괜찮은 것 같다.

by 일본의 케이 2019.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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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월급날이면 늘 해왔던 외식이 지난주

오사카에 다녀오느라 하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서로가 한달간 수고했다는 격려와 또 열심히

 살자는 의미에서 우린 월급날이면

꼭 잊지 않고 서로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결혼초부터 했왔던 행사여서인지 이날만큼은

아낌없이 칭찬하고 조금은 과하다싶을만큼

따뜻한 말로 한달간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다. 

건배를 하며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난 우리가 해를 거듭할 수록 더 

행복해지고 있는 것 같애 ]

[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

[ 한일관계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만 지내자 ]

갑자기 한일관계를 왜 꺼내는가 했더니

8월에 들어 홋카이도에 준공계획이였던

호텔 건이 임시 중지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을 찾는 한국관광객이 줄면서 새 호텔건축에

차질이 생겨서 상황을 주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 당신한테도 영향이 가네...]

[ 관광업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 모든 사업에 

타격이 오고 있다고 봐야지..]  


서로가 지금의 한일관계에 놓인 상황에 할 말은

태산 같지만 우린 여기서 멈추고 화제를 바꿨다.

닭날개를 뜯으면서 한국 통닭과 뭐가 다른지

나름 분석을 하기 시작하더니만 나한테 물었다.

[ 당신은 뭐가 좋아? 양념이랑 후라이드? 

나는 양념치킨이야, 후라이드보다

양념치킨이 훨씬 맛있다고 생각해 ]

[ 나는 후라이드가 좋던데 바삭바삭하고 ]

[ 후라이드는 금방 질려, 양념은 나중에 먹어도

맛이 안 변하고 그대로잖아,

촉촉해진 양념통닭은 맥주에도 소주에도

잘 어울려서 일석이조야 ]

그걸 일석이조라고 해야하는지 약간 의문였지만

양념만큼 괜찮은 건 간장마늘 치킨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린 다음달엔 코리아타운에 새로 생긴

 000치킨집에 가보자고 약속을 했고

요즘 즐겨보는 한국 프로에 관한 얘길 했다.

특히 깨달음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는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인데 그 곳에서

나오는 레스토랑이나 호텔, 그리고 관광지를

보는 걸 좋아한다. 자신이 가 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도 볼 수 있고 한식 이외에도 출연자들이 

즐기는 다양한 식사, 간식, 좋아하는 음료들도 

놓치지 않고 눈여겨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10월에 한국에 가면 종로3가는 

하루만 둘러보고 홍대를 알아보고 싶단다.

[ 그래, 지난번처럼 당신이 가고 싶은곳,

먹고 싶은 것, 체험하고 싶은 것도 다 해 봐 ]

[ 그럼 오늘 가라오케 갈까? ]

[ 오늘?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

[ 연습하고 싶은 곡이 생겨서 그래 ]

남은 와인을 비우고 우리는 깨달음이 지정한

노래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 바로 또 와인을 주문하고 

깨달음이 번호를 입력한 곡은

[ 아모르 파티 ]였다.

미스트롯에서 알게 된 이 노래를 꼭

마스터해서 다음에 한국에서 피로할 날이

있을지 모르니까 미리 준비하고 싶단다.


하지만, 한글을 따라 읽는데 바빠서 박자가 

맞지 않고 생각보다 템포의 강약이 있는데

김연자의 춤과 마이크 공중띄우기?까지

따라서 하느라 음정이 불안했다.

[ 춤은 일단 접어두고 일단 박자와

가사를 제대로 읽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애]

[ 아니야, 마이크 떨어트리기를 해야지

이 노래의 매력이야 ]

그래서 내가 같이 한 번 불렀는데도 

역시나 한글 빨리 읽기가 벅찼다.


또 불러 봐도 별다른 발전이 없자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눈을 크게 떠고서는 또박 또박 

한글을 읽어가는 연습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쉬어가는 곡으로 [ 양화대교]를 선택했는데

양화대교는 자주 부른 덕분에 

 박자와 음정이 안정적이였다. 

다음 곡으로 강남스타일,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두곡을 부르고 나서 내게 송가인 노래를

불러 보란다. 송가인을 아무리 입력해 봐도

 전혀 나오지 않았고 [ 한 많은 대동강]은

 손인호 선생님곡뿐이였다. 

[ 일본 노래방에는 안 들어왔나 봐 ]

[ 그래? 이 노래방이 그래도 최신식인데 

아직 안 들어왔어? ]

[응.없어,,]


잠시 자리에 앉아 와인을 천천히 마시더니

뭔가 결심한 듯 30분 연장신청했고

[ 아모르 파티]를 예약곡으로 10번 넣었다.

꼭 마스터 하고 말거라며 조명을 켰다가 끄다가를

반복하고 와인으로 목을 축여가며 불렀지만

 부를 수록 술이 취해 점점 혀가 꼬였다.

하지만 부르고자 하는 열정과

의욕으로 1시간30분을 전부 불태웠다.


그렇게 혼신을 다해 노래 연습을 마친 깨달음은

저 세상의 텐션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뭐가 그리도 

흥겨운지 이상한 춤을 춰가면서 즐거워했다.

[ 그렇게 즐거워? ]

[ 응, 진짜 재밌어~]

까불며 이상한 춤을 추는데 출렁이는 깨달음의 

배가 신경쓰여서 뱃살 좀 집어 넣어라고 했더니

 얼른 숨을 참고 홀쭉하게 만든다. 

셔츠를 빼서 입으면 가릴 수 있을 것을,,,,

실제로 깨달음은 셔츠를 바지에 넣어 입지 않았는데

 지난번 한국에서 본 젊은 청년들의 

옷차림을 보고 센스있고 멋있다며 자기도 

무리를 해가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참 못말리는 깨달음이지만 이렇게 

실컷 먹고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 한달에 하루쯤 있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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