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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의 고령자가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

by 일본의 케이 2016.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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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티어를 하다보면 장애인 가족들 뿐만 아닌 

연로하신 노인들을 찾아 뵐 때가 있다.

자식들은 있지만 출가시킨 후부터 

노령이 된 부부만 단 둘이 사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가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시면

혼자 계시다가 고독사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

동경 23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해마다 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약 3,000명 정도가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우리팀이 찾은 곳은 동경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 서민아파트가 많은 곳이였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는데는 목적이 있었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해지고 있고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연고자로 

사망처리를 하는 케이스가 늘어가고 있어 

지난달에 모든 노인 가정을 방문해 엔딩노트를 

배부했었고 그 엔딩노트의 효과를 조사하고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도착하자 더운데 와줘서 고맙다며

 시원한 녹차를 내 놓으셨다

두 분 모두 80을 넘기신 동갑내기 노부부시다.

할아버님은 쇼파에서 신문을 읽고 계시다가

지팡이를 들고 우리쪽으로 다가 오셨다.

잘 지내셨는지 기본적인 생활 앙케이트를 

차분히 여쭈어보고 뭐가 불편하신지에 관한

 애로사항도 체크를 하는데 우리에게 

보여 줄 게 있다며 안방쪽으로 걸어가시더니

찌라시  장을 가지고 오셨다.

장례식장 견학및, 상담회가 있음을 알리는 종이였다.

1년전에 등록을 해두셨다는데 이번 상담회는

근처에서 하는 같으니 한 가 볼 생각이시라며

장소가  헷갈리는데 확인해 달라고 하셨다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찌라시 이미지)


찌라시를 천천히 읽어봤더니 비슷비슷한 이름의

장례식장안치소, 그리고 상담회가 열리는

 장소가 지도로 그려져 있는데 내가 봐도 약간 

 헷갈리게 그려져 있었다. 상무님이

장소를 확인하고 A4용지에 알기 쉽게 지도와 

전화번호도 큼직하게 적어서 드리면서 걸어서

 그곳까지 가시면 20분이상 걸리니까  

그냥 택시 타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운동삼아 천천히 걸을 거라고 하신다.

(앤딩노트 이미지)


옆에서 듣고 할아버님이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시면서 행여나 할머니가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버리면 

혼자 남은 당신이 뒷정리를 해야하니까 

알아 두어야  것 같다고 상무님이 

그려놓은 지도를 쳐다보시자, 혹

두 분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에게 

전화 주시라고 상무님이 자기 전화번호 알고

 계시냐고 몇 번 확인을 했다.

그러자어머님이 당신들 자식 얘기를 꺼내셨다

혹 무슨 일 있으면 자식에게 전화를 해야하는데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산 지가 몇 년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면서 그래도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쳐선 되니까 행여 누구 한 쪽이 

무슨일이 생기면 상무님께 미리 전화를 하겠다고

 만의 하나 아들들과 연락이 안 되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아주 간소하게 

장례식을 부탁한다고 하셨다.

[ 아드님, 언제 보고 안 보셨어요? ] 

실장님이 물었다.

[ 아마 10년은 됐을 거야] 옆에서

 할아버지가 얼른 대답을 하신다.

[ 아드님하고 정말 연락이 안 되면 안 되는데

전화번호는 그대로인가요?]

[ ,1년 전에 해봤더니 받기는 받았어..]

[ 사이가 안 좋으셨어요? ]

[ 아니,그냥 결혼해서 자식들은 자식대로 살고

 우리는 우리대로 사는 거지 뭐…]

[ 많이 보고 싶으시죠? 안 보고 싶으세요? ]

[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지 뭐…]

[ 아드님이 교직에 계신다고 하셨죠? ]

[ ,우리 아들이 공부를 잘했어,

00대학 나왔거든..]

[ 이젠 자주 전화하셔서 얼굴도 좀 

보여달라고 하시면 좋을텐데…]

[ 아니야많이 바빠그리고 이젠 우리가 

아들에게 해 줄 게 없잖아, 그니까 조용히 

신세지지 않고 살면 돼,, 

죽는 일 밖에 안 남았는데 뭘,, 

둘이 함께 같은 날에 가면 제일 좋은데..]

두 분이 번갈아서 말씀을 하시는데 

얼굴이 아주 편안해 보였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남겨줄 재산이라고는 이 허름한 아파트 뿐이니 

이 아파트 처분해서 장례비용으로 써주고 

연금통장에 아주 적지만 몇 십만원

 남았으니 그것도 정리를 해주라시며 아들에게 

마지막까지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하셨다.


상무님이 벌써 그런 소리 하시냐고

 이런 얘기는 물론 우리들에게 하는 것도 

좋지만 아드님께 한 번 얘길 하시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드렸던 엔딩노트에

은행계좌보험신용카드장례형식상속까지도 

대충 적어 두시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원하는

 친척들 이름들도 적어 두는 

좋을 거라고 형식 따지지 말고 조금씩 

적어보시라하 알겠다고 대답하셨고

좀 더 리얼하게 상무님이 말을 이어갔다

[ 응급실에 가시게 되면 생명연장 

조치를  생각이세요?  마지막은 그냥

  집에서 보내실 거면 그것도 적어 두세요 ]

두분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리셨다.

집을 나오면서 건강하시라고 내가 한번씩

두 분을 안아드렸더니 두 손을 모으고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시더니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거실에서 뭘 가져와 내게 건네 주셨다.

상무님과 하나씩 먹으라며

 땅콩센베이를 두개 건네주셨다.

세상 어느 부모나 자식을 향한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인데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시고 자식에게 

끝까지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의 마음 자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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