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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by 일본의 케이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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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병원으로 나섰다.

[ 많이 피곤하셨어요? ]

[ 아니요...]

[ 콧속까지 생길 정도면 스트레스를

좀 받으셨나 봐요. ]

[ 아닌데,,스트레스 없었는데...]

[ 몸은 안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그러시는 거 같은데 몸과 마음을

좀 쉬게 하는 게 어때요? ]

 

 올여름에 대상포진이 걸린 것과 지금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이 증상들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물었더니 두 바이러스는

성향이 좀 달라서 대상포진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고 대상포진 면역이

생겨서 앞으로 2 ,3년은 재발하지

않을 거라 했다.

[ 혹시 언제, 처음 이렇게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그랬는지 기억하세요? 10년 전? 20년 전? ]

[ 한 10 년쯤 된 것 같네요 ]

[ 오래 되셨네...]

자신의 노트북에 뭔가를 기록하던 선생님이

가리는 음식이 있냐고 물었다.

날생선 외엔 별로 없고 나름 면역력을 높이려고 

음식도 신경 써서 먹는데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했더니 일단 몸과

마음에게 휴식을 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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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와 마트에 들러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식단을 짜 볼 요량으로 둘러보는데 늘 내가

챙겨 먹었던 식재료들이어서

특별히 살 것도 없었다.

낫토, 요구르트, 버섯, 고등어, 호박은 줄곧

먹어왔지만 내 몸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발길을 돌려 깨달음과 약속한 영화관으로

향하는데 어디쯤이냐고 카톡이 왔다.

영화 매트릭스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깨달음이

내가 입구에 나타나는 걸 보자 얼른

팝콘을 사러 매점쪽으로 몸을 틀었다.

팝콘을 들고 싱긋 웃던 깨달음이 입술을

보여달라고 했다.

[ 왜? ]

[ 약 받았어? 내가 발라줄까? ]

[ 아니.. 괜찮아,]

[ 의사가 뭐래? ]

[ 몸과 마음에게 휴식을 주래 ,

내가 안 피곤하다고 했는데도 좀 쉬래,

정신적으로 피곤한 것일 수도 있다고..]

[ 맛있는 거 먹으면 나을 거야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영화를 보고 난 후

깨달음이 암반욕을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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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인들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먹는 이것

오늘도 마트에는 낫또가 품절이였다. 오후시간이긴 했지만 다 팔렸을리가 없는데 최근 갈 때마다 느끼는 건 유난히 발효식품들에 품절이 잦다는 것과 대대적으로 발효식품임을 크게 어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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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찜질방이라 생각하고 뜨거운 곳에

몸을 맡기면 피곤함이 사라질 거라며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택시를 잡아탔다.

난 택시 안에서 내가 모르는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며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연말이어서 신경 쓰고

그러느라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거라며

자기도 실은 콧 속이 헐었다고 했다.

[ 왜 말 안 했어? ]

[ 피곤하면 늘 나도 그래. ]

[ 약은 발랐어? ]

[ 응, 며칠 있으면 금방 또 나아 ]

 

코로나로 인한 요즘 우리집 삼시세끼

긴급사태가 선언된 후, 깨달음과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도 하고 함께 청소를 하거나, 옷정리를 하고,, 깨달음의 하루는 주로 건축관련 메거진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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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찜질을 하며 면역이 약해지는 것도

늙어가는 과정의 하나이고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도 젊지 않다는 증거라는 얘길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깨달음은 치과와 피부과, 내과를 정기적으로

다니면서도 내게 내색하지 않았던 이유가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고

특별히 나쁜 곳이 없어서도 말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한다.

깨달음은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고,

먹고 싶은 거 맛있게 먹고

마음 가는 대로 힘차게 움직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늙는다며

내게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라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는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나열했다.

[ 돼지갈비,,삼계탕,,낙지볶음, 춘천 닭갈비..,]

[ ............................................. ]

우린 몇 살까지 살고 싶은지, 배우자에게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은 무엇인지 그런 얘길

하기도 하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기울여 서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그래서 상대에게 부담을 덜어줄 보장이 든든한

보험을 들어두자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눴다.

 

한일커플들은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역에서 두 분을 만났다. 블로그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매일로 서로 인사를 했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지난달에는 꽤 많은 대화를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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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내일부터 이곳은 도쿄와 가나가와, 치바, 사이타마현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하게 되었다.  이번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에 중점을 두고  작년 5월처럼 휴교나 이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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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점점 예상치 못한 질병들이

찾아 올 수도 있고 노화로 인한 신체적

기능 저하들이 서서히 찾아올 테니

서로 건강하게 늙도록 노력하자며 

뭐가 먹고 싶은지 생각났냐고 내게 물었다.

[ 난,,역시... 청국장,,]

[ 청국장은 코리아타운에서도 안 팔잖아,,

일본 어디서 팔지?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근데 나 또 정말 먹고 싶은 거 생각났어 ]

 [ 뭐? ]

[ 간장게장이랑 양념게장을 먹으면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 같은데.. ]

[ .................................... ]

인간의 3대 욕구에 식욕이 들어 있다는 건

먹는 즐거움이 주는 기쁨이 살아가는데

그만큼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먹어서 스트레스라도 풀어야할텐데...

이곳에서는 그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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