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페스타가 열렸던 지난 5월 말,
미나미 상이 이번에 출품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깨달음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승복을 입고 서 있는
그녀가 이색적인 느낌이여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코스프레이냐며, 어디서
구입을 했냐고 같이 사진찍기를 요청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미나미 상은 작년 10월, 큰 딸을 하늘로 먼저 보낸
아픈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도쿄까지
와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게 참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조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 http://keijapan.tistory.com/926 )
일본 재혼커플과 그 자녀들의 문제점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우린 근처에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옆 테이블의 여성이 다가와서는 미나미 상에게
인사를 하자 무슨 일이냐고 왜 이곳에 있냐며
둘이서 너무 반갑게 담소를 나눴다.
우린 무슨 영문인지 모른채 그냥 멍하게
둘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가 자리에 돌아가자 깨달음이 물었다.
[ 누구신지? ]
[ 세상에,죽은 딸이 우릴 또 이렇게 만나게 하네요
그것도 여기 도쿄에서..참,,신기하네요.]
자초지종은 이랬다.
아침에 출근하지 않은 딸이 걱정 돼
회사 상사분이 자취방에 가봤더니
쓰러져 있었고 그렇게 처음 발견해 주신 분이
아까 그 분이며 오늘 도쿄에 출장 때문에 왔다가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이 식당에
들어왔는데 마침 우리들이 미나미 상과 함께
들어오는 걸 보고 상사분도 기절할 만큼
놀랐다는 것이였다.
[ 딸이 자기를 발견해 준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다시 전하라는 뜻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해 준 것 같아,,,
사람의 인연이란 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있다고
하던데 케이짱 부부에게도 고마워~
여기까지 날 데려다 줘서,이렇게 넓은 도쿄에서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딸을 발견해 준
사람을 다시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어,
정말 묘한 기분이야,,]
우리 부부가 더 놀랬던 건, 실은 미나미 상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일식집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였는데 하필, 이 날 단체손님으로
우리가 들어가질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근처 음식점들을 보다가 들어온 곳이
이 스페인 레스토랑이였는데
이렇게 만난다는 게 누군가 미리 짜 놓은
각본대로 우리들이 움직인 것 같아서
약간 소름이 끼쳤다.
[ 처음에 들어가려고 했던 가게가 만석이
아니였으면 못 만났을텐데..
만석인 것도, 그리고 그 많은 가게 중에서
이 레스토랑을 택한 것도 너무 신기 해..]
[ 진짜 이상하네...]
우린 서로 입을 모아 절대적인 힘,
인간들이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음을 믿으며 술 잔을 기울렸다.
[ 시골에서만 살다가 도쿄를 몇 년만에 나와서
어리둥절한데 디자인 페스타를 처음 참가해
봐서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아침부터 계속 서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어~
근데 이렇게 맥주를 마시니까 살 것 같다~]
연거푸 맥주를 마시는 미나미 상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스치듯 미나미 상이 다시 딸 얘기를 꺼냈다.
[ 딸의 친구 회사측에서 관계자가 조문을 왔는데
그 조문 온 분중에서 내 작품을 보고
상품화 해 보고 싶다고 하셨어,,
그래서 느닷없이 이번에도 오게 된 거야,,]
이 얘기에 깨달음이 무서울 정도로
스토리가 잘 짜여졌다며 먼저 간 딸이나
미나미 상이 영적으로 대단한 힘이
있는 게 아니냐며 4차원적인 얘길 했다.
그 딸로 인해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들수 있었고 이번 전시회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알게 모르게 연결해 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깨달음이 자랑이라도
하듯이 우리 책을 꺼내서 소개했다.
[ 깨달음 씨 아니에요? 진짜 웃기다~
이렇게 맨날 맛사지 하는 거에요? ]
[ 그냥,,일상들을 올린 거에요,
뒤에는 우리 집이랑 아버지도 나와요~]
[ 야~대단하네요..책이 상당히 두껍네..
근데 한국어를 제가 몰라서 어떡하죠?
읽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어서,,...]
[ 괜찮아요~, 나도 한글 못 읽어요~~]
[ ......................... ]
우린 마지막에 삶과 죽음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 삶이 심장이 박동하고 있는 현상이라면
죽음은 오랫동안 입고 있었던
육체의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 과정이야.
불교에서는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말이 있고
좋은 삶이 좋은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삶의 질이 중요하듯이 죽음의 질도 중요하다고 해]
[ 죽음의 질? ]
과연 질적인 죽음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린 꽤 긴 시간 의견을 나눴다.
미나미상이 말하는 죽음의 질은 대충 이러했다.
후회하는 습관을 버리라는 거였다,
지나간 것은 흘러간 물과 같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했다.
뒤돌아 보지도 말고, 미련을 갖지도 말란다.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 보는 습관은
인간에게 후회라는 못쓸 착각속에 빠트리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새롭게 찾아 올
내일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갖고 살아가다 즐겁게 죽는게
좋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가끔은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처럼 살지
못하는 사람, 죽어서야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기고 웃으며
살아가는 게 좋은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삶과 죽음이 어찌보며 하나와 같다는
심오한 철학적 얘기에는 몇 몇의 의문점이
들었지만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되지 않는 세상일들이 분명 있음은 인정했다.
크리스챤인 내 사고와는 조금 다른
의견들이 있었지만 인간의 영역이
아닌 부분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었다.
서로가 믿고 있는 신에 의해 발길이 인도되는
그 순간들이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수차례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우연인 듯 필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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