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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공과 사를 구별하는 인간 관계

by 일본의 케이 201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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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쟈(銀座)에서 미팅이 있었다.

몇 년전만해도 월급날은 긴쟈에서 괜히 비싼 홍차와 함께 케익을 한 조각 먹으며

폼을 잡았던 날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행동들이

참 허세롭고 부끄럽게 느껴져 유명 커피숍 탐방을 그만 두었다. 

미팅이 끝나는 시간과 맞춰 깨달음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온 곳은 

오레시리즈의 중화요리(俺の揚子江)였다.

가게 입구에 만난 깨달음은 혼자가 아니였다. 

직원 두 명이 날 보더니 꾸벅 인사를 했고 나도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침 저녁시간이고 이 근처 현장에 일이 있어 데리고 왔단다.

예약석이 두 명에서 네명으로 늘어나자 자리 배치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들이 자리에 앉고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플룻과 피아노의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약 15분정도의 라이브이지만

생음악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어 우린 이 가게를 자주 이용한다. 


 

먼저 주문한 생맥주로 가볍게 하루의 수고를 쓸어내고

라이브의 플룻 연주자를 보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악기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야채샐러드, 새우마요네즈, 탕수육, 아나고 구이, 쇼롱포

상어지느러미스프, 야채 볶음 등등

깨달음이 계속해서 주문을 하고 우리 세 명은 열심히 먹었다.

 

식사를 하며 깨달음이 크레임 처리시 갖춰야할 예의,

그리고 어제 현장에서 있었던 트러블에 관해 직원들과 얘길했고

난 그냥 그들의 대화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식사에 전념했다.

회사 업무에 관한 일은 일체 내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얘기를 나눈다. 

이제까지 난 깨달음 사무실에 가더라도 내 일(디자인)에 관한 것 외에는

직원들에게 묻지도 않고 부탁하지도 않는다.

 사무실이 엉망이고 책들이 널부러져 있고, 커피잔들이 쌓여있어도 

난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나의 어떠한 행동이 사모님이라는 감투를 쓰고 하는 걸로 보여지는 게 싫어서였다.

그런 내 성격을 알고 있어서인지 직원들도 그냥 디자이너로 날 대하고

깨달음 역시도 아내로써가 아닌 비지네스 파트너로 대한다.

이렇게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게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함을 서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날 가끔 사모님 감투를 씌울려고 한다.

비지네스 석을 타고 가면 역시 사모님은 다르네라고 했었다.

 마일리지가 많아서 항공사가 그냥 자리 잡아 준 것 뿐인데...

명품을 하나 들고 나가면 역시 사모님은 다르네라고 했었다.

처녀 때부터 갖고 다녔던 가방이였는데도,,

한국에 가면 다들 나보고 사모님 된 기분이 어쩌냐고 물었다.

실제로 이곳 일본에서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은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별로 듣지도 못한다.

아마도 나는 그런 시선이 많이 불편해서도 이곳에서도

더 명확한 선을 그으려고 하는 것 같다.

결혼하고 2년 되던 해, 깨달음이 자기 회사 주식을 좀 갖겠냐고 그랬을 때도

난 필요 없다고 그랬다.

건축쪽으론 문외한이고 만약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어차피 내가 운영하지도 못하는데

주식만 가지고 있어봐야 뭐하겠냐고 귀찮다고 잘라 말했다.

돈 좋아하면서 왜 관심이 없냐고 깨달음이 의외의 눈초리로 날 쳐다봤을 때

더 알기 쉽게 얘기했다.

 난 말 그대로 건축에 전혀 관심이 없고 회사 명의를 빌려주고

그 댓가로 간판 사장같은 것도 별로 하고 싶지 않고

아무리 부부라하지만 남은 남이고 

난 남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대답했었다.

이런 나의 태도를 깨달음은 멋지다고 하면서도

역시 냉정해,,,, ,아니 냉철해..,,아니 냉혹해,,라고 했었다.

[ .............................. ]

난 누군가에 의해 감투가 씌여지는 것도 싫고

깨달음이 회사 사장이기에 난 사모님이라는 호칭만 얻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공과 사의 구별은 인간 관계를 깔끔하고 투명하게 해주는 최선책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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