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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외국인 남편도 다 똑같다

by 일본의 케이 202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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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연휴 마지막날인 오늘까진 우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스테이홈을 했다.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 감염자수가 심상치 않아

두달전 긴급사태선언을 했을 때와 같은 

생활패턴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 외식은 금지,

각자 자기 방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냈던

2개월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깨달음은 바로 자기 방에서

열심히 도면체크를 하고 팩스를 보내기위해

편의점에 한번 다녀오는게 전부였다.

내가 도촬?을 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오전시간을 보냈다.


12시 정각, 주문해둔 매트리스가 도착을 했다.

 매번 바꿔야지, 바꿔야지 했었는데 마침 

홈쇼핑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샀는데

역시나 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고,,

반품을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포장을 모두 뜯었다.

홈쇼핑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살펴본 후에 구입하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즐겼는데 이젠 그런

 구매방식이 자유롭지 못한 세상이 왔으니

홈쇼핑에도 익숙해져야할 때임은 분명했다.


미리 정리해 둔 침대위에 깔고 덮어 씌우고

다듬기를 끝낼즈음, 깨달음이 들어와서는

생각보다 별로라고 한마디 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귀찮으니까

그냥 사용할거야 ]

[ 당신도 늙었네.예전같으면 바로 반품 했을텐데]

라며 귀찮아하는 걸 보니 늙었다는 증거라고

뚝 던져놓고는 내 방을 빠져나갔다.

  늙었다해도 어쩔 수 없다. 나이탓인지

갱년기에서 온 호르몬장애?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꼭 그렇게 완벽하게, 모든 것에 

100%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되도록이면 나나 상대에게도 

번거로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시어머니가 주셨던 여름용 이불까지 꺼내

세팅을 끝내고 가만히 누워보았다. 꽤 만족스럽다.

반품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는 고슬고슬하고, 매트리스는 적당한 쿠션으로

내 몸을 받쳐주며 맨질맨질한 이불은

 뒹굴뒹굴 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금세라도 낮잠에 빠질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거실에서 나를 부른다.

언제 옷을 바꿔 입었는지 환복을 한 깨달음이

 테이블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었다.


[ 왜 불렀어? ]

[ 이것 좀 같이 들어줘. 혼자 못하겠어 ]

[ 다음주에 할 생각이였는데...]

[ 그냥 할일 없으니까 해놓으려고 했는데

혼자서는 힘이 딸리네 ]

그러고는 이젠 자기도 늙어서인지 이런 자잘한

집안일들을 하는 게 힘들다며 정말 조금만

 더 나이 먹으면 호텔식 요양원에 들어가서

편히 살아야겠단다.

원래 깨달음은 몸으로 하는 일을 못한다.

그게 아주 작은 집안일이든 뭐든 몸쓰는 걸 

싫어하고 실질적으로 젊었을 때도 

육체적인 아르바이트를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예를 들어 조립식 가구를 조립하는 것도

서툴고 귀찮아하며 못질, 망치질처럼

흔히들 남자들이 한다는 일도 익숙하지 못해

내가 할 때가 많다. 

카페트 교환을 함께 하고 돌아서려는데

간식타임을 갖자며 쥐포를 구어달란다.


[ 자기는 왕자님처럼 자랐어? ]

[ 아니,,]

[ 근데 왜 그렇게 몸 쓰는 일을 못해? ]

[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그리고

몸 쓸 일이 별로 없었어,,나도,알바를 잠깐 하긴

했는데 후배나 직원들 시켜서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었어, 내가 말했잖아, 그런 일 하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사장하는 거라고 ]

[ ................................. ]

무슨 알바를 어떻게, 뭘 했길래 밑에 

사람을 시켰는지..알 수 없지만, 하긴 

대학졸업하고 바로 회사를 차렸으니 저렇게 

건방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쥐포를 씹으며 비싼 한국산 보내준

후배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

베트남산하고는 차원이 다르게 맛있다고

아껴먹어야겠다며 침을 튀겨가며 뜯었다.

그리고는 저녁메뉴는 매콤한 게 먹고

싶다고 했다.

[ 뭐 먹고 싶은데? ]

[ 음,,골뱅이 무침 같은 거, 막걸리집에서

먹었던 매콤하고 달달한,,,]

[ 골뱅이 없어,,그냥 오코노미야키 먹지?]

[ 음,,매운 걸 내 몸이 먹고 싶대 ]

[ ............................. ]

냉동실에 있는 오징어를 꺼내 볶고 있는데

매운 맛을 달래줄 계란찜도 먹고 싶단다.

알았다고, 어차피 먹을 저녁이니 기분 좋게

먹었으면 해서 주문한 메뉴를 준비했다.


[ 당신 좋아하는 두부에 양념장 올렸어 ]

[ 와~~이까뽀끔(오징어 볶음)이다~~ ]

[ 근데,,깨달음,, 당신은 외국인인데 난

당신이 외국인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 ]

[ 무슨 뜻이야? ]

[ 은근 사람 귀찮게 한다는 거지, 먹는 것도

그렇고,,아무튼,,좀 그래..]

[ 왜? 한국음식 만들어 달라고 해서? ]

[ 음,,꼭 그런 건 아닌데 정말 당신이

일본인임을 잊을 때가 많아,

완전 한국 아저씨 같애.. ]

결혼 전, 사귈때 깨달음은 조금은 특별했고 

조금은 색다른 배려와 매너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혼생활 10년을 향해가자 전형적인 아저씨로 

변해 우리 형부모습이 오버랩 될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이럴때 배우자를 웬수라는 표현을 한다고

웬수의 뜻을 설명을 해줬는데 별 반응이 없다. 

계란찜에 들어간 명란이 절묘하게 간이 맞아

 식감도 좋고 정말 맛있다는 말만 할 뿐

내 말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국적에 관계없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면 자연의 이치처럼 그 나이에 

맞는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남편 입장에서는 중년의 아내에게서 보여지는

웬수같은 모습들도 분명 있을 게다.

그래도 난 외국인 남편이여서 조금 다를 거라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똑같다...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는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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