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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의 취중진담 속 한국인 아내

by 일본의 케이 2016.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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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1시 50분,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가방을

툭 던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 늦였네..술 많이 먹었어? ]

[ ............................... ]

[ 안 좋은 일로 마셨어? ]

 [ ............................... ]

[  얼른 씻고 자]

[ 아니야,너무 술이 취해서 말이 잘 안 나와,

혀가 꼬여서...]

혀가 꼬였을 뿐만 아니라 다리도

 풀려 흐물흐물 주체를 못하고 있었다.

[ 옷은 갈아 입겠어? ]

[ 응,,]

날 힐끗 쳐다보더니 술취한 자기 사진 찍는다면서

얼른 고개를 숙이며

 아이고,,,피곤해...진짜 피곤하다고

허리를 꾸부정 꼬부린채로 세면대로 향했다.



[ 힘들면 양치만 하고 자,,,]

[ 아니야,,괜찮아,,,]


몸 전체가 흔들흔들, 다리가 휭청휭청,,,

세면대 주변을 물바다를 만들어가며

또 씻고 또 씻고,,,

[ 아까 닦았잖아,,이제 됐어,그만 씻고 얼른 자 ]

와일드하게 세수를 마친 깨달음이

거실로 나와서 벌러덩 널부러더니 입을 연다.


[ 다음주 긴쟈 호텔이 오픈이잖아. 

그래서 관계자들이랑 마지막 검토하고 

업체 사장들이랑 마셨어...

근데 당신이 카톡 보냈잖아, 그걸 보고 사람들이

내가 부럽다고 난리였어 ]

[ 뭐가 부러워? ] 

[ 우리 나이에 남편들에게 관심 갖는 아내가

아직까지 있다는 게 드물다면서 사랑받고 있어서 

좋겠다고 비결이 뭐냐고 묻더라구 ]

[ 그래서 뭐랬어? ]

[ 매일 매일 [ 사랑해요~]라고 자주 말을 하면 

사랑이 넘치게 된다고 얘기해줬지 ]

[ .......................... ]


[ 알았어,, 얼른 자,,,]

[ 근데 다른 한국와이프들도 남편이 늦게 오면

카톡하는 거지? ]

[ 그러겠지. 걱정되서,, 왜 이제부터 하지 말까? ]

[ 아니..이모디콘 입빠이 넣어서 보내 줘.

옆에 앉은 요시다사장이 당신이 보낸 이모디콘 보고

귀엽다고 부러워서 죽을라 그랬거든,

그니까 앞으로도 자주 보내줘. 자랑하게..히히 ]

[ .......................... ]


[ 다들, 외롭게 사는 가 봐,

그래서 우리 부부가 부럽다는 거야 ]

[ 알았어..이제 방에 들어가 잡시다 ]

[ 근데 내가 이 말도 했다. 한국 와이프는

 정도 많고 사랑도 넘쳐나고 눈물도 많은 대신

그만큼 열정도 미움도 애증도 깊어

한 번 잘못하면 반은 죽는다 생각해야 된다고,,]

[ .......................... ]

[ 그게 말이야?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었어?]

[ 아니..너무 부러워하고 당신 한 번 보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상냥함과 애정의 뒷편에 숨은

무서움을 좀 알려줘야 될 것 같아서 얘기했어..]

 [ 그랬더니 뭐래?]

[ 그렇게 무섭냐고? 다들 놀래던데..]

[ 그래서 결론은 한국 와이프는 어떻다는 소리야? ]

[ 음,,남편에게 사랑을 듬뿍 쏟아 부어주니까

 너무너무 행복한데 그 내면에 있는 화를

 자극시키지 않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 뭐가 그리도 무서웠어? ]

[ 음,,,당신 화나면 너무 차갑잖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해,,,

지옥과 천국을 몇 번이나 오갔는데..내가,,,]

[ .......................... ]

취중진담이라고 깨달음은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 놓은 것 같았다

깨달음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내가 모르는 

또 한 명의 내가 살고 있음을 느꼈다.

결혼하고 3년 되던 해에 부부싸움이 잦았다.

서로에게 본의 아니게 주고 받은 상처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노력한다고 해도 많이 사랑한다고 해도

상대에게 준 상처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취중에 하는 소리였지만 깨달음의 아픔과 상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 눈꺼플이 점점 무겁게 감기고 있었다.

손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가면서 반성을 한다. 

깨달음의 상처를 더 따뜻히 어루만져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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