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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by 일본의 케이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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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시작한

서방님이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보내달라고 했다.

시부모님 통장에 애초에 얼마가 있었는지,

지금껏 지출은 얼마였는지

보험금은 얼마가 나왔는지,

지금 통장에 잔액은 얼마 남았는지 

그 모든 건 일체 알려주지 않은 채

필요한 서류만 보내달라고 했다.

 

깨달음은 그런 일련의 것들을

굳이 묻고 싶지 않아 했다.

나 역시도 관여하지 않았고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돈을 요구했을 때

처음으로 물었다.

시부모님 돈에 대한 지출내역을

알아야지 않겠냐고 그 많던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돈을 주던지 해야한다고 그랬는데

거기에 대한  답은 거의  없었고 

지출내역이 찍힌 통장이라고 

보내왔는데 입출금과 전혀 상관없는

통장만 보내왔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는데 이번에는 돈을 

인출하기 위해서 모든 자식들의 동의가

필요하니 서류만 보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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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49재 때 만나면 한번 얘길

해보라고 했더니 깨달음이 싫다고 했다.

그럼, 오늘 이후로 우리에게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으라고

 했더니 알겠단다.

시부모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젠

돈 얘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데 

아마도 깨달음은 동생이 요구하면

돈을 또 줄 것이다. 

[ 깨달음, 지난번에 우리가 돈 드릴 때도

내가 분명 얘기했지. 왜 돈이 필요한지,

그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

[ 알아,, 무슨 말인지,,]

[ 근데.. 왜 서방님은 이유도 특별히

얘길 안 하고 얼렁뚱땅 넘어가고

무조건 맡겨놓은 사람처럼

돈을 달라고 하냐는 거야 , 그리고

당신은 왜 묻지도 않고 주냐고 ]

[ 필요하니까 주라는 거겠지 ]

[ 그니까, 뭐에 쓸 거냐고 물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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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에 얘기만 나오면

늘 같은 말들이 오간다.

내 가족 일에 배우자가 왈가왈부하는 게

결고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되도록 많은 말은

하지 않았는데 시부모님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인출하려니까 서류를 보내달라는

문자에 참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앞에서는 일본인도 똑같았다

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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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식당을 나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깨달음이 자기 케이크도 먹어보라며 접시를

내밀면서 더 이상 신경 안 쓰이게

하겠다며 미안하단다. 

 [ 깨달음,, 당신 말처럼 이제 두 분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돈이 필요할 일도 없겠지만,,,

만약에, 혹시나, 또 요구를 해오면

그냥 당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나 신경 쓰지 말고. 이제부터 두 형제 일은

내가 상관 안 할게..]

[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여러 유형의 일본인이 있다.

미도리 상은 내 주변의 일본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기가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는 스타일이다. 어느날은 밤 11시가 넘어 전화를 해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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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몸에 배인 것들

딜러는 서류에 필요한 사항들과 기재내용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처음부터 차를 살 계획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이곳에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곳에서도 우린 굳이 차가 필요치 않았다. 교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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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자신이 장남인데 동생이 더 많이

부모님을 돌봤던 게 감사해서인지

 서방님 요구를 아무 말 없이

들어주고 있다. 

돈을 주는 게 깨달음 마음이 편하다면

 줘야지 별 수 있겠냐..

돈,, 그놈의 돈이라는 게 

가족, 형제라는 혈연관계에 놓이면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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