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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요즘 남편이 외운 한국어

by 일본의 케이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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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물었더니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3번째의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이 되면서

황금연휴기간이지만 우린 착실히 스테이 홈을

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형, 인도형으로 코로나 변종 감염자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작년과 같이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들에게 협조만

호소하고 있는 이곳은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이 엷어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깨달음,, 어디 나가고 싶은데? ]

[ 응,, 답답해서.. 산책하러 가고 싶어서.. ]

[ 그래.. 그럼 나가자,,]

깨달음이 고른 오늘 코스는 오다이바 (お台場)의

레인보우브리지(レインボーブリッジ)를

건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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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건넌다고?  ]

[  응, 운동도 되고 바다도 보고 좋잖아 ]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내 방을

휙 지나가면서 보던 깨달음이

그냥 평상복으로 나자고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천천히 천천히 바람 쐰다

생각코 길을 나섰다. 15분쯤 걸어 다리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운동복차림에 사람들이

잔걸음으로 앞질러 가는 사이로 전동차인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열심히 달렸다.

[ 죽인다~~~ 정말 시원하고 좋지? ]

묻는 말에 대답도 잊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자기도 한 장 찍어 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 오다이바 크루즈 안 타고 여기 올라오는 게

훨씬 멋지고 좋지 않아? ]

[ 응,, 생각보다 좋네.. 바다도 한눈에 보이고,,]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도 좋고 머리칼을

쉴 새 없이 춤추게 만드는 바람도 나쁘지 않았다.

[ 저기 저 맨션 보이지? 저 타워 맨션.. ]

[ 알아,, 그 맨션 말하는 거.....]

깨달음은 오다이바에 올 때마다 제일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맨션을 준공할 당시,

선배가 한 채 사 두라고, 두 배로 뛸 거라

했을 때 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한이 된다는

얘길 꼭 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후회스러워했다.

투덜투덜, 현명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탓하는 깨달음의 푸념을 들으며 다리를 건너

자유여신상까지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둘이 한참을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다가

집에 가자고 했더니 모처럼 나왔으니 점심을

먹고 가자며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시나가와

메리어트 호텔(品川マリオットホテル) 

[ 사람들도 별로 없고, 코로나도 안전하고,,

특히 , 여기 음식이 맛있어.. ]

[ 알아,, 그래도 지금 긴급사태 선언 중이잖아 ]

[ 괜찮아, 여긴..]

호텔은 방역을 철저히 해서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걸 가지고 있는 듯했다.

아무튼,,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 깨달음이

요즘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 얘길 꺼냈다.

대사를 들으면서 나름 한국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자기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들이

있더라며 언어 공부는 역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새로 외웠거나 터득한 한국어가 있냐고 물었더니

상당히 많이 배웠다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 내가 그랬잖아 ] [ 왜 그래요? ]

 [ 약속해요 ] [ 네가 해 ] [ 비가 와요 ]

[ 끝났어요 ] [ 아니라니깐 ] [ 사 주라 ]

[ 그건 아니야 ]  [ 눈물 ] 

어디서, 어떻게, 무슨 드라마에서 주워 들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단어? 문맥, 문장들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새로운 한국어를 외웠다는

점에서는 칭찬해주고 싶었다.

keijapan.tistory.com/1367

 

남편은 이렇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코로나로 긴급사태선언이후, 월요일만 잠깐 회사에  다녀오는 깨달음은 화요일, 수요일까지 도면을 치거나, 전화상의 미팅을 하고   회사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보내는 3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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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무슨 드라마 보고 있어? ]

[ 미생은 다 봤고 응답하라 1988이랑 별에서 온 그대 ]

[ 응답하라는 봤잖아,,]

[ 그때는 당신이 동시통역해서 본 것이고,

이번에는 제대로 일어 자막이 있는 거야,

그래서인지 느낌이 완전 달라 ]

[ .......................................... ]

[ 근데.. 웬 열이 무슨 뜻이야? 대충 느낌으로

알겠는데.. 어쩔 때 쓰는 말이야? ]

[ 음,,요즘은 그런 말 안 할 거야,, 그 당시 

썼던 유행어 같은 거지..]

[ 지금은 그런 말 안 해? ]

[ 안 하는 것 같아..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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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요리를 먹고 디저트가 나왔는데

깨달음은 모든 종류를 하나씩 부탁한다며

내 것도 자기와 똑같은 걸로 달라고 요구했다.

접시에 예쁘게 담아낸 미니 케이크와 젤리를

야금야금 먹다가 내 접시를 자기 앞으로

슬그러미 당겼다.

난 원래 달달한 것들을 그리 즐기지 않아서

어차피 깨달음이 모두 먹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딸기 스펀지 케이크는

먹겠다고 했더니 날 쳐다보면서

[ 왠 열? ]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한국어로 물었다.

[ 맛있어? 깨달음? ]

[ 응,, 진짜 맛있어요 ]

[ 얼마만큼 맛있어요? ]

[ 음,, 대박, 대박 ]

[ 요즘 또 뱃살이 나오는 거 알지? ]

[ 깨달음,, 돼지 아니에요 ]

[ 다이어트 중이니까 조금만 먹어요. 알았지? ]

[ 곤반죠요,,]

[ 뭐? ]

[ 곤반죠요..]

건방지다는 말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keijapan.tistory.com/1064

 

남편이 새롭게 배워 온 한국어

신한은행 일본지점(신주쿠)이 코리아타운에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깨달음이 통장을 만들었으면 했고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잠시 들렀다. 굳이 필요치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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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 배웠을까,,,잠시 할 말이 없었다.

 어디서 들었냐고 했더니 검색하면 바로 나온단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궁금한 단어들을

찾는 학습자세는 높이 살만한데 왜 그런 단어들을

굳이 외웠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며 익혀간다는 모습은 좋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단어보다는 실생활에서,

예를 들어 식당, 공항,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한국어를 익히는 게 유용할 거라 했더니

말은 유창하게 못 해도 그 상황에 맞게

잘할 수 있다며 

[ 깨달음, 테레비 공부해요 ] 란다.

깨달음은 내가 백날 얘길 해도 자기가 하고 싶어야

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더 이상 입을

다물었는데 아무튼, 느리지만 천천히, 하나씩

한국어를 외워가는 모습이 고맙고

앞으로는 무슨 말을 습득할지 은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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