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귀국을 권할 수밖에 없는 나

by 일본의 케이 2015. 2. 4.
728x90
728x170

 

후배와의 약속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어 한국 슈퍼에 들렀다.

조미료를 사려했던 건 아닌데 깨달음이 조미료의 이름이 재밌다고 들고 한참을 쳐다봤다.

뒷면에 적힌 제품의 원료등을 천천히 읽어보다

[다시다] [다시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웃기단다.

 

늘 그렇듯 이곳에 오면 혼자서 열심히 장을 보는 깨달음.

일본어 표기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내 설명이나 번역이 필요치 않다.

신라면를 바구니에 넣고, 과자를 넣었다 뺐다 몇 번 하더니만

 결국엔 하나도 사지 않고 나오길래 왜 안 사냐고 물었더니

이달 말에 한국 가면 그 때 이것저것 왕창 사올 거라고 그래서 참았단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눈치를 보며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건

김밥, 지지미, 양념통닭 3종세트메뉴였다.

 오늘 후배랑 만나는 곳이 닭집이 아니였으면 샀을 거라며 슈퍼를 나왔다. 

 

후배를 만난 곳은 신짱이라는 통닭집.

깨달음은 양념통닭을 후배는 후라이드를 좋아해서 이 가게는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고마운 가게이다.

 

난 콜라가 마시고 싶었지만 깨달음이 내 주문은 못들은 척하고

막걸리를 시켜서 자기가 맘대로 배분해 주었다.

오늘 이렇게 후배와 만난 것은 후배가 1월달을 끝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반은 자의, 반은 타의에 의해...

회사 그만 둔 걸 축하하는 의미로 일단 건배를 하고,,,

8년동안 후배가 살아온 일본생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들어간 후배.

사회 초년생으로써, 그리고 외국인으로써의 직장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았고

좋은 점보다는 여느 직장인들이 겪는 애환보다

좀 더 우울한 경험들이 많았지만 모두 잘 이겨냈었다.

 

워낙에 긍정마인드의 소유자여서 늘 웃고, 늘 미래지향적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후배가 회사를 관 둔다는 소릴 들은 후부터 

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길 계속 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후배의 8년,,,,뒤돌아보았을 때

이곳에 굳이 남아야할 이유가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였다.

후배 역시도 갈등은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있어 일본에서의 8년이 결코 녹록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했었음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이제 서른에 접어든 그녀의 나이, 한국 경기, 취업등등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의 일본생활보다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쉽게 마음의 결단을 못내리고 있는 듯했다.

 

귀국만이 최선책이 될 수는 없지만

서러움을 당해도 내 나라에서 당하는 게 낫고,

배고픔도 내 나라에서 배고픈 게 더 낫고,

아파도 내 나라에서 아픈 게 더 낫고,

욕을 얻어 먹어도 내 나라사람에게 얻은 먹는 게 낫고,

구박을 당해도 내 나라사람에게  당하는 게 낫다고,,,,,

결국엔 내 나라, 내 가족, 내 형제만이 날 안아 주는 것이라고 

더 이상 슬픈 기억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함을 전했다.

타고나길 큰 그릇으로 타고나서 어떤 불합리적이고 불이익을 당해도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웃고 넘어가는 여유를 보였지만

 그런 여유도 지금까지의 8년이면 족하다고 더 이상 웃으며 이해하고

받아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상처가 깊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난 오늘도 그녀에게 귀국을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깨달음은 후배가 선택할 사항이라고 후배의 인생이니까

 스스로가 결정하게 그냥 지켜 보라고만 한다.

내가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 하는 이유는 충분히 알지만

선택은 그녀에게 있다고, 어떤 선택을 하던 그녀의 운명이고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게 있다고 그러니 그냥 지켜만 보라고,,,

난 이런 소릴 하는 깨달음을 볼 때마다 차갑다기 보다는

 제 3자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는 거리감을 상당히 느낀다.

조언이나 어드바이스 방향성조차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방관자처럼....

깨달음 말처럼 그녀의 인생이기에 선택도 그녀의 몫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짓밟힌 그녀의 프라이드를 이젠 그만 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잃어버린 프라이드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난 계속해서 귀국을 권장할 것같다.

가까이서 보기엔 너무 잔인했고 너무 혹독했기에...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