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사관앞은 언제나처럼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혐한이 시작되면서부터 일본경찰들은 의무적?으로
이렇게 한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근무중이다.
그래도 버스가 한 대인 걸 보니 최근엔 우익들도
코로나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7월에 한국에 들어가야했는데 가지
못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지금 언니가 대신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감증명을 한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위임장을 받아야해서 영사관에 온 것이다.
내 일을 대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고
언니를 귀찮게 해야하는 내 입장이 싫고,
여러모로 내 일로 인해 주변사람에
손을 빌리는 게 너무너무 싫은데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는 일본인
여대생들이 두명 있을뿐 의외로 한산했다.
난 숫자를 알아보기 쉽게 쓰라는 주의를 받아
서류를 재작성하고 나서
10분쯤 지나 확인서를 받았다.
이 확인서를 한국으로 보내면 대리인이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영사관을 나와 우체국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다는
ems로 확인서를 보내고 신주쿠로 이동,
주거래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감증명은 이 확인서가 도착하면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내게 또 남은 숙제는
한국으로 송금이였다.
돈의 출처는 어디이며 송금이유는 무엇인지
수령인과는 무슨 관계인지도 물었고
패스포드, 재류카드, 마이넘버를 제출하고서
접수할 수 있었다.
월급통장과 재직증명서도 일단 챙겨갔는데
굳이 제시하라고 하지 않았다.
송금액이 크면 클수록 의심?를 받는다는데
일단 돈의 출처가 명확하니 괜찮다며
빠르면 하루, 아니면 이틀후에 한국통장으로
입금이 될 거라했다. 그렇게 처리를 하고 나는
또다른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인이 해외송금시, 한도액이 정해져있다고 해서
애초 보내야만 하는 금액을 한꺼번에 보낼 수
없다고해 다른 은행을 찾은 것이다.
그 은행엔 깨달음이 먼저 와 있었고 깨달음은
사업자로, 나는 개인으로 상담을 다시 받고
송금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을 처리하고 우린 커피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커피를 마실거라던 깨달음은 파스타를
주문하고서는 점심을 못 먹었으니
한 숟가락씩 하자고 했다.
깨달음이 크게 한입 내게 권했지만 난 입맛이 없어
사양하고 따끈한 차를 마시며 통장정리를 했다.
일단,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내 일을 남에게 대신 부탁하는 게
내겐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파스타를 반쯤 남긴 깨달음이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나와 함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너무 이르지 않냐고 하니까 직원들도 반 이상이
재택근무중이여서 사무실에 사람도 없고
요즘 한가해서 괜찮단다.
집으로 돌아와 둘이서 멍하게 티브이를 보다가
문득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눈 수술을 몇차례 하셨는데 뿌리를 뽑지
못해서인지 이번에 또 하셨다는 얘길 동생에게
들어서인지 통화가 하고 싶어졌다.
[ 오머니,,식사하셨어요? 다리는 괜찮아요? ]
[ 오메,,수술한 것이 일본까지 알려졌는갑네..
괜찮해, 다 나아가고 있응께..
나는 깨서방을 못 봐서 더 서운해 죽것네~ ]
[ 오모니~코로나 끝나면 만나요,
코로나 조심하세요~ ]
[ 응, 깨서방도 코로나 조심하고 ]
엄마는 코로나 때문에 언제볼지 기약을 못하니
더 보고 싶다며 10월 추석때 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꿈같은 생각을 하신다고 했다.
[ 엄마,,못 가,,기다리지 마시고,,엄마도
건강 조심하시고 또 연락할게요 ]
통화를 짧게 하고 마쳤다.
얘기하면 할 수록 안타까움만 더 할 것 같아서..
옆에서 깨달음은 도대체 언제쯤 한국과 일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지 예측을 못하겠다며
한국 추석때 자기도 가고 싶다고 했다.
[ 깨달음,,못 가,,당신도 그냥 마음을 접어,,]
코로나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거라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코로나 발생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이젠
무리라는 것을 영사관을 나오면서도 느꼈고
두곳의 은행에 앉아 송금용지에 빼곡히 채워내려가는
내 모습에서도 느꼈다.
예전의 생활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흐트러져버린 내 삶의 계획들이 현실로 하나씩
닥쳐오면 난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들이
그리워 몸부림을 치고 있다.
부질없는 울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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