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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의 다이어트를 위해 먼저 이것부터,,

by 일본의 케이 2017.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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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주거를 옮긴 큰 언니가 소포를 보내왔다.

형부의 일 관계로 제주도에 갔다가 정착을 했다.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아직 적응기간이긴 하지만

제주도 생활이 좋으면서도 빨래가

 꼬들꼬들 마르지 않는 것과

육지와 다르게 물가가 너무 비싸서 

놀랐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 휴일에 맞게 소포가 도착을 했고

오전중에 회사에 다녀왔던 깨달음이

오랜만에 보는 소포를 매우 반가워했다. 


올 봄에 언니가 딴 고사리와 달래,

말린 호박, 장아찌, 애호박, 그리고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했던 

카라향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보냈다. 


얼른 박스채 테이블에 올려놓고 

번개처럼 껍질을 까서 먹어 보더니 엄지 척!

[ 진짜 달다,,왜 이렇게 달고 맛있지?]

[ 나도 처음 먹어보는데 진짜 맛있네]

[ 역시 각 지방의 특산물은 다 이유가 있어,,

진짜 맛있다... 내가 다 먹어도 돼?]

[ 응,,,당신 다 먹어..]

[ 옛날에 제주도 갔을 때 한라봉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건 없었지 않았어?]

[ 품종개량 했겠지.....]

[ 너무 맛있어,ㅎㅎ..근데...있잖아,,

왜 과자가 하나도 안 보이네...]

[ 내가 절대로 보내지 말라고 그랬어,

그렇지 않아도 언니가 슈퍼에서 당신에게

보낼 과자 몽땅 샀다고 그래서 다 빼라고 했어]

[ 왜? ]

마치 천둥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을 똑바로

뜨고 내게 따지듯 묻는다.


[ 지난번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것도

유통기간 넘어가고 있잖아,,다 못 먹고,,

그래서 아깝다고 한꺼번에 몽땅 먹기도 하고

직원들에게도 먹으라고 강요했다며? ]

[ 아껴먹느라고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거잖아

제주도에만 있는 과자도 있었을 건데..

왜 보내지 말라고 그랬어,,]

[ 안돼, 제주도 과자든 어디 과자든 보내지 말랬어]

그랬다.. 언니가 제주도산 과자를 샀다고 했는데

내가 절대로 못 넣게 했다.



[ 그래서 요즘 과자가 없는 거야? ]

[ 지금 있는 것도 충분하잖아,,]

[ 어쩐지 지난번 소포에도 과자가 없었어..

언제부터 과자 못 보내게 한 거야? ]

[ 진작부터! ]

[ 왜 그랬어?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 상의 할 게 뭐가 있어?]

[ 그래도 이웃님은 나한테 보내고 싶은 거잖아]

[ ...................... ]

[ 그래서 과자대신 다른 거 보내주셨잖아,

언니는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

이웃님 소포에는 과자 대신 한국 감기약,

 황태포, 김이 들어있었잖아,

내가 말했어, 아니 부탁을 드린거였어.. 

다양한 과자 보낸다고 그러실길래 과자보다는 

그냥 당신이 평소때 잘 먹는 

반찬거리가 될 것을 보내달라고,,]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깨달음이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


[ 나한테 물어보지..자기 혼자 결정하고,,]

[ 과자보다는 몸에도 좋은 황태포나 김이 

훨씬 나아, 당신도 황태국 맛있다며 엄청 

좋아했으면 왜 그래? ]

[ 황태국도 맛있긴 하지만,,,

아, 그럼 지난주 경미씨(후배)가 보낸 소포에

과자가 하나도 없었던 게 그 이유였어? ]

[ 응, 후배한테는 강하게 말했어...

과자 보내면 다시 돌려 보낼거라고! ]

[ 그래서 책밖에 없었던 거야? ]

[ 책하고 당신 좋아하는 냉면을 많이 보내왔잖아,

올 여름 시원하게 냉면 먹는게 과자보다 

낫다고 내가 생각했거든,, ]

[ 냉면도 먹고 과자도 먹고 싶단 말이야!!!]

[ ......................... ]

완전 초딩처럼 울먹이며 악을 썼다. 

[ 왜 보내준다는데 그걸 말려,나한테 묻지도 않고,

 오메오메...진짜,,,오메오메..

케이,, 미워, 미워, 미워~~]

[ ......................... ]

[미워,미워,미워 ]라는 표현을 할 거라고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이 표현은 지난번 엄마가 외할아버지 제삿날

큰삼촌이 술을 드시고 술주정을 하셨는데 

그걸로 인해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져서

엄마가 헤어지는 길에 큰삼촌을 향해

[ 미워, 미워. 미워]라고 한마디 해줬단다.

핏줄이여서 그러러니 하다가도 미운마음이

불쑥 쏟아오른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에 뱉은

[ 미워,미워,미워~]가 온 가족 사이에 히트를 쳤고

그걸 알게 된 깨달음이 이렇게 적절하게

나한테 사용할 줄이야,,,,,

되돌려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미워해도 어쩔수 없어...

하지만, 더이상 과자는 잊어버려..]



몇 년전부터 깨달음은 다이어트를 실패하고 있다.

아니, 기본적으로 다이어트 하려는 의지가 약해서

과자를 끊지 못한채 먹고 또 먹고

특히, 이웃님들이 일부러 보내주신 것은 

모두 먹어야한다고 아주 맛있게 열심히 

아껴가며 계속해서 먹었다.

나도 그냥 몇 마디만 했을 뿐 

강하게 제지를 하지 않은 덕분에 

깨달음 배가,,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웃님께도 부탁을 드렸다.

과자가 아닌 깨달음이 좋아하는 반찬거리나

김같은 것을 보내주시라고,,,,

깨달음의 서운함 마음은 조금 이해하지만 

내가 가운데에서 조절을 하지 않으면 배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를 것만 같았다.

 카라향을 먹으며 눈을 내려 깔고 나를 한 번 

쳐다보기도하고 들릴듯 말듯 구시렁, 구시렁,,

[ 미워,미워,미워]를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난 모른척하다가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

그런 면이 있어,,좀 고쳐야 돼 ]

[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뭐가 잘 못 된 거야?]

[ 자기사랑하고 자기관리는 전혀 차원이 달라,

자기 자신에게 객관적이고 엄격한 사람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야 돼.

당신은 다이어트 조차도 못하고 있잖아..

반면,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든 모든면에 

경계가 느슨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이 부족해.

항상 핑계나 이유를 대는 특성이 있고

남의 탓, 남을 원망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당신도 자기관리를 좀 더

철저히 했으면 좋겠어!!

특히, 몸 관리는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이기지 못하면 사회생활에서도 금방 표가 나 ]

[ 난 이제껏 싸워서 이겼기 때문에

지금은 편하게 사는 거야,

그니까 과자 먹으면서 여유롭게 지내도 돼!!]

[ ............................. ]

 더 이상 얘길해도 깨달음은 이미 엄청

서운함과 절망에 빠져 있어 

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난 더 이상 과자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 미워,미워,미워]는 내가 정말 깨달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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