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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깨서방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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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배 ]

[ 근데 왜 초콜릿은 없어? ]

[ 응, 초콜릿 대신 술 사주는 거야 ]

[ 이자카야가 아닌 이탈리안으로 해주지..]

[ 이런 이자카야가 사람 냄새 나고 좋잖아,

그리고 이곳은 좀 특별한 곳이야,

우리랑 저 입구에 두 쌍 빼고는 다 외국인이잖아,

여기 사장님이 영국인인데 그래서 손님들이

 각국의 외국인이 많아 ]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묘한 느낌을 주는 가게였다.

가게 안의 인테리어와 시설은 완전한 일본 

이자카야인데 카운터에 계시는 사장님과 

알바생들이 모두 외국인이고 실제로

 우리 양 옆에 앉아서 사시미를 맛있게

드시는 분들도 외국인 관광객이 아닌, 일본에서

살고 있는 미국, 유럽쪽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였다.

[ 여기가 일본인지,,유럽인지,,잘 모르겠지?

온통 영어만 들리니까 ]

[ 응 , 좀 적응이 안 되네...]

[ 오늘 화이트데이니까 좀 이국적인 느낌을

맛보라고 이곳으로 정한 거야 ]

[ 응, 알겠는데..주위 사람들이 모두 서양인이니까

이탈리아 같기도 하고, 지난번 베트남에서

호텔 앞, 맥주광장 같기도 하고,,참 이상해..]


깨달음이 날 향해 뭐라고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양 옆에서 영어로

 얘기하는 남자분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3번이나 되물어봐서 겨우 알았다.

[ 뭐 갖고 싶은 게 있냐고 ? 없어 ] 

[ 제주도 고사리축제 안 가? 한달살기 한다고

하지 않았어? ]

[ 가려고 했는데 일이 겹쳐서도 못가고,,

정신적으로 좀 여유가 없어 ]

[ 그래도 가족들 다 모이면 잠깐이라도 다녀오지? ]

[ 아니야, 혹 가더라도 날짜가 맞지 않아서 못 봐 ] 


나는 이번에 제주도에 못가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깨달음에게 설명을 하고

4월달 스케쥴을 알려줬다.

[ 바쁘네,,근데 4월에 후배가 일본에 온다고? ]

[ 응 ]

[ 나는 처음 보는 분이야? 여기,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분들이 와도 여러가지

 주문해서 먹을 수 있으니까 여기 오면 좋겠다 ]

[ 응 ]

[ 내가 그렇지 않아도 블로그 이웃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는데 ] 

[ 갑자기 무슨 선물? ]

[ 집에 가서 보여줄게 ]


그렇게 우린 블로그에 관한 얘길 했다.

[ 당신은 내가 블로그를 하는 게 좋아? ]

[ 응 , 이젠 악플도 거의 없어지지 않았어? ]

[ 응, 많이 없어졌지,,근데 난,,항상 의문인 게

언제까지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야 ] 

[ 그만 하고 싶어? ]

[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은 늘 하고 있어 ]

[ 왜? ]

[ 그냥,,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서]

[ 너무 솔직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 아니야? 

조금은 포장하고 적당히 덜 보여주면 되는데 ]

[ 지금껏 그렇게 해 왔는데 이젠 그런 포장들도

모두 가식이고 어설퍼서 진짜 내가 아닌, 

블로그가 만든 나와 당신이 있는 것 같아서

 좀 갈등이 생겨 ]

[ 원래, 캐릭터가 그렇게해서 설정되고 

만들어지는 거야 ]

[ 그냥,,난 100프로 솔직하고 싶었거든,,]

[ 아니야, 뭐든지 100%는 재미없어,반전도 

있어야하고, 비밀도 있어야 재밌는 거야 ]

[ ............................ ] 


8년 가까이 블로그를 하다보니 타성에 젖여

같은 내용들이 중복되고, 사는 게 특별하지 않아

항상 움직임의 반경도 같고, 만나는 사람들도 

지금껏 크게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깨달음이라는 일본인과 결혼을 하고

그렇게 국제커플이 되어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

그리고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며

보고 배우며 느낀 것들을 조금은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아도 그 때,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나도록 묘사하려했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꼭 특별해야하고, 

뭔가 큰 메시지를 안고 있어야할 의무는 없지만 

반복된 일상들에 똑같은 에피소드가 몇년째 

이어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차분히 깨달음과 블로그에 관한 얘길 하면

결론은 늘 쉬엄쉬엄, 편한 마음으로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라고 조언을 한다. 


이날 우린 술을 꽤 많이 마셨고 집에 와서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노트북 위에 야구티켓이 올려져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들어온 깨달음이 한국에 

계시는 이웃님들은 일본에 놀러오면 자기가 

맛있는 정종을 한 잔 사드릴테니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꼭 전해 달라며

불현듯 뭐가 생각났는지 또 중얼거렸다. 


[ 일본에 여행 와서 야구장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주소가 없고,

 호텔로 보내드려도 경기 날짜가 안 맞으면,,

역시, 안 되겠다. 일본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만 해택을 드릴 수밖에..] 

[ 근데,,왜 당신은 매년마다 이 티켓을

블로그 이웃님에게 주라고 해? ]

[ 일본에 사는 동안 여러 군데를 가보는 게

좋잖아, 야구를 안 좋아하더라도 한국과는 

다른 경기장도 보고, 경기장에서 파는 음식도 

먹어보고 그런 게 재밌지 않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에서도 한국 경기장에 가서

서로 응원하고 친구도 만들고 그랬잖아 ]

[ ............................ ]

일본(도쿄)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

다섯 분께 2장씩 보내드리겠습니다.

주소와 성함을 적어주시면 되구요,

어떤 분께 드릴지는 깨달음에게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 댓글창을 열어 두겠습니다 )

깨달음은 해가 바뀌어도 사고하는 게 

전혀 변함이 없고 설득력만 늘어가네요.

글을 쓰는 건 분명 저입니다만, 여러분께 마음과 

사랑을 드리는 것은 깨달음 몫인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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