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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편이 처음 차려준 밥상이 따뜻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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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병원식으로 나온 바나나, 우유, 식빵, 

닭스프가 잠에 취해있는 날 깨웠다.

먼저 우유로 목을 축이고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잘 넘어가질 않는다.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있는데 커텐 사이로

간호사가 1박2일의 퇴원절차와  

퇴원후의 행동지침, 주의사항들이 적힌 

서류들을 들고 들어왔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은 깨달음은

정산 서류를 받아들고 퇴원수속을 하러

내려갔고 나는 진찰과 함께 담당의와

이후 스케쥴을 조절했다. 


[ 정산 끝났어?]

[ 응 ]

[ 얼마야? ]

깨달음이 들고 있던 영수증을 곁눈질로 봤다.

[  보험처리해도 좀 비싸네]

[ 아니야, 이 정도면 보통이지.택시는 앞에

 많다고 하니까 걸어갈 수 있어? ]

[ 응,,천천히 걸을게 ] 

집 앞 마트에서 우린 택시에서 내렸고 깨달음이

지하 식품코너에 가 쇼핑을 하는동안

난 휴게실에서 그를 기다렸다 .


낑낑거리며 양손에 뭔가를 가득 들고 오다가

 왼손에 든 드링크제를 보여주며

한국 박0스같은 건데 서비스 2병 준다고해서 

사왔다며 아주 천진한 표정을 지었다.

[ ........................... ]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마를 하고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  집안 일 걱정말고 푹 쉬어 ]

내 방문을 조심히 닫는 깨달음을 향해 

한 시간후에 깨워달라는 부탁을 했다.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먹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눈을 떠보니 해가 뉘엇뉘엇 져가고 있었고 

거실에 나와보니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 뭐 해? ]

[ 저녁 만들고 있어. 당신을 위해..]

[ 뭐 만들려고?]

 소고기, 닭고기, 전복, 바지락을

펼쳐놓고 야채를 썰고 있었다.

[ 뭐 만들어?]

[ 아까 주의사항에 철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라고 적혀 있었잖아, 그래서 내 스타일로

몸에 좋은 걸 만들고 있어,, ]

[ 메뉴가 뭐야? ]

[ 야채 포토후랑 전복죽, 소고기죽 하려고 ]

[ 전복죽 만들어 봤어? ]

[ 아니,,그래도 한 번 해보려고, ]

내가 왔다갔다 여기저기 뚜껑을 열어봤더니

앉을 수 있게 의자를 갖다 두었다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란다.


뒤에 앉아 보고 있는데 전복을 어떻게 할지 몰라 

주물럭 거리고만 있다.

[ 실은,,내가 전복을 먹기만 했지

죽여보질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 .................................. ]

[ 깨끗이 씻어서 이빨을 빼야하고, 

숟가락으로 뜯어내서 내장을 먼저

참기름에 볶아야할거야,,,]

[ 그래? 나는 그냥 통채로 끓일려고 했는데]

[ ................................. ]

[ 참기름에 쌀도 볶고, 전복도 잘라 볶고....,]

내가 뒤에서  레시피를 일러주는대로

깨달음은 열심히 따라했다.


드디어 물을 붓고 나서 묻는다.

[ 근데,, 이 죽이 완성 되려면 30분 이상

 걸릴 것 같은데..배 안 고파?]

[ 솔직히 많이 고파,,]

[ 그럼, 일단 이 야채스프를 먼저 먹을까?]

[ 아니,,]

[ 그럼, 당신 방에 들어가 기다려 ]

정확히 2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내 이름을 불렀다. 

[ 케이씨~~식사하세요~]



바지락찜, 토마토, 김치, 야채스프, 전복죽, 

무생채를 보기 좋게 차려놓고

사진을 먼저 찍으란다.

[ ............................. ]

[ 어? 바지락도 했네,근데 김치 어디서 났어? ]

[ 아까 슈퍼에서 샀지..]

하필 김치가 다 떨어져 입원전에 

내가 무우 생채를 만들어 두는 걸 보고 

 김치도 있어야할 것 같아서 사왔단다.

[ 식단 괜찮지? 사진 잘 나오겠지? ]

[ 응,..근데 은근 자랑하고 싶은 것 같은데? ]

[ 아니야, 전혀,,그런 마음은 없어,

근데 ,전복죽이 아직 조금 딱딱할지 몰라.

그냥,,전복밥이라 생각하고 먹어 줘~]

야채스프는 부드럽고 전복죽은 물이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고소함이 살아있다. 

[ 다음에는 소고기죽이랑 닭죽 써 줄게]

[ 아니야,,오늘 이렇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많이 고맙고, 충분해..]

[ 내 마음이 전달 됐어? ]

[응...많이 느껴져, 고마워,, ]

[ 눈물 나게 감동했지? ]

[ .........응...]

 대답이 짧아서인지 못 믿겠다는 듯이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쳐다봤다.


퇴원후, 생활지침에 약 2주간은 입원때처럼 

일상생활을 자제하라고 했다.

샤워는 괜찮지만, 욕탕에 들어가서는 안 되며

쇼핑을 포함 집안일도 가족들에게 맡기고

누워있어야한다는 당부를 받았다.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도 자궁근육에 

힘이 들어가 상처가 아물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누워서 생활을 하라고 했다. 

택시안에서 주의사항을 함께 읽으며

담당의가 했던 조언들은 무엇이었는지도

 물었던 깨달음이 자기가 다 할테니 걱정말란다.

그래서 혼자 마트에서 재료들을 사가지고 오고 

저녁엔 주방에 들어가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한 것이였다.

김치도 사고, 한국인들이 수술후에 먹는 음식이

 뭔지도 검색을 해서 다양한 죽종류라는 걸

 찾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골라온 것이였다. 

비록 레시피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

수고와 정성, 배려가 함께 조미되어서인지

 매우 만족스러운 맛이였다.

몇 번을 맛있냐고 묻는 깨달음에게 진짜 맛있다고 

답을 하자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었.

전복을 죽이지 못해 쩔쩔매던

깨달음을 보며 이 사람은 참 마음이 

여리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차려준 첫 밥상이 

마냥 따뜻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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