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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고깃집 갈 때 남편이 꼭 챙겨 가는 것

by 일본의 케이 2016.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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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꼭 따야할 자격증은 아니였다.

나이도 있고, 내 머리 회전이 무뎌지고 있음을

느꼈기에 뭔가 젊었을 때처럼

내 자신에게 자극과 긴장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밤늦게 까지 책을 보고 암기를 했었다.

그런 나에게 적당히 하라고, 공부도 즐기면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침대 위에서 책보는 걸

 싫어했던 깨달음.

그래도 왠지모를 불안감에 읽고 외우고 그랬었다.

그 시험결과가 오늘 나왔고, 1차 2차

모두 합격을 했다. 2차 시험이 있던 날,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 것 같아 

 바보같은 내 자신에게 화가나서

 고시장을 나오면서 눈물을 훔쳤더니 

반대편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던 깨달음이

아직도 자신에게 그렇게 욕심이 많냐면서

이젠 그냥 적당히 살아도 되지 않겠냐고 했었다. 

그런데 최종합격 발표가 오늘 나왔고 

생각보다 좋은 점수로 합격을 하고 보니

또 눈물이 났다. 

 깨달음에게 바로 기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보냈더니 [ 오메오메, 잘 됐네]라며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약속 장소에 나간 곳은 이젠 단골이 된 고깃집이였다. 

적당히 주문을 하고 깨달음이 오길 기다렸다.


10분정도 늦게 도착한  깨달음과 건배를 하고

고기를 굽는데 깨달음이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뭔가를 꺼냈는데

기내식에서 받아 온 고추장이였다.

[ ....................... ]


그건 또 언제 챙겼냐고 물었더니 고깃집에

언제 갈 지 모르니까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녔는데

몰랐냐면서 주방 서랍에 모아두었던 것이랑

 여행용으로 사 둔 튜브용 고추장 3개도

자기가 다 먹었단다.

[ ........................... ]

그러면서 자기 종지에만 고추장을 짜 넣길래

나도 좀 주라고 했더니 이것밖에 없으니

나한테는 이 가게에 있는 고추장 먹으란다.

[ .......................... ]

아무말 없이 쳐다봤더니 가방에서

또 하나를 쓰윽 꺼내면서 오는 길에 모자랄 것

 같아서 슈퍼에서 사느라 늦였단다. 

한국 브랜드가 없어서 그냥 사왔는데

맛이 어쩔지 모르니까 나한테 먼저 찍어 먹어보란다.

원래는 가방에 작은 기내용을 2개씩 넣고 다녔는데 

점심 식사때 조금씩 먹다보니까 하나밖에 없었다며

마치 고추장을 물병 가지고 다니고 다니는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깨달음이 웃겼다.


대부분 일본의 고깃집에 가면 웬만한 가게에선 

 일본인 입맛에 맞게 아주 달디 단

고추장을 내 놓거나 아니면 일본 간장과 섞거나 

중국 소스를 섞어 짜거나 향이 나는

고추장이 있곤 한다.

그래서 고깃집을 갈 때마다 한국 고추장을 가지고 

왔어야 한다고 그냥 스치는 말로 했었는데

이렇게 정말 마이고추장을 갖고 다닐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잘 구워진 고기를 곱게 풀어 놓은 고추장양념장에

찍어 매운 맛을 더 느끼고 싶을 땐 고기에  직접 

고추장을 조금 발라서 먹었다.


고기 뿐만 아니라 낮에 직원들과 점심 식사할 때

생선 정식에 나온 맑은 계란국에

고추장을 풀어 먹었더니 얼큰하게 맛있었다며

 소고기 덮밥에도 조금 올려 먹으면 

 고추장 불고기 맛이 났단다.

간식으로 직원이 사 온 후라이드 치킨에도

 발라 먹어 봤더니 양념치친 맛이 나더라면서

이 고추장 하나면 여러맛을 맛 볼 수 있어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단다.

어제 낮에는 참치마요 샌드위치에  발라봤더니

참치 찌개 맛이 났단다.

[ ..................... ] 


그렇게 고기를 다 구워먹고 깨달음은 갈비스프를 

난 냉면을 먹고 있는데

자기에게 딱 한 입만 주라고 해서 조금 덜어 줬더니

김치 그릇에 고추장 넣고 쫄면스타일로 비비더니 

한 입에 넣는다.

참,,,잘 먹어서 보기는 좋은데 뭐든지 저렇게

고추장을 넣으면 맛이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아무말 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면발을 넣고 오물오물 먹던 깨달음이

김치쫄면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렸다.

[ .......................... ]

고추장만 있으면 맛은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만능 조미료라다면서 특히 맛이 애매한 음식에

 확실한 맛을 잡아 주는 건 고추장 뿐이라고 했다.

이런 깨달음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살 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전부터 김치도 묵히면 묵힐 수록

진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된장은 양념하지 않는 막된장에서  

깊은 맛이 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이젠 고추장의 비법까지 모두 파악을 한 것 같으니

하산을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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