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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여자에게 인기 있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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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시댁에 갔을 때, 집안청소를 하면서

깨달음이 2층에서 옛 앨범을 오랜시간 보고 있었다.

없어진줄 알았던 사진들이 여기 있었다며

과거로 돌아간 듯 한 장, 한 장, 내게 설명해 주었다.


 

 대대로 물려받은 임업을 해오신 아버님이

주말이면 깨달음 형제를 데리고 여기저기 현장견학을

시켜 주셨고 아버님 오토바이는 장남인 깨달음이

늘 독차지한 채 아버님과 함께 다녔다는 

그 오토바이에서 찍은 빛바랜 사진도 보여줬다.


 

동네, 축제 때는 3년간 자기가 어린이들 중에서

제일 큰 역할을 맡기도 했다면서

은근 자랑하는 듯한 말투로 거들먹 거렸다.

그리고 여자 동창들과 찍은 사진들이 나오고,,,

 

 시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깨달음은 어릴적부터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단다.

말 수가 없었는데 늘 곁엔 여자애들이

깨달음에게 장난치고 말을 걸어왔단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어릴적부터 여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걸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장남이라고 특급대우를 받은 것도 있고

부모님 사랑도 듬뿍 받고

여자들 관심도 듬뿍 받고 자란 깨달음...

그래서 지금도 어딜가나 자신이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줄 착각하고 있다.

오늘 저녁 일이다. 

 깨달음에게서 예정에 없던 술 약속이 생겼다며 연락이 왔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콤페가 끝나고 나니 다시 사업상 미팅및 접대가

 시작된 거라 언제나처럼 난 그냥 대수럽지 않게

내 일을 하고 시간이 늦어 방에 들어가 책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11시 10분,

깨달음이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초저녁에 아버님께 보내드린 장어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음을 말하고 내일 스케쥴을 얘기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자기 와이셔츠를 세면대에서 빨고 있었다.

가끔 빨간펜 자국이 묻었을 때 해왔던 것이기에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약간

하는짓이 수상했다

그래서 가까이 가봤더니 여자 향수냄새가 났다.

[ 누구 만났어? ]

[ 00사장님이랑, 00상무님 ,,]

[ 어디 갔어? 언니들 있는데 갔어?]

[ 응,,,]

[근데 왜 갑자기 옷을 빨고 난리야?]

[ 아니...그냥,,,뭐가 묻어서....]

[ 뭐가 묻었는데? ]

[ 기름진 안주가 묻어서 지울려고...]

[ .......................]

우린 거실로 돌아와 콤페에 관한 얘길 했다.

마감시간까지 직원들과 몇 번의 수정과정을 걸쳐

제일 끝 순서로 제출할 수 있었다고

1차 결과는 24일날 발표 된다고 한다.

모두 5팀이 뽑히는데 우선 이 1차에 뽑혀야한다며

잘하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단다.

오늘 술자리에서는 다음 콤폐에 관한 얘기들이 오갔고

앞으로의 전망들, 디자인의 방향성에 관한 얘길 했단다.

얘기를 듣고 있다가 내가 갑자기 물었다.

[ 한국 언니들 있는데 갔어? ]

[ 아니,,,중국 언니들 가게였어...00사장이

아는 곳이라고 따라 간 거야...]

[ 그런 곳에서 무슨 사업 얘기가 돼? ]

[ 응,,,사업 얘기도 하고 국제교류를 나눴지...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언니들 의견은 어떤지도 물어 보고 그랬어... ]

[ ...................... ]

국제교류??? 둘러대는 게 웃기기도 하고

황당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데

깨달음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가게 마마가 자길 보고 아주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다면서 자기 첫사랑하고 닮았다는 둥,

쳐진 눈이 귀엽다는 둥,

그러면서 자기에게 술을 자꾸만 권하더란다.

그랬냐고 알았다고 그냥 흘려들었더니

 궁금한 게 또 없냐고 물었다.

(깨달음 3살, 5살 때 사진)

 

 굳이 나에게 일일히 얘기할 필요도 없는데

깨달음은 주절주절 이렇게 모든 털어놓는다.

난 별로 관심 없으니까 설명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여자들에게 지금도 인기가 많다는 걸

말하고 싶다면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주겠단다.

[ ............................... ] 

난, 솔직히 그러러니 하는편이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혹, 문제를 일으켰을 땐

그만큼의 댓가와 처벌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깨달음의 일상들이나 사적인? 것들에 대해

깊이 파해치고 싶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마도 난 남자친구를 처음 사귀었던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안 좋아해서가 아닌, 그냥 그 사람을 믿고

내버려 두는 스타일이였던 것 같다.

혹, 떠나면 떠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어릴적,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깨달음은 은근 여자들이 주위에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대로 나름에 인기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깨달음...

남편이 다른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건

인기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잘난? 남자들은 스스로가 인기 있음을

들여내지 않으며 묵묵한 겸손함에 묻어나는 매력이 있음을

깨달음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깨달음은 여전히 자기가

 여자분들에게 인기가 있는 게 기분 좋은 모양이다. 

그건 순진함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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