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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에겐 이런 계획이 있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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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수조에 생긴 물달팽이, 삿갓조개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대청소를 했었다.

새롭게 초기화를 해야해서 모래며 자갈도

씻고 소독했었다.

아침부터 깨달음이 욕실에서 쓸고 닦고, 

일광욕으로 말리고 해서 정상상태를

만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새로 만들어진 수조에

 생이새우를 100마리 넣고 아주 만족했던 우리.

새우들이 적응하며 지내기 시작하면서 지난주에는

 10마리 정도가 포란을 했고

깨달음과 아침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수조앞

쇼파에 나란히 앉아 하염없이 새우들의 움직임과

포란한 암새우가 알에 공기를 쉴새없이

 넣어주는 알굴리기를 보면서

감탄하곤 했다. 언제쯤 방란을 하련지

궁금해져 검색을 해가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엊그제 밑바닥에 아주 작은 생명체가

 스물스물 움직였고 바로 물달팽이 새끼를

발견했다.


수조를 청소하고 초기화를 시켰기에 없어졌을 거라

믿었는데 또 생겼다는 게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쿠아센터에 물었더니 수풀에 붙어있던

 알들이 부화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수풀을 넣기 전에 약물처리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미 늦은 것 같다 말에

풍선에 바람 빠지듯 몸 속 기운이 빠져 나갔다.

그렇게 정성들여 관리했는데...

[ 깨달음, 어떡하지? ]

[ 달팽이를 발견하면 바로 잡을 수밖에 없지 ]

[ 그 방법으로는 안되니까 초기화 했던 거잖아,,]

[ 센터에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겠네 ]


그렇게 다음날, 퇴근길에 깨달음이 사 온 것은 

 먹이를 넣어두면 달팽이류들이 모여든다는

달팽이잡이였다.

[ 이게 잘 잡힌대? ]

[ 응, 나쁘지 않다고는 하는데 모르겠어, 지금으로는

특별한 방법이 없대, 근데 새우들은 언제 

방란을 한다고 했지? ]

[ 물의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한달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아마 2,3주 후면

치비들을 볼 수 있을 거야 ]

[ 새끼들 빨리 보고 싶다..]

달팽이잡이의 설명서에 따라 먹이를 넣은 후에

조심히 수조에 넣어두었다.

우리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생이새우를

 넣기 전까지 여러종류의 관상용 새우를

 키웠는데  실패를 거듭했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번식도 할 수 있도록 먼저 새우의 생태에

 대해 연구를 해야할 것 같아 매일 매일 민감하게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2년쯤 지났을 무렵, 우리는

애완견을 키워볼까해서 매주 애견샵을 다녔었다.

유기견도 조금은 생각해보았지만 

우리부부가 꼭 키워보고 싶었던 건 일본의 

시바견이였고 그 중에서도 콩처럼 작다는 뜻의

마메시바라는 아주 작게 개량된 시바견이였다.

그런데 귀한만큼 분양가가 상당했었고  

기본 50만엔( 약 한화 5백7십만원 )부터 있었고

우리가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고민했던

녀석은 80만엔까지 했었다.

분양가가 세다보니 할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혈통감정서까지 몇 번 확인시켜주며

분양을 권했지만 발길을 돌렸었다.


마음을 접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분양가도 분양가이지만 

여행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우리가 제대로 

케어를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점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래도 허전한 마음에 난 햄스터라도 키우고

싶어했는데 깨달음이 쥐라며 질색을 하는 바람에

그것도 포기를 하고 열대어를 키우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구피를 키우다보니 나름 우리들의 취향에도

 맞아 어종을 바꿔가며 열대어를 키웠고

 수조를 새로 구입해 해수어로 바꿔 바닷속 생물들도

키우는 재미를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도 이번 새우만큼은 성공적으로

키우고 싶은데 물달팽이라는 불청객들이

신경쓰이게 하고 있다.


버릇처럼 소파에 앉아 멍하니 새우들을 관찰하고 있는데 

문득 깨달음이 물었다.

[ 이번에 새우들이 생각보다 잘 안 되고 

그러면 그냥 수조를 정리할까? ]

[ 왜? 다른 거 키우고 싶어? ]

[ 아니..그건 아닌데..]

뭔가 말꼬리를 흘리는 걸 보니 분명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게 확실했다.

[ 수조 생물들이 질렸어? ]

[ 꼭 그런 건 아닌데 당신 말대로 뭔가 만질 수 있는

동물들이 나을 것 같아서 주말에 한번 나가서

어떤게 좋을지 찾아볼까? ]

[ 햄스터는 싫다며? ]

[ 햄스터 외에도 많잖아,,]


깨달음이 확실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세웠던

 계획들이 머리를 스쳤다.

시바견 분양을 포기하면서 깨달음이 새롭게 가진 

포부는 다음에 한옥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게되면 일본의 사바견과 한국의 진돗개를 암수로 길러

혼혈견을 만들어 한일견으로 특허?를 낸 후,

한일커플들과 한일관계 개선에 노력하시는 분들에게

 분양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게 언제 실현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그 생각을 다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깨달음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실천에 옮기고 싶어하는 그 혼혈견 사업?이

되도록이면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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