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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국제커플도 사는 건 다 똑같다

by 일본의 케이 2016.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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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해... 어차피 오늘 해야 돼...]

[ .......................... ]

[ 날도 좋고, 이번주 아니면 서로 시간 없어...

난 또 세탁기 돌리고 손빨래도 해야하니까

 빨리 움직이세요...옷장에서 여름 와이셔츠도

전부 꺼내야하지 않아?]

 [ .............................]

[ 당신이 그럼  세탁 맡을 거야?

난 이것 끝나면 창문도 닦아야 해 ~]

[ .......................... ]

[ 오늘 안 하면 다음주는 당신 혼자 해야 돼..알아?]

[ .......................... ]

몸을 비틀어 가면서 하기 싫어 몸부림을 치던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자기가 창문 청소할테니까 저녁 메뉴를

 자기가 먹고 싶은 것으로 해달란다. 

알았다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만 [시작]을 한 번 외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침대커버부터

카페트, 옷정리를 해야했다.

거실 청소를 하고 다음은 옷정리..다림질도 하고,,,


 

우린 결혼하고 처음부터 각자의 일은 각자가 알아서 했다.

남편 옷을 계절마다 챙겨준다거나 내가 여자니까 모든

집안 일을 다 맡아 한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서로가 각자의 일들은 당연히 본인들이 하려고 했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왔다.

단, 식사만은 내가 거의 맡아서 하는 편이기에

주방쪽은 내손이 많이 가고 그래서인지

그 외 다림질, 화장실, 욕실 청소는

깨달음이 거의 알아서 한다.

 그리고 상대가 너무 바쁘거나 그럴 땐 서로가 말없이

도와주거나 자청해서 일을 처리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거실 큰 창문 청소를 해야했고

그 청소를 서로가 해주길 은근 바랬는데

깨달음이 하겠다고해서 많이 고마웠다.

 

와이셔츠 다림질도 칼처럼 깃을 세워 깔끔하게 넣어 두고,

 위험해서 대충대충 해왔던 베란다 창도 아주 깨끗이 닦았다.

그렇게 열심히 자기가 맡은 일을 끝낸 깨달음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난, 이불빨래와 옷정리를 마치고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를 하고,,,

그렇게 2시간쯤 지났을 때, 깨달음이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내 방을 빼꼼히 내다보더니

침대를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고

다시 자기방으로 건너가는 깨달음..

자격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나는

공부가 밀리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조바심이 나서

침대 모서리에도 책을 몇 권 쌓아 올려놓았다.

잠들기 전까지 봐야 마음이 편해지는

이상한 버릇이 생긴지 오래되었다.

아마도 그 널부러진 책들을 보고 정리하라는 뜻으로

한 번 내다보고 간 것일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어두워져 오고,,

깨달음 방에 갔더니 열심히 도면을 치고 있었다.

2주후에 콘페가 있는데 직원들에게만 맡길 수 없어

자기가 손을 대고 있단다.

저녁은 뭐가 좋겠냐고 물었더니

더우니까 냉면이 먹고 싶다는 깨달음.

 

미역초무침, 두부샐러드, 계란말이, 부추전, 냉면을 준비해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한국프로 보고 싶다는 깨달음을 위해

[복면가왕]을 보면서 난 문뜩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이 남자는 한국남자인지 일본남자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생각이 스쳤다.

 

 식사를 마친 뒤, 깨달음은 디저트로 쥐포를 먹으며

[복면가왕]를 끝까지 보고 있었고

난 다시 내 방에 들어가 책을 펼쳤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불러 가봤더니

다 끝났으니 다른 방송 보여달라고 해서

이번엔 [ 판타스틱 듀오]를 틀어주고 잠시 같이 보며

쥐포도 다 먹고, 배도 불러 누워서 뒹글거리며

티브이를 보는 깨달음을 보며 또 생각에 빠졌다.

다른 국제커플들도 다 이렇까.... 

주말이면 이렇게 집에서 우리들과 비슷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

 다른 커플들도 별반 차이는 없겠지만

 아메리카나 유럽쪽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우린 특히나 아시아커플이여서 문화적인 느낌이

비슷한 것도 있지만, 워낙에 한국적인 성향이 짙은

깨달음 덕분에 난 가끔 이곳이 어딘지, 내가 누구랑

사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른 국제커플들도 알고보면 다들 이렇게

우리와 같은 일상들을 보내겠지....

어디서, 누구와 살던, 사람 사는 건 

모두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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