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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고령출산을 생각하던 날

by 일본의 케이 201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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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에 가기 위해 먹거리를 챙겼다.

난 쥐포와 물을, 깨달음은 한국과자와 땅콩을

각자 가방에 넣고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일본인 친구 히비끼상이 옥수수를 보내왔다.

막내 딸인 코유리짱의 편지까지 들어 있었다.

 

지난번 보내준 김치가 맛있었다는 내용과

  코유리가 육상부에 들어갔고 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내용이였다.

깨달음이 읽어보고는

자기 얘기는 안 적혔다고, 지난번에 통화할 때는

보고싶다고 했으면서 편지엔 자기 안부도

안 물었다고 좀 서운해했다.

빨리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깨달음의 투정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일단 집을 나섰다.

 

먼저 미션 임파서블을 본 뒤, 상영관을 옮겨

 한국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봐야하기에

시간이 촉박해 마음이 괜시리 바빴다.

이사를 하고 신주쿠에 나갈 때면

영화를 두 편씩 보기로 했다.

핸드폰에 찍힌 예약 번호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전철밖을 내다보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 두 편을 보고  

영화관을 뒤로 했을 때는 저녁 9시를 살짝 넘기고 있었다.

집 근처 인도카레집에 들어가 식사를 할 때였다.

 

오늘 본 두 영화 모두 너무 재밌었다는 얘기를 하다가

깨달음이 갑자기 우리도 여자 아이 한 명 낳아볼까라고

아주 가볍게 입을 열었다.

[ ......................... ]

뭔 소리냐고, 우리 나이에 웬 아이냐고

갑자기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이상하게 요즘 딸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단다.

 

오늘 영화 주인공인 이레양을 보니까

정말 딸 갖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고

사랑짱을 봐도 역시 부모를, 특히 아빠를

생각하고 위하는 자식은 아들이 아닌 딸임이 확실하다고

그런 딸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니까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보자면서

꼭 여자아이여만 하니까 병원에 가서

성별 구별해서 수정시켜주는 시술을 받으면

여자아이를 임신할 수 있단다.

[ ....................... ]

상당히 구체적으로 말하는 걸 보니까

오늘 영화보면서 문득 생각한 게 아니란 걸 느꼈다. 

(다음에서 퍼 온 사진)

 

그래서 차분히 내 생각과 현실적 문제점에 대해 얘길 했다.

고령임신은 임신중독, 임신성 당뇨, 고혈압, 전치 태반등

각종질환의 발생율이 20대보다 4배가 높고,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40세 이후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커가면서 늙어가는 부모를 컴플렉스로 생각하는

케이스가 많고 부모 역시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힘든게 사실이고

특히 나처럼 고령인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되면

20대 임신에 비해 자연유산율의 빈도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가 되고,

임산부의 연령과 관련이 있는 다운증후군과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장애아를 낳을 확률과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고령출산에 관한 현실들을  얘기했다.

그러자, 깨달음이 당신은 장애쪽 일을 하고 있으니까

행여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잘 키울 것 같단다.

[ .......................... ]

장애를 갖고 안 갖고가 아닌

이 나이에 아이를 낳으면 여러면에서 위험도가 높고

 아이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거라고

위험부담을 갖으며서까지 아이를, 그것도 딸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라고

얘기의 초점을 흐리고 있는 깨달음의 발언에 짜증이 났다.

그런 나를 천천히 쳐다보면서

늦둥이들이 머리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우리처럼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부모가

기르면 바른 아이, 착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단다.

[ .......................... ]

엄마는 40대 중반을 넘고, 아빠는 50대 중반을 넘었는데

아이 입장을 생각한다면 좀 더 냉정히 판단을 하라고

딸바보 같은 발상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좋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매해, 나이를 한 살 , 한 살 더 먹어가면서

솔직히 갈등아닌 갈등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낳는다면 올 해 낳아야 하는데,,,,낳을 거면 한 살이라도

더 어릴적에 낳아야하는데,,,,근데 어떡게 키우지..

잘 키울 자신이 없는데,,,,

성별 관계없이 분명 아이를 낳으면

내 스스로가 그 아이를 피곤하게 할 게 분명했다.

내 소유물처럼, 내 스타일대로,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아이로 키울 게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될, 엄마가 될 

마음자세도 되어 있지 않았기에 더더욱 낳을 자신이

 서지 않았고 그러다가 이렇게 훌쩍 40대 중반을 넘어서버렸다.

 깨달음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우리 부부의 연령적,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이젠 마음을 

완전히 접어야한다.

아이를 보면 마냥 예쁘게만 보이는 건 나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예뻐보이면 늙는다는 증거라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리를 맴돈다.

실은, 나도 아이를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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