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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

by 일본의 케이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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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깨달음이 출근을 하고나서  난

운동복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챙겼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맨션을 나와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과 반대반향인

 공원쪽으로 걸어나갔다. 

이른 아침인 것도 있고 아직은 겨울바람이

차가워서인지 공원은 한산했다.

이렇게 일이 없는 날, 아니 병원 진료가 

잡힌 날이면 난 습관처럼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한다. 되도록 매일 하려고 하지만

스케쥴이라는 게 그렇게 내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아 오늘처럼 병원 진료가 몇 군데 

겹힌 날이면 모든 일을 스톱시킨다.

돈도 명예도 건강없이는 아무 소용없다는 걸

매순간 느끼고 있어서인지 이런 날만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건강한 시간으로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이어폰에서는 CBS레인보우에서 강석우씨가 

진행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흘러나오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들이 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재잘재잘 거린다.

나도 모르게 [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어? ]

라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약 2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느긋하게 샤워를 한 뒤 병원으로 나섰다.

담당의의 추천서를 들고 가서인지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고

난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음은 치과, 너무 오랜만에 오는 치과인데

생각보다 내 치아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10분이상 양치를 한 덕분인지 충치도 없고

뿌리도 튼튼하단다. 친 오빠가 알려 준 

죽염치약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는 거라는

괜한 확신히 섰다.

그리고 다음은 이비인후과로 이동했다.

꽃가루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하면서 내 코가

심하게 반응을 해 다시 진찰을 받아야했다.

본격적인 꽃가루시즌이라기엔 조금 빠른데

 이렇게까지 바로 민감해져가는

 내 몸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어떤 알러지를 갖고 있지

 않았던 나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갑자기 체질이

 변한 건지 알 수 없지만 4년전부터 생긴 

이 꽃가루 알러지는 가족병력에도 없는 나만의

병?인 것 같았다.

면역력 저하, 호르몬 변화, 환경적 원인,

갱년기 등 이유를 찾으려들면 많겠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일본에서 살면서

 생긴 병이라고 말할 때마다 난 그냥

노화에 의한 신체적 변화라고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반문하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주 타당한 구실이 생길 것 같아서

 내가 여기서 살고 있는 동안만큼은

 어리석은 탓을 하고 않고 성실히 만족하며

감사해하며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 담당의는 3개월동안만이라도

녹차를 꾸준히 마시라고 권유했다.

[ 한 두잔 정도는 매일 마시고 있는데요 ]

[ 하루에 10잔정도, 물 대신 마신다

생각하고 마셔보세요 ]

녹차는 항알러지 성분인 카테킨이 함유되어 있어

알레스기성 비염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며

하루에 녹차를 10잔 정도마신 환자는 

알레르기가 50%가람 감소되는 임상실험 결과를

얻었다며 믿고 마셔보라신다.

처방전을 받고 깨달음에게 연락을 했더니

저녁은 고기를 먹자고 해서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 뭐래? ]

[ 응, 점막이 약해져가고 있으니 약 먹으래 ]

[ 지난번하고 같은 약이면 되는 거야? ]

[ 응 ]

처음 꽃가루 알러지가 생기고 병원을 찾았을 때

내 체질에 맞는 약을 못찾고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처방을 달리 했는데 작년에 

이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 내게 잘 맞았다.

[ 다른 말은 없었어? ]

[ 응, 다른 검사는  2주후에 

결과가 나온다니까 기다리면 돼 ]

고기를 구워서 내 접시에 올려주던 깨달음이

체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병이 잘 낫지 않으니까 많이 먹으라며

자기가 나를 지금까지 지켜봤을 때

무엇보다 신경이 예민한 게 모든 병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며 신경을 무디게 하는 

약이 있으면 복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단다.

[ 신경을 무디게 하는 약이야 있겠지..

근데 은근 기분 나쁘네..]


[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조금은 

무던하게, 조금은 덤덤하게 모든 걸 넉넉하고

 여유롭게 지켜보는 그런 느긋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온 신경 세포를 바짝 세운채로 

살아가니까 당신이 힘들다는 거야 ]

[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해? ]

[ 원래라는 건 없어, 자기가 고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거야 ]

[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

[ 나처럼 쓸데없는 말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는 일도

너무 곧이 곧대로 하려고 하니까 

몸이 피곤해서 아픈 거야 ]

 작정한 듯 내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깨달음

얘기를 난 묵묵히 들었다.

[ 눈에 거슬리고, 귀에 거슬려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지나쳐 버리면 아무일도

아닌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신경쓰니까

없는 병도 생기는 거야, 한쪽 눈을 감고, 

한쪽 귀를 막고 살면 편할 거야, 당신이 제일 

잘 하는 입 다물고 곰곰히 생각하는 버릇이 

신경을 더 예민하게 만든 것 같애. 

완벽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고, 남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으려는 욕심도 버려 ] 

[ .......................... ]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고, 최고의 

평가를 받으려고 애썼던 것도 없는데 깨달음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깨달음 말을 빌리면 나라는 사람은 참 융통성없이 

 딱딱한 머리를 소유한 인간이였다.

[ 미리 자신이 정해놓은 행복이라는 조건에

맞는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작은 행복들을

외면하게 되는 거야, 크고, 화려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행복이 아닌 작고 소박한

행복들을 채워나가면

더 큰 기쁨을 맛 볼 수 있어...]

[ ............................... ]

왜 갑자기 행복론으로 얘기가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결론은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하게, 즐기면서 가볍게 사는 게 정신건강, 

육체건강을 돌보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거였다.

[ 나처럼 당신이 맛있는 음식을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고 이렇게

맛난 고기를 먹는 것도 행복,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행복하게 생각하면 돼 ]

[ ............................... ]

행복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초첨을 맞추는 게 아닌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 채

끝도 없는, 답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잡기 위해

바둥거리며 못 벗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젠 버려도 될 것들을, 놔 버려도 될 것들을

붙들고 있느라 몸과 마음이 상한 거라면

깨달음의 조언은 100% 맞는 말이다.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허로움들이 정신건강,

 육체건강에 해를 끼친 거라면 

 비우기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될 것 같다.

나를 아프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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