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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백프로 얘기할 순 없었다.

by 일본의 케이 2017.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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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야, 나야, 오랜만이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아~]

[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 응, 나야 뭐 똑같지..]

[ 남편분이랑 애들은? ]

[ 다들 잘 있어. 우리 아들은 군대갔고,

딸은 작년에 취직해서 이제 사람노릇한다~]

[ 벌써 군대 갔구나, 딸은 시집 간다고 그러겠다,

올 해 몇 살이지?]

[ 아직 23살이야,,시집은 어떻게 가~

벌어 둔 돈이 없는데~ 근데 케이야, 

나 지난 주 서점에서 니 책 봤어. .

괜히 내가 두근거린 거있지..

바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리고

  좀 슬펐어, 짠하기도 하고,, ]

[ 뭐가 슬퍼? ]

[ 너 아픈 거,,나 실은 몰랐어..

내가 블로그를 거의 안 봤거든,,

근데 남편이 책 출판 됐다고 알려줘서

그때야 알았어.,우리 남편이 니 블로그

왕 팬이잖아, 미안,,]

뭐가 미안해...그리고 니가 내 친구니까 

괜히 짠한 생각이 들었겠지..]

[ 근데 다행이다,,..정말 힘들었겠더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래도 완치 돼서 얼마나 다행이야,,

  내가 알았으면 정말 동치미 많이 보내줬을텐데..]

[ 완치는 됐는데 매달 검사는 받아야 돼..]

[ 그래? 완치됐는데 왜 병원 다녀야 돼? ]

[ 응, 실은 그 외에 내가 다른 치료도 같이 했었어]

[ 그랬어? 다른 병이 또 있었어? ]

[ 응,,,다른 치료도 병행했어 ]

 친구 수미(가명)가 잠시 말을 끊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 나는 다 나은줄 알았는데....]

[ 낫긴 나았어..근데 또 하나가 남은 거야,

블로그에서도 그렇고,,책에서도 100프로

솔직할 순 없었어..그냥,, 모두 털어놓지

못하겠는 부분도 있더라,,..]

[ 그럼,,지금도 병원 계속 다니는 거야? ]

[ 그러지..]

[ 언제까디 다니는데?]

[ 음,,,,,,계속,,,]

[ 그렇구나,.케이야, 내가 뭐 좀 보내주고 싶은데,

뭐든지 말해, 아 동치미 보내줄까?]

[ 아니야,,지금은 괜찮아,,]



오늘도 병원 쇼파에 앉아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다.

저 아저씨는 배가 많이 나오셨네...

저 할아버지는 호흡이 거치시네..

저 아줌마는 얼굴이 많이 부었네..

신장이 안 좋으신가..

병원에만 오면 늘 하는 버릇이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들을 한명씩 관찰하고

혼자서 병명이 무엇일까 추측하곤 한다.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랐던 사람들은 가족들이였다.

사생활 노출을 병적으로 싫어했던 사람이였는데

블로그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의외이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였다.

내가 왜 블로그를 했는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혼을 막상 하고보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일본인 남편과 함께 일본사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겠구나하고 스스로가 판단하고

한국으로의 귀국이 멀어져가고 

음을 실감했었다.

그래서 무언가 한국과의 관계를 잇고 싶은 

뭐 그런 기분이 상당히 강하게 날 움직이게 했다.

조금씩 쌓여가는 그리움을 채워주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가 되어나왔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조금은 숨기고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대스럽지 않은 일일지언정

그냥,,왠지 말하고 싶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두 보여드려야하지 않을까 고민도 분명 했지만

왠지 자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교보문고, 알라딘,예스24 등 여러곳에서

저희 책이 추천되고 소개 될 때마다 

100프로 얘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괜한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깨달음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얘기했더니 

[병상일기]처럼 모든 치료가 끝나고나면

극복 과정들을 따로 정리해서 그때 가서 

모두 말씀 드리면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 병상일기]까지는 아니여도 언젠가

제가 지금의 제 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때 모두 보여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괜한 자격지심같은 게 아직도 남아서

솔직할 수 없었음을 사과드립니다.

저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제가 마음적으로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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