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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그 누구도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17.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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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지 않고 개원시간보다 10분전에

도착했는데 내 앞에 벌써 일곱명이 기다리고 

계셨고 간호사가 나와서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

토요일은 2시간, 평일은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유명한 곳이기에 

일찍 왔건만 빠른게 아니였다.

그만큼 잘 보신다는 얘길거라 믿고 싶었다.


문진표가 다른 병원에 비해 상세한 점이 

일단 믿음이 갔다.

한달전부터 편도가 부어 낫지 않았다.

나을 듯하다 다시 재발하길 반복해서 이렇게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약 1시간 10분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다.

코를 통해 넣는 내시경으로 

내 목 상태를 확인했다.

[ 원래 성대가 좀 약하시네요..

가족분들도 약하세요? ]

[ 아니,,잘 모르겠는데요..]

[ 특별히 이상 증상은 보이지 않는데

위가 약하신가요? ]

[ 네,,]

[ 위산과다분비증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에게

보여지는 증상이 조금 있지만 성대 자체는

건강하신 편입니다. 편도가 약간 붓긴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네요..]

[ 네,. ]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는 길에 깨달음에게

문자를 보냈다. 붐비는 약국에 앉아 있는데 

괜시리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6월부터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를 갔더니

엑스레이상 이상은 전혀 없다며

 노화의 시작일 거라고 했다.

위 내시경을 했을 때는 위벽이 나이에 의해

얇아져가는 거라고 했다.

산부인과에서는 폐경이 오기 전에

 증상들이 엿보인다고 했다.

내과에서는 몸에서 열이 나고 무기력증 역시 

노화과정의 하나라며 대스럽게 않게 말했다.

노화,,,,,,갱년기,,모든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내게 했던 말들이다.



저녁에 퇴근이 좀 늦은 깨달음이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뭔가를 내밀려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갱년기에 좋다는 이노치의 하하였다.

110년 전부터 여성용 건강보조제로

일본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만큼

효과도 좋다고 했다.

13종의 생약과 비타민류, 칼슘들을 배합하여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체온이 정상적으로

 올라가며 여성호르몬과 자율신경의 균형을 바로 

잡아줌으로써 여성들이 언제나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양제 역할을 한다며

약사에게 들은 얘기를 모두 외웠다며

술술술 내게 얘길 했다.


[ 당신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갱년기에 들어서면 감정변화, 불면증, 불안,

성욕감퇴, 소외감, 두통, 안면홍조, 수면장애, 

우울, 요통, 기억장애, 생식기 통증, 

위축성 질염, 골다공증, 근육통, 

발한, 피로감, 권태감, 관절통 등이 있고

개인에 따라 증상은 천차만별이래..]

[  ............................. ]


[ 고마운데 나 약 안 먹는 거 알면서 왜 사왔어

주치의도 약이 아닌 음식으로 충당하라고

했잖아.,그리고 내가 요즘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효과도 별로 없잖아,

손에 상처 난 것도 예전 같으면

2.3일이면 금새 아물었는데 언젠가부터

꽤 시간이 가야만이 낫더라구,,,,

그런 일련의 몸의 변화들이 날 더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 같애..

그래서도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작은 눈을 깜빡거리며 내 얘길 듣고 있던

깨달음이 입을 연다. 



[ 알아, 당신이 여러가지 음식 챙겨 먹는 거,,

근데, 지난번에 당신이랑 테레비 봤잖아,

호르몬 바렌스를 도와주는 처방을 하는게

제일 빠르다고,,특히 당신은 해외에서 사니까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같은 것도 한 몫을 

했을 거야, 그니까 이렇게 보조제 같은 걸로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애,

약의 효과가 늦는 건,,예전에 당신

치료하면서 너무 독한 약을 써서

웬만한 약들이 반응을 늦게 보이는 거

아닐까?  ]

[ 그럴 수도 있겠지...]

실은 깨달음이 사 온 이 약이 내게는 

잘 맞지 않았다. 아는 언니가 자기가 먹고

효과를 많이 봤다며 내게 일주일 분을 실험 삼아 

먹어보라며 권했는데 체질상 맞지 않았었다.

인삼도 체질에 따라 몸에 맞고 안 맞고 그러듯

이런 보조제나 호르몬 개선제들도 개인차가

심하다는 걸 실감했었다.


깨달음이 확인하듯이 다시 묻는다.

[ 내가 봤을 때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분명 

향수병 같은 게 짙어져서 그런것 같은데? ]

[ 향수병까진 아니고,, ..]

[ 그래서 더 아픈 거 아니야? 

실제로는 별 이상이 없는데

갱년기가 심해지는 건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야,,]

[ 모든 게 갱년기에서 오는 증상이라고 하니까

뭐라 할 말도 없고,,특별히 약도 없고,,

그냥,,그런가보다하고 받아들여야지..

어쩔 수 없잖아,,괜찮아,,특별히 이상이 

있는 곳은 없다고 했어..모든 과에서..

그니까 걱정하지 마..]

[ 당신이 아프면 나도 힘이 없어져,,]

[ 아픈게 아니라 그냥 갱년기를 좀 심하게

치르고 있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해 줘,

그럼 당신도 편할 거야,,]

이렇게 말하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깨달음이 쳐다본다.

아무리 부부라해도 몸이 아픈 건 

혼자 이겨내야한다. 부모 역시도 자식의 아픔은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면 본인만 서러울 뿐이다.

이렇게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어도 어딘가가 아파오는 건

마음이 아픈건지, 정신이 아픈건지..

나도 그 정체를 잘 모르겠다.

 항암치료를 끝낸 후부터

음식이며 먹거리에 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세월에는 장사 없듯이

내 몸을 내 스스로 추스리는데 

시간이 배로 걸리고 있는 현실이

헛헛함을 더 해 준다.

정신적으로 나약해져서도 그러겠지만

이국 땅이라는 게 그 정체없는 아픔의 무게가

  가끔은 버거울 만큼 무겁게 짖누른다.

남들은 부러워할 이 해외생활이 깊어갈 수록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그리움 같은 병색이 짙어만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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