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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그녀에게 찾아온 건 사랑이 아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6.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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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나,,,지금 언니네집 가까이에 있는데...

새해 인사하러 왔어...]

 새해 인사? 그러고 보니 새해 아침,

 카톡이 오긴 왔었는데....집 근처라니...

[ 왠일이야? 근데 지금 어디라고?]

[ 000에 와 있어,,,언니 지금 집이야?

언니한테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왔어...]

그 한마디에 몇가지 생각들이 빠르게 스쳤지만

흔쾌히 나가겠다고 대답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보란티어를 함께 했던 동생 하나씨(가명)다.

 내가 이사하기 전에는 한 달에 2번씩 만났는데

이사한 뒤론 거의 만나질 못했다.

그녀는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이자카야에 있었다.

신년회가 많아서인지 가게 안은

일요일인데도 불과하고 손님들로 가득했고

내가 그녀가 있는 테이블에 들어갔을 때는

웬 낯선 남자가 하나씨 옆에 앉아 있었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아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음식들 얘기들이 오갔고,,

남자분은 일본에 온지 5개월이 되었다고 하셨다.

하나씨는 올해로 일본생활이 6년째다.

어떤 관계냐고 굳이 묻진 않았다.

그가 화장실에 갔을 때 하나씨가

새로 생긴 남친인데 나한테 보여주고

싶었고 상담할 것도 있다고 간단하게 얘길 해줬다.

일본 음식에 관한 얘기들로 시간을 보내다가

남자분이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했고

하나씨가 같이 따라나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스포츠센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사귄지 5개월째고,,

지금은 자기 집에서 같이 산다고,,,

한국에서 사업실패와 함께 이혼을 하고 혼자 여행겸

사업구상을 하러 왔다가 하나씨를 만났고

일본에서 뭔가를 해보려는데 자금이 딸린 것도 있고,,,

지금은 쉬고 있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대학은 어딜 나왔고, 어디 회사를 다녔으며,

00쪽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였고,,,

000검색하면 이 사람 아직도 나온다고,,,

그가 자리를 뜨자 하나씨가 계속해서 말을 했다.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고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어서

[ 결론은 사업자금 대달라고 했지? 그 남자가! ]

바로 핵심을 찔렀더니 역시 눈치가 빠르다면서

벌써 몇 천만원은 사업구상한다고 가져갔고

이번에는 1억정도를 어떻게 구해달라고 했단다.

[ 1억도 없는 남자, 아니 1억도 못 구하는

남자가 무슨 사업을 해!!!정신 나갔어? 지금 ?

 완전 이혼녀 뜯어 먹을 속셈이잖아? 

왜 그걸 몰라? 하나씨,, 바보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리고 1억으로 무슨 사업을 한다고 그래?

[ 교육지,,어린이 학습지 같은 거 한다고 했어....]

[ 하나씨! 돈 한 푼 없이 일본에 와서 재산 좀 있는 이혼녀 꼬셔서

사업이랍시고 돈 뜯고 있는게 뻔한데 그걸 모르겠어? ]

[ 언니,,,알아,,근데,,,나,,, 이 사람이 너무 좋아...]

00 아빠와는 너무 달라,,,진짜 아기자기하고,

  자상하고, 너무 날 잘 챙겨줘...

그래서 나,,,처음으로 행복함을 느꼈어...

알아,,, 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래서 오늘 그냥 언니를 만나고 싶었어...]

[ ...................... ]

우린 자릴 옮겨 다시 얘기 시작했다.

 

하나씨는 아들이 3살 때 이혼을 하고 35살이 되던 해 이곳

일본에 왔다. 모든 재산을 가지고 아이와 단 둘이서

조기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고

일본에서 남은 삶을 정착하고 싶어했다.

친정집이 꽤 부유해서 물러받은 유산도 많았고

늘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를 만나고 싶었던건, 그냥 자기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단다.

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답답한 것도 있었고

그냥 나한테 보여주면 약간씩 흔들리는 자기 마음이나

돈에 관한 것들도 조금은 냉정해 질 수 있을까해서였단다.

하나씨는 주위사람들이 모를거라 말했지만

난 남친이 생겼다는 그리고 약간 문제가 있다는 소릴

협회 직원에게 스치듯 들어었다.

 

 하나씨는 입버릇처럼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 시켜 달라고도 했었다.

깨서방 후배를 한 번 소개해 준 적이 있었는데

아저씨 같다고 싫어했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통화를 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너무 외로운 상태여서 더 그 남자가 빠르게 다가왔겠지만

그건 사랑이라는 탈을 쓴 사기라고 그냥 말해버렸다.

 빈 자리에 오래였던 만큼 절실했고 달달했을 거라는

추측은 가지만 그건 아니라고 아들 00을 생각하라고,

왜 부모, 형제 두고 일본에까지 왔는지,

00을 잘 키우겠다는 욕심뿐이였던

그 때를 다시 상기하라고 다그쳤다.

[ 언니,,알아,,,근데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아니,,누군가가 뒷받침해주면 그 사람이 다시 일어설 것 같애...]

전화를 끊기 전에 하나씨가 했던 마지막 말에 참지 못하고

[ 하나씨, 하나씨가 내 동생 같았으면

 둘 다 때려 죽었을거야 ]라고 했더니

하나씨가 울기 시작했다.

[ ....................... ]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잠이 쉬 오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할까.....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라고 말을 해야하나,,,아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녀에게 찾아온 건 시련이고 시험이다.

제발,,,머릿속을 식힐 수 있게 해줘야겠는데

솔직히 방법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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