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리 찍어~]
[ 알았어..]
[ 먹어도 돼? ]
[ 당신, 기내식 먹던 것 같던데 배 고팠어? ]
[ 기내식이 아니라 맥주만 마셨지..
지금 점심 시간이 지났어, 배 고파... ]
김포에서 광주로 가는 항공편이 줄어버린 탓에
시간대를 맞출 수 없어 용산역에서
KTX를 타는 방법을 택했다.
유부초밥을 한 입에 넣고 어묵국을 마시면서
바로 샌드위치로 손이 갔다.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쫙 벌리는 걸 보니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였다.
[ 당신은 안 먹어? ] 그제서야 묻는다.
[ 응, 별로 안 먹고 싶어. 당신 혼자 다 먹어,
나는 두유만 마실래 ]
[ 이 오뎅,,,은근 매워...]
[ 그래서 내가 사지 말라고 했잖아.지난번에도
맵다고 안 먹어서..]
[ 나 그 두유 좀 남겨줘.. ]
[ ............................. ]
자기 커피를 두고 내 두유를 달라는 깨달음에게
한모금 마시고 건넸더니 좋단다.
집에 도착했더니 오후를 훌쩍 넘어
4시를 향하고 있었다.
큰 언니와 청소를 하고 있던 엄마가
피곤해 보이는 깨달음에게 오느라 고생했다며
등을 두들겨 주셨다.
아침 6시 30분에 일본집을 나와 엄마집에
도착하기까지 은근 긴 여정이다.
저녁은 큰언니가 예약해 둔 아구찜 집에서
이른 저녁을 했다.
[ 반찬이 너무 맛있어...]
[ 응, 많이 먹어...]
[ 아구가 큼직하고 진짜 신선해~쫄깃하고~]
[ 응,,많이 먹어~ ]
난 아구찜을 좋아하지 않지만 깨달음은
해산물, 아니 뭐든지 잘 먹어서
아구를 쪽쪽 소리내가면서 빨아먹었다.
[ 왜 안 먹어? ]
[ 응,먹고 있어,당신 많이 먹어~]
엄마와 큰 언니는 깨달음이 잘 먹어 보기 좋다고
멀리 촌인 광주까지 오느라 매번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 깨서방, 인자 피곤한께 제사 때는 오지마~]
[ 아니 괜찮아요~,KTX가 의외로 편했어요,
음식도 마음대로 먹고 왔다갔다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
[ 기차를 좋아한갑네.그래도 고생시로와서..]
[ 엄마, 깨서방은 기차 안에서 계란 먹고
맥주 마시고 그런 것을 좋아해서
이제부터 비행기 안 타고 KTX만 탄다고 그랬어]
[ 오메,,,깨서방이 낭만적이네~~]
식사를 마치고 우린 둘이서 마트에 들려
필요한 것들을 사고 깨달음은 과자 코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집에 들어와보니 엄마와 언니가 우리에게 줄
파김치를 담고 있었고, 깨달음은 들어오자마자
약국에서 사 온 박0스를 뜯어
한병씩 드시고 하라며 싱글벙글 나눠주었다.
[ 오메..또 박0스를 샀네..징허게 좋아한갑서..]
[ 응,,일본 집에서도 조금씩 아껴 마셔..]
[ 그럼, 이 한 박스는 가지고 가그라~]
깨달음에게 엄마의 뜻을 전했더니 두박스를 산
이유는 기일날 가족들이 다 모이면 한병씩
마셔야 한다고 깨달음이 손사레를 쳤다.
박0스를 마시고 우리가 김치를 마무리하는
동안 깨달음은 쇼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TV를
보다가 꾸벅꾸벅 졸았고, 그걸 본 우리 셋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정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늘 그렇듯 아침 일찍부터 거실에서
도면을 치는 깨달음.
[ 몇 시에 일어났어? 안 추워? ]
[ 5시 30분, 거실이 이젠 안 추워. 어머님이
보일러 틀어놓으셨나봐, 지난번에 내가 말해서
이젠 24시간 따뜻한 가 봐.. ]
[ 아, 나는 아침 일찍 은행 갈 거니까
당신은 여기 있어.. ]
[ 같이 가면 안돼? ]
[ 지난번처럼 빨리 가자고 재촉하면 안돼?
여러군데 가야 된단 말이야, 알았지?]
[ 응]
내가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깨달음은 길 건너 제과점에서 내놓은 시식빵을
돌고 돌아 두번씩 먹었다.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 당신 배,,생각해가면서 먹어~]
[ 괜찮아,,여긴 한국이니까,,맘껏 먹을 거야,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을 거야,
그니까 뭐라고 하지마~]
[ .................................. ]
집에 들어와 아침상을 푸짐하게 받은 깨달음은
밥은 안 먹고 갈비, 낙지, 생굴로 배를 채웠다.
[ 내가 콩나물을 못 샀는디..미안하네..
깨서방이 콩나물을 좋아한디..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깜빡했네..]
[ 아니에요,,괜찮아요~]
밥 숟가락을 놓고도 깨달음은 돌김을 집어
계속해서 먹었고, 엄마가 깨달음 앞으로
접시를 갖다 주자 맨입으로 야금야금
양쪽에 놓은 두 접시의 돌김을 다 비웠다.
엄마랑 큰언니가 주방에 가길래 또 한마디했다.
[ 배 안 불러? 지금 ,,당신 배,,,좀 나왔거든,,]
[ 아까 말했잖아,3박4일동안 다 먹을거라고,,
한국에 왔으니까 먹어야지, 그럼 언제 먹어?
오늘 저녁은 기일이니까 더 맛있는 거 많이
있을텐데 그걸 어떻게 참아? 냅 둬..먹게..
일본에서는 못 먹잖아,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한국 올 때만 먹는 건데 왜 못 먹게 해? ]
[ 못 먹게 하는 게 아니라,양을 좀 생각하라고..]
[ 일본 돌아가면 다이어트 하니까 괜찮아,
내 몸이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원해..
참기가 힘들어..식욕을 멈출수가 없어.
너무 맛있단 말이야,,,]
[ .......................... ]
내 말을 들으면서도 깨달음은 밥상에 남은
생굴을 쉬지않고 집어 먹었다.
뭐든지 잘 먹어 고마우면서도 자꾸만 허리 둘레가
두꺼워지는 깨달음을 볼 때마다 걱정이다.
한국에 왔으니까 더 느슨하게 먹고 맘껏 즐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번에도 깨달음은 내 충고를 듣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만 오면 참을 수 없는 식욕이 생긴다니...
엄마가 예쁘게 깎아 과일을 내어주자
포크로 찍어서는 나를 향해 씨익 웃는다.
저 배를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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