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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by 일본의 케이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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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3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

후쿠시마현(福島)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도쿄까지 흔들렸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섰던 우린

흔들림이 심해지자 얼른 거실로 뛰어 나가

열대어 수조에 물들이 출렁거리다 밖으로

넘쳐나지 않은지 확인을 하고 생방송 뉴스를

20분 정도 지켜보았다.

동일본 지진 때처럼 상당히 큰 흔들림이어서인지

덜컥 겁이 나 얼른 생존배낭을 밖으로

빼놓고 둘이서 티브이를 집중해서 봤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관동지역 83만 가구에

대규모 정전이 되었고 신칸센과 고속철도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여진이 다시 올 것을 염려해

해안가엔 접근을 하지 말고

물과 식료품, 핸드폰 충전기,  손전등을

미리 체크해서 준비해 두라고 모든 채널들이

긴급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여진이

언제쯤 올 지 예측해보기도 하고,

쓰나미가 왔을 때의 대비책들을 재시 하는

내용들이 많이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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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게 어떤 경우에 피난소로 대피를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주거지가 지진으로 인해 파손되거나

무너질 염려가 있으면 바로 가는 게 낫단다.

우리처럼 맨션에 사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위험하니까 진도가

강해지면 현관문을 열어두면 된단다.

그것보다 걱정되는 건 지금은 코로나로 

방역까지 함께 해야 해서 혹 10년 전처럼 

큰 지진이 또 발생하면 문제가 아주 커질 거라며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렇게 일본의 지진 소식이 전해지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우리 부부의 안부를 묻는다.

도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왠지 겁이 나는지 잊지 않고 물어봐 준다.

어제는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 지진 때문에

불안하지 않냐고 묻길래 

그냥 사는 거라 답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시마네현(島根)에서

대왕 오징어가 산 채로 올라오고

지난주 15일에는 미야케지마 (三宅島)에 대량의

정어리가 해변으로 올라왔는데 이런 현상을

지진의 전조라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고 했다.

[ 곧 큰 지진이 발생한다는 소리야?]

[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지..그래도 그냥 살아 ]

[ 그냥 살아..]라는 내 말 속에 체념이

담겼다며 웃는 친구,,

체념 해야 하는 현실, 특히 자연재해는

순응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아가는 동물이니까

지진이 오면 오는 데로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도 닦는 사람 같다며 또 웃었다.

그렇게 우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며 하루 세끼 먹는 건

부자나 가난뱅이도 같고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할 것 없이

나이를 먹으니 사는 모습들이 

별 반 차이가 없다는 얘길 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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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기였던 이 친구는 나름 잘 나가는 여자였다.

결혼을 하고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늘 푸념을 털어놓았지만 어려운 고비 때마다

잘 헤쳐나갔었다.

[ 케이야, 너 기억나? 내가 연구소 그만두고

한참 힘들어서 삶의 낙을 잃었다고

울고 불고 난리일 때 좌절 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피고, 슬픔의 바닥에서도

희망을 키워야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네가 그랬잖아.

난 아직도 그 말을 떠올리면 힘이 쏟더라 ]

[  그걸 기억하고 있냐?  ]

[ 되게 막막했는데 니 말이 위로가 됐었어.

기를 쓰고 자존심 세우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 소용없더라..]

[ 그니까...]

우린 그 당시 힘들었던 시간으로 돌아가

과거의 인물들을 송환해 조목조목

따지며 수다를 떨다가 그래도

 잘 버텼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니

희망을 가지고 살자며 서로를 위로했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희망고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 네가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려라고도 했어 ]

내 마음이 어느 정도 아파하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가끔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뜻으로 했던 말이었다.

[ 케이야, 우리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늙어가자 ]

[ 그래..]

keijapan.tistory.com/1418

 

일본에 살면 꼭 챙겨 둬야할 것

지난 10월초, 요코하마시(横浜市)의 요코하마역 근처에서 가스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일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우라시(三浦市)에서는 고무타는 냄새가 진동을 해 소방서에만 200여

keijapan.tistory.com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어디든,

무슨 일을 하든,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삶이나

내가 생각하는 다른 이의 삶이나

별 반 다를 게 없고 다만

그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주어진 삶에

맞추어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 같다.

세상엔 정답이 없다는 걸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슬픔에 빠지고 만다.

자꾸 불투명하게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좀 더 평온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을 막연하게나마 

희망에 기대며 사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고, 다음 달은

이번 달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는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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