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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우린 권태기가 아니였다

by 일본의 케이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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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살이 있는 동안 얼른 다녀오자며

우산을 챙겨 나왔다. 서쪽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물먹는 하마를 몇 개 더 사둬야겠고,,

또 오늘 저녁메뉴는 뭐가

좋을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 역시 숲이 있으니까 공기가 다르지? ]

[ 응 ]

짹짹거리는 새소리 사이로 깨달음이

말을 걸었다.

 

[ 깨달음,,저녁은 뭐 먹고 싶어?]

[ 오코노미야끼 ]

[ 그래..알았어. 저기 다리 건너 마트에서

장 보고 갈까? ]

[ 응, 알았어 ]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난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린

 대화가 짧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닌데 아주 단조로워졌다. 

20분쯤 더 걷다 마트에 들러 몇가지

 구입하고 나오는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깨달음이 커피숍 쪽으로 나를 밀었다.

[ 우리 커피 마시고 가자 ]

[ 그래. 비도 오고,,]  

캐러멜 마키아또에 샌드위치도 함께 놓여있다.

[ 왜 샀어? ]

[ 그냥,, 심심할까 봐..]

깨달음은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나는 빗줄기가 언제나 그칠까해서

자꾸만 밖을 내다봤다. 

[ 깨달음,, 우리 권태기인가? ]

[ 갑자기 왜 그래? ]

[ 그냥,,]

[ 왜? 지겨워? ]

[ 아니,, 아무 감정이 없어서...

사는 게 무미건조하다고나 할까..]

[ 다른 부부들도 다 그러지 않을까? ]

[ 당신은 어때? ]

[ 나는 아주 좋아, 안정적이라고 할까..

예전처럼 말다툼도 이젠 전혀 없고,, 그래서

난 행복해. 당신은 안 행복해?]

[ 행복한 건지.. 잘 모르겠어 ]

대략 일주일에 한 번쯤은 말다툼을 했던 것 같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깨달음에게 

왜 그러냐, 왜 자꾸 잊어버리냐며 말씨름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러니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 고쳐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정한 것도 아닌

그냥 그 문제에 대해 언급을 안 할 뿐이다.

같은 주제의 다툼을 거의 10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서로 지친 것도 있고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졌다.

그렇게 한숨 한 번 쉬고 넘어가버리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이 확실히 줄었다.

그 외에  변한 게 있다면 각자 자기 일, 취미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화도 짧아진 것 같다.

쉬는 날이면 깨달음은 하루종일 한국 드라마

보느라 시간을 보내고,,난 내 방에서

내 일을 하느라 식사시간 외에

거실로 나가지 않을 때도 많다.

https://keijapan.tistory.com/1398

 

부부싸움을 푸는 남편만의 방법

아침 일찍 거실로 나가보니 내 노트북 위에 편지가 놓여있다. 열어보지 않아도 분명 반성과 후회, 사과의 내용일 거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다. 부부싸움이 있는 다음날이면, 깨달음은 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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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살면 다른 부부들도 다 이러겠지? ]

내가 되물었다.

[ 그러겠지.. 뭐 특별한 게 있겠어? 그리고

코로나 전에는 함께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맛집 찾아다니며 먹으러 다녔는데

지금 전혀 그러질 못하니까  

사는 재미가 없는 거겠지..]

사는 재미.. 맞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였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상황에서

사는 재미 같은 사치스러운 생각은 잊은 채

버티고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가 별 일 없이 지나감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내가 배부른

투정을 한 꼴이되었다.

[ 그럼, 지금 내 이 심리적 상태가

코로나 블루라는 거야? ,,,]

[ 특히 당신은 한국에 못 가서 더 그런 것도 있고

백신을 언제 맞을지 여기서는 답도 안 보이니까

초조하고 불안감이 더 해서 그럴꺼야.]

https://keijapan.tistory.com/1409

 

남편을 잠 못들게 하는 한국 드라마

깨달음은 늘 새로운 상업시설이나 맨션, 빌딩 등이 완공되면 꼭 견학을 간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일과 밀접해 항상 견학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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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에게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건 뭐지? ]

[ 그건, 서로가 익숙해져서겠지, 가족이니까 ]

[ 맞다. 우리 가족이지.. 그럼,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네 ]

[ 응, 우리 부부뿐만이 아니라 코로나가 끝나야

모든 사람들이 이 우울감이랑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

[ 당신도 우울했어? ]

[ 그렇지. 회사도 그렇고,,재밌는 일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는 현실이잖아, 지금이 ]

솔직히 깨달음이 회사 일로 고민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울했다는 건 몰랐다.

https://keijapan.tistory.com/1275

 

결혼 9주년, 감사하며 살자

아침 7시, 셔틀버스를 타고 오아후섬 서쪽에 위치한 메리어트 코올리나 비치클럽으로 향했다.  오너가 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겸사겸사 현장검증?과 실태파악?을 위해 설명회에 참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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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당신은 나랑 살면서 뭐가

재밌었어? ]

[ 다 좋았는데 여행다니는 게 최고였지 ]

[ 나도 그래, 여행제한이 풀리면

우리 하와이 가자 ] 

[ 먼저 한국 가야지 ]

[ ...................................... ]

여행 얘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싶을 정도로

둘이서 텐션을 올려 한참을 떠들었다.

머릿속이 멍하고 감정선이 무뎌진 

시간들이 지속됐던 건 코로나가 가져다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권태기처럼 무감각해진 내 세포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깨달음 손을 한번

잡아보려고 했더니 옆 테이블에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얼른 뿌리쳤다.

권태기가 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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