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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시아버지의 부탁을 들으며

by 일본의 케이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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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시아버님이 폐렴과 심부전으로

응급실에 가셨다는 서방님의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담냥염 치료도 함께 했는데 바로 안정을 

찾았다고 괜찮다는 메일을 주셨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시골에 내려갈 준비를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진짜 안 내려와도 된다는 연락을 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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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깨달음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특별한 것 없다며 위독한 게 아니니까

올 필요없다는 서방님의 말을 똑같이 전했다.

[ 그래도 주말에 잠깐 다녀와야겠어 ]

[ 응 ,, 알았어 ]

[ 아니, 당신은 안 가도 돼. 일 있잖아 ]

[ 그래도 가야지]

[ 아니야, 나만 잠깐 얼굴만 보고 올거야 ]

[ 나도 가야되지 않아? ]

[ 당신이 이번에 없으면 안 되는 일이잖아,

많이 진정되었다고 하니까 나만 잠시 

다녀오면 돼, 그리고 시골집에 도둑이 못 

들어오게 바리케이트를 부탁해 놔서

 그것도 잠시 확인해 보고 올거야 ]

아니라고, 나도 꼭 간다는 말을 못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난 빠질 수 없는 큰 행사에

참석해야할 스케쥴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날, 깨달음은 시골로 바로 향했고

병원에 도착해서 바로 내게 아버님 사진을

보내왔다.

핼쑥해진 모습이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든다.

전화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여서 내 마음만 간단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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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계시는 병원에 들린다음 시골집

 사진도 보내왔다. 현장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놔도 크게 효과를 못 볼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소릴 듣고 부동산 관리자에 가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집을 처분하지 않을테니

 가끔씩 무사한지 봐 달라는 부탁을 했단다.

[ 잘 했어...깨달음..]

[ 도둑이 들어도 가져갈 건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살아계실 동안 만큼이라도

그대로 남겨둬야 될 것 같아서..옷가지며

앨범들,아무런 정리도 못했는데

다음에는 시간내서 정말 정리해야 될 것 같애 ]

[ 그래..] 

 

남편 가슴에 슬픔이 묻어나던 날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온 깨달음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많이 마셨냐고 물었더니 소주 세 잔정도 했다면서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한 시간쯤지나 다시 깨달음 방에 들어가봤

keijapan.tistory.com

 

 

그리고 2시간쯤 지나 버스를 기다린다며

 커피숍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버스에 오르기전 마지막 보내온 사진은

 어릴적부터 다녔던 집 근처 신사였다.

이번에도 깨달음은 많은 기도를 했을 것이다.

 

깨달음이 집에 도착한 건 9시가 다 되어서였다.

저녁은 신칸센에서 간단하게 해결했다는 

깨달음 얼굴이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 어땠어? 사진에 아버님은 살이 좀 빠지신 것

 같던데, 많이 좋아지셨어? ]

[응, 근데 아버지가 장례식을 하지 말래 ]

[ 뭔 소리야? ]

[ 응, 直葬(ちょくそう)로 해달라고 하셨어 ]

[ 직장? 直葬(ちょくそう)  ]

 직장이란,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장례지도사가 

가족의 참석 하에 염습을 한 후 화장장으로 

가기 때문에 조문객도 필요치 않고

정말 자식들만 있으면 되며 

 음식제공이나 답례품, 마지막 염불을 해주는

스님에게 제공되는 인사비 등의 경비도

 필요하지 않는 새로운 장례방식이다.

[ 왜 갑자기 그런 말씀 하신 거야? ]

[ 예전부터 아주 간소하게 유골자체도 납골당에

넣을 필요없다고 그러셨잖아 ] 

[ 그러긴 하셨지만,,]

이번에도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장례를 굳이 할 필요도 없고, 단지 내가 너희들의

아빠였다는 것만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죽으면 다 소용없는 짓을 할 필요없다며

예전에 나와 있을 때 했던 말씀을 그대로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깨달음도 알겠다고 이번엔 확실히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아버님이 원하시는 것도 있지만

요즘 장례 추세가 직장(直葬)으로 간소화 되어 가니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실제로 기존의 일반장례의 가족장이 점점

간소화 되면서 직장(直葬) 이라는 

장례방법을 택하는 가정이 5건에 1건의 비율로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남은 자식들에게 

장례비용의 부담및, 민폐를 덜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있다.

실제로 일반 장례식 비용(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격대를 종류별로 보면 일반장례는 

1000만원~1200만원, 

가족장일 경우 800만~1000만원, 

일일장례가 400만원~600만원, 

직장(直葬)이 150만~300만원이었다.

또한,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묘를 돌 볼

 후손이 없어 폐묘를 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폐묘廢墓란 자손대대로 유지 관리해 온 무덤을

 정리, 철거하고 사찰이나 묘지 관리인에 

묘터를 반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로장(ゼロ葬)이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제로장이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장례를 의미하며 가족이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고인을 24시간 안치 후에 화장한 다음

 유골도 화장장에서 인수하지 않으며,

묘지 조성및, 안치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2018년 3월 NHK에서 실시한 앙케이트에서

후손이 묘지를 관리해 주길 원하느냐의 물음에

답변자의 67%가 아니라고 대답했고

그 이유로는 역시나 자식들, 후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성묘를 가기 위해선 시간과 금전이 필요하고

 사찰에 맡겨두면 유지비가 든다. 납골당에 모셔도 

관리비가 드는 세상이다보니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편한 선택을 하게 만들어놓고 떠나시려 하고 

아예 죽음과 동시에 자신의 마지막 

흔적을 아무것도 남기려 하지 않는다.

[ 깨달음, 당신,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

[ 응, 아버지가 그렇게 해달라고 하셨으니까 

그대로 해드려야지, 그래도 난 유골을

조금 담아서 내 책상에 넣어 둘 생각이야 ,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으니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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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비용을 몇 백만원이나 사용할 것 같으면

생전에 자식들과 맛있는 거 먹으면서 즐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는 시아버지..

이번에 응급실에 들어가시면서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피해를 덜 주는 길일까 생각하셨는지

깨달음을 보자마다 그런 말씀을 쏟아놓셨다니

그 부탁을 들어드리는 게 자식된 도리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복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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