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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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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밥을 받기 전에 미리 반 만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였다.

남기면 되는 일이지만 직원을 불러

반 만 부탁한다고 했다.

깨달음과 가끔 왔던 곳인데 오늘은 

혼자 들어와 느긋이 점심을 즐겼다. 

 

임파선 정기검진이 있었다. 그리고 

부인과에 들러 선생님과 좀 긴

대화를 나눴다.

갱년기가 이제 끝나갈 무렵이어서 잠잠해졌다

싶었던 홍조와 발한 증상이 한 달 전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나타나는데 그 때마다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땀이 나고 몸이 더워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갱년기에 겪는 호르몬 이상으로 잠시

그러고 말겠지했는데 발한이 너무 심했다.

 

[ 선생님, 요 몇 달간 밤에 잘 잤었는데

새벽에 또 한번씩 깨기 시작했어요 ]

[ 깨고 나면 어느정도 있다가 다시

잠이 드세요? ]

[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10분, 20분쯤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들어요 ]

폐경기 여성들에게 오는 증상이니

너무 걱정말라고 모든 여성분들이 폐경을

맞이하면 겪는 일이라고 하셨다.

[ 갑자기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땀이

나서 체온 조절이 안 될 정도에요.

아니, 너무 더워서 못 참겠어요 ]

[ 원래 그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

[ ................................... ]

해결책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투여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따르기에 권장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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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처방전이 있는 건 아니고

우울감이 들거나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으니

취미생활을 늘리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좋을 거라고 했다.

나이를 들면 당연한 자연의 순리처럼 

찾아오는 노화증상들을 받아들이는 데는

의외로 정신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쉬엄쉬엄 쇼핑을

해보려는데 오늘따라 유독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니였다. 마흔이 넘어 결혼을 해서인지

조급함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갖기엔 결혼 초기에

내 여건이 애매한 상태였고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둘 사이에 태어나면 과연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염려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을 굳혔던 것 같다.

아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내가

내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마음먹기까진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이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하니 내 선택에서가 아닌

갑자기 자격조건이 박탈 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약간 허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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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깨달음이

퇴근하고 내쪽으로 오겠다는 카톡이 왔다.

난 애견샵에 들러 깨달음을 기다리며

예쁜 강아지들을 사진에 담았다. 

아이 대신 반려견을 기르자는 얘길

10년 가까이 해왔지만 우린 아직도

 입양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 너무 비싼 입양가 때문에 

망설였는데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둘 다 

강아지를 케어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대소변을 치우고, 운동을 겸한 산책을 시키고,

생을 마칠 때까지 돌봐야 하는데

우린 그저 예뻐하는 것만 하고 싶어해서

지금까지 입양을 하지 않고 있다.

 

애완동물에게도 운명이란 게 있었다

오늘도 난 이 조그만 아이를 안지 못했다. 한번 안아보라고 몇번이고 권했지만 끝까지 안지 않았다. 안고나면 이 녀석을  그곳에 두고 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애완견을 한마리 키우고 싶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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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우린 자격이 없어..애완견을 키울,,]

[ 맞아,, 그래서 안 키우잖아 ]

[ 키우면 정서적으로도 좋다는데..]

[ 그러긴 하는데... 손이 많이 가,,

자식처럼 키워야 하니까..]

[ 그렇지..]

우린 오늘도 그냥 귀여워만 하다가 나와

커피숍에 들어갔다.

 

일본의 애견샵에서 알게 된 엄청난 분양가

여동생네가 강아지를 분양했다. 예전부터 조카가 키우고 싶어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는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보내준 사진이 얼마나 이쁘던지 눈길을 뗄수 없었다. 우리도 몇 번 키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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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뭐래? ]

[ 폐경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래 ]

[ 약은 없대? ]

[ 있는데,, 부작용이 꽤 있나 봐..그냥

우울하지 않게 취미생활 즐기면서 살래 ]

[ 그것뿐이야? ]

[ 응,,,]

[ 다른 부작용이나 증상은? ]

[ 감정불안, 건망증, 그런게 있을 수 있대]

[ 한약을 먹으면 나을 건데 한약방을 찾아볼까? ]

[ 아니...괜찮아,,내년에 한국 가서 가든지 할게,

[ 우울하면 안 되는데...]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동생에게 부탁할 게 있어 전화를 했다. 마침 저녁시간이여서 조카와 제부가 식사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불쑥 [ 처형, 형님에게 잘 해주십시요~] 라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 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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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건넨 뜻밖의 선물에 감동받은 남편

한국에서 첫날, 엄마와 동생,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조카네로 갔다.이제 태어난지 50일이 갓 넘은 신생아를 보러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 당신은 이모할아버지야, 나는 이모할머니] [ 하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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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우리가 아이를 낳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잘 키웠을까? ]

[ 아니,, 아이도 힘들었을 거야...]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신은 후회 없지? ]

[ 응, 나는 지금 우리 둘이가 좋아, 당신은? ]

[ 나도 그래.. 근데 왠지 뭐랄까...

이제 여자로서 완전히 아무런 역할도

없구나라고 생각 드니까 허전하다고나 할까,

그냥 시원섭섭하다고나 할까.. 그래.]

 [ 그럼, 이제  완전 당신 남자 됐네..

여성 호르몬이 거의 없고

남성 호르몬만 남은 거야? ]

[....................................... ]

묘한 내 기분은 안중에 없이 까불거렸다.

이러니 우린 정말 아이를 안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거듭 든다. 안 낳은 게 어찌 보면

서로에게 정답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의 탓도 아닌,

누구의 잘못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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