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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한국노래를 연습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6.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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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우린 가라오케를 한 시간씩 다니고 있다.

지난주에 술 한 잔 마신 깨달음이

노래방으로 날 불러서 가 봤더니

혼자서 국적불명의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고

내가 자리에 앉자

한국노래 제목을 모르겠고, 한글 입력도

너무 어려우니까 나에게 이것저것 눌러달라고 했었다.

그렇게 꼬박 한 시간, 깨달음 혼자서 노래를 불렀고

어제는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나에게 먼저 불러보라며 자기가 멋대로 선곡한

곡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불어서인지

매주마다 노래연습을 하냐고 물었더니 

올 해, 한국에 가면 노래 부를 기회가 있을 거니까

미리 대비해서 요즘 유행곡을 마스터 해 두는 게 좋고,

 젊은층도 좋아하는 한국노래 몇 곡정도는

18번으로 정해 두어야지 젊은 언니, 오빠들에게

인기가 있을 거니까 미리 연습해 두는 거란다.

[ ....................... ]

왠 젊은 오빠,언니들??


 

먼저 [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기 시작,,,

들을 때는 쉬웠는데 막상 부르니 어렵다고

2번 연습하고는 그만 불렀다.

다음은,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도

3번 불렀지만 역시 힘들어했다.

어떤 노래든, 후렴부분은 그럭저럭 멜로디를

따라가는데 전반부의 음정 변화가 적은 부분은

많이 헷갈려했다. 그것도 일어로 그대로

읽다보니 발음도 많이 걸렸다.

 

다음 곡은 임 재범의 [너를 위해] 선택했다.

한국프로를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

[ 나는 가수다]를 알게 되었고

그 프로에서 임재범외 김범수, 백지영, 조관우, 이소라,

김 연우, 김 건모 등의 

한국 가수들을 알게 되었다.

깨달음이 요즘 빠짐없이 보는 프로는 대충 이렇다.

[복면가왕] [ 콘서트 7080][불후의 명곡]

[열린 음악회] [국악 한마당] 까지

음악 관련된 프로를 많이 보게 된 영향으로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자기도 부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듯 싶었다.

임 재범씨 노래는 한국남자들도 힘들어하는 노래임을

알고 있지만 꼭 한 번 불러보고 싶다며 과감히 골랐는데

역시 발음이 너무 어렵고 음폭이 높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3번 연습을

반복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유튜브에서 임재범씨

노래를 한 번 또 들어보고,, 부르고,,하지만 역시 힘들어했다.

일단 임재범씨처럼 허스키 보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유의 제 맛이 나질 않았고, 절절함도 없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진 못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마지막 연습 곡으로 택한 건

이 은미의 [애인 있어요]였다.

한 번 불러보고 감이 잡혔는지

쉬지 않고 5번 열창을 했다.

옆에서 음정 잡아 주던 나도 점점 피곤해지고....

 

음정은 많이 정확해 졌는데 끊어서 부를 곳을 몰라

잘 부르다가도 책 읽는 것처럼 읽어 내려가고,,,

그래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부르는 깨달음이

대견해서 동영상을 찍어 동생에게 보냈다.

 

깨달음이 30분 연장하고 싶다고 했지만

다음주에 다시 오자고 약속을 하고 노래방을 빠져 나왔다.

깨달음이 말하는 자기 노래를 선보이고 싶어하는

젊은 언니, 오빠들은 우리 조카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어학당 다니게 되면

선생님들과 주위 젊은 학생들에게 뽑내면서

불러주고 싶어서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 ........................ ]

한국에 언제 갈지 모르지만 미리미리

연습해 두면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될 거라 믿는 깨달음..

연습한 보람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불렀을 때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음은 인정하지만

노래 연습을 하는 목적이 약간 불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한국생활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러모로 내가 모르는 깨달음만의

 [한국생활 즐기는 방법]이 따로

 있는 듯해서 의심스럽기도 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침대에 누워 반은 감긴 눈을 하고는

[ 애인 있어요 ] 영상을 보다가

혹, 은미씨가 일본 공연 오면 자기가

제일 앞에서 이 노래를 같이 열창할거라면서

헛된 꿈을 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주에도 난, 음악선생으로 노래방을 따라 가야할 것이다.

잠이 든 깨달음을 보며 저렇게 해맑은 꿈을 꾸며

이 세상을 밝게 살아가는 아저씨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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