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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의 재난용 배낭을 열어보니

by 일본의 케이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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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월1일은 방재의 날 (防災の日)이였다.

태풍이나 쓰나미 지진등의 재해를 재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마음자세와 재해예방의식을 

높이며 방재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날이다.

우린 이날 재난용 배낭을 주문했다.

주문당시, 인기상품이다보니

배달까지는 3개월이 걸린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일단 주문을 했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 부부가 준비해 둔

비상용 배낭이 하나 있기 때문에

 3개월이 걸린다고 해도 그리 조급하진 않았다.

 배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주문한 까닭은 요즘들어 지진이 잦아져서  

각자 하나씩 챙겨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배낭이 드디어 오늘 도착했다.

세 달 걸릴거라 했는데 

두 달 만에 받아 볼 수 있었다.


품목이 표기된 종이엔 유통기간도 적혀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왼쪽 1인용 배낭이였고

가격은 11,800엔(한화 약 12만원)


내용물은 이러했다.

다기능 라디오라이트, LED램프, 

7년보존용 물500ml 3병

드라이라이스 3봉, 건빵, 에어매트리스, 

간이화장실(휴대용) 3회분

압축물통, 물티슈(목욕용), 호루라기, 

로프, 장갑, 침낭, 시트, 레인코트, 판초, 마스크,

응급세트( 밴드, 손톱깍기, 가위) 건전지가 들어있었다.

이 배낭이면 성인이 3일간 지낼 수있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 최대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깨달음은 물건들을 꼼꼼히 체크를 했고

난 옛 배낭에 있는 것들을 다시 꺼내 정리를 했다.

 이 배낭은 깨달음이 날 위해 준비해 둔 것이였다.


내 배낭 속 내용물도 거의 비슷하지만

호일과 랩, 생리대와 티슈, 

그리고 구약소에서 무료로 나눠 준 

재해대책 방재책자도 함께 넣었두었다. 

이 책 속에는 피난방법의 구체적인 메뉴얼들과

생존에 필요한 기본상식들이 적혀있다.

깨달음은 자기 속옷을 몇 벌 챙기더니

 배낭에 차곡차곡 물건들을 넣었다.


가방을 들쳐메더니 은근 무겁다면서

피난연습도 해야한다며 

왔다갔다 테이블 밑에 숨었다 고층 아파트에선

어떻게 내려가야하는지 흉내를 내며

 속없이 장난을 쳤다.


만에 하나, 둘이 서로 떨어져야할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서 마련한 각자의 재난용 배낭,,

일본 뿐만 아니라 이제 한국에서도

각 집마다 한 두개씩은 준비해 두어야할 시대가 와 버렸다.

지금이야 저렇게 까불며 여유를 부리지만

정작 이 가방을 메야하는 날이 찾아 오면

정말 심각한 상태가 벌여졌을 때일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3,11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두 번다시 겪고 싶지 않은 체험이다.

 이 배낭을 메야할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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