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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시어머니께 죄송한 며느리

by 일본의 케이 2016.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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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깨달음 목소리 톤이 높았다.

아버님을 노인홈에 입소시키기 위해

서류작성및 첨부서류들을 찾는데 그게 몇가지

빠진 모양이였다.

일본 전국이 그렇듯,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홈에 들어가려는 노인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고 금액이 비싸다보니

 아버님처럼 물리치료를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보다 증상이 심한 어르신들을 우선으로

 입소를 시키기 때문에 대기를 해야하는 실정이라 했다.   

아버님 입소및 어머님도 도우미 아줌마의

방문 횟수를 늘릴 수 있게 간병의 정도를 심사하는

 케어매니저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노인홈에

도착했더니 밖에 케어매니저가 나와 있었다. 

준비해 둔 테이블에서 요양시설의 이용안내와 경비에 관한

자세한 사항들을 듣고 필요한 서류를 또 작성했다.

아버님 퇴원에 맞춰 바로 입소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노력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님, 어머님의 통장을 정리하면서

깨달음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작년, 2월 왜 갑자기 50만엔을 인출했는지..

제작년 8월에 100만엔은 어디에 썼는지...

한 달 평균 생활비부터 연금, 저축액 등등

앞으로 매달 얼마가 병원비와 경비로 들어갈 것이며,

지금 있는 저축액으로는 앞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으며

아주 노골적이지만, 현질적으로 금액들을

제시하며 설명해 드렸다.

어머님이 절약하며 살겠다고 하시자 

행여나 부족하면 우리 형제들이 드리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절약하면서 돈 관리 잘 하시고

쓸데없는 곳에 돈이 들어가고 있는지

잘 체크해 보시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깨달음이

조금 냉정하게 보였다.

 

그리고 어제 쇼핑센터에서 사 온 네발 달린 지팡이를 드렸다.

넘어질 위험이 적은 지팡이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많이 좋아하셨다.

깨달음과 나는 이 날도 저녁 늦게까지

청소와 집안 정리를 했다.

당분간 어머님 혼자 생활을 하셔야하는데

최소한 필요한 것들만 놔두고

되도록이면 모든 걸 버리는 쪽으로 정리했다.

 

다음날, 아침 우린 동경으로 돌아오기 전에

아버님께 들러 인사를 드렸다.

깨달음이  안방 레이아웃이 바뀐 사진을 

한 장, 한 장 설명해 드렸고

아버님이 들어가게 될 노인홈에 대해서도

 다시 차분히 말씀 드렸다.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계시면

그 다음엔 어머님도 천천히 들어가실 거라고,

지금은 무엇보다 보행을 제대로 하는게 급선무이니까

물리치료를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 드리니까

 그제서야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해 주셨다. 

병실을 나오기 전, 아버님 손을 잡고

또 오겠다고, 곧 봄이 되면 벗꽃축제하니까

그 때, 같이 벗꽃 구경 가시자고 했더니

[ 응,,, 같이 갈 수 있게 치료 잘 받을게..]라고 하셨다.

 

그렇게 다시 작별인사를 드리고

신칸센에 올라 탄 깨달음이 배고프다며

 먹거리들을 꺼냈다.

빵집에서 사 온 빵 이외에 왠 계란이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까 어머님이 아침에 병원에 갈 때

깨달음 가방에 넣어 주셨단다.

아침도 못 먹고 가는데 미안하다고

케이짱이 삶은 달걀 좋아한다고 그랬으니까

 먹었으면 한다면서 넣어 주시더란다.

그리고 케이짱이 이번에도 일만 하고, 아버지 생신이라고

용돈까지 받았는데 받아도 되는건지

걱정된다면서 봉투를 다시 꺼내 깨달음에게

내밀길래 그냥 넣어두라고 했단다. 

 

 

그랬냐고,,나는 몰랐다면서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더니

내 손에 계란 하나를 쥐어주는 깨달음..

 아직까지 따끈한 계란을 양 손으로 감싸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3일간 집안 청소를 하면서

 너무 지져분해서 잠시 한숨을 쉬었던 일,

유통기한이 3년이나 지난 깡통 캔들을

치우면서 우리 엄마랑 시어머니를 비교했던 일..

모든 서랍장에 비닐봉투와 노끈들로

빽빽히 박혀있는 걸 치우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던 일...

싱크대와 가스렌스의 묵은 때를 닦으며

마스크를 썼던 일...

이가 나간 접시들을 모두 모아 어머님 몰래 버렸던 일... 

어머님이 추울까봐 내게 신으라고 주셨던

구멍난 털양말을 괜찮다고 안 신었던 일...

 창밖으로 시댁쪽을 내다보는데 계속해서 그런 것들만 떠올랐다.

이왕에 하는 것, 좀 더 즐겁고 좀 더  기쁜 마음으로 해드릴 걸...

조금만 더 어머님 마음을 헤아릴 걸,,,,

 살아계실 때 잘하자고

정말 잘하자고 다짐해 놓고 왜 그랬을까... 

며느리 좋아한다고 이른 아침 계란을 삶아

아들 손에 보내는 시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난 언제나 헤아릴까...

자꾸만 죄송한 마음이 들게 만드시는 우리 어머니...

또 이렇게 못된 마음만 남겨드리고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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