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일본 신입사원이 보낸 사죄편지

by 일본의 케이 2015. 2. 2.
728x90
728x170

 어제 아침, 내 책상에 놓여있던 도면과 작은 소품.

이사할 맨션에 가구 배치를 나보고 직접 해보라고

깨달음이 실물 사이즈를 축소한 미니츄어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였다.

저녁엔 계약날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었다.

김치 냉장고, 더블침대, 장농, 책장등등 사이즈까지 쓰여진 작은 종이 모형이 잘라져 있었다.

큰 방, 작은 방에 몇 개 가구들을 놓아 보다가 나도 외출을 했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대편 부동산측에서 집을 팔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이해가 안 되서 차분히 설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마음이 변한 것 같다고, 집을 팔 수도 있고 안 팔수도 있다는 말을 꺼냈단다.

[ ............................ ]

그래서 지금 대출은행에서 크레임 전화를 그 쪽 부동산측에 넣고 있으며

우리쪽 부동산측에서도 무슨 소리른 하는 거냐고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머릿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길래 알겠다고 일단 집에서 다시 얘기하자고 전화를 끊고

우리 서로 각자의 하던 일을 서둘러 중단하고 집으로 향하며 그동안 일들을 거꾸로 되돌려 보았다.

이사할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먼저 그 집을 사겠다는 가계약서를 작성 했었고,,,

 집주인이 대출이 확정되야만이 계약을 하겠다고 하길래

 3개월전에 대출심사에서 통과된 금액을 인증서로 첨부를 했다.

왜냐면 대출심사 기간이 2주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에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대출심사기간에 기다려 달라는 의미로 첨부를 한다고 그랬는데도

확실히 대출이 확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대출은행에서도 집주인 요망에 맞춰 서류심사를 3일 앞당겨 대출을 통과시켜 주었고

그렇게 대출 확정을 받고 계약을 하려고 하니까

집을 안 팔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지.....

 

집에 도착을 해 일단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셨다.

불쾌한 기분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눈을 감고 차를 마셨다.

깨달음이 집에 도착한 건 내 머그컵의 홍차가 바닥을 보일 무렵이였다. 

자리에 앉기도 전인데 전화가 계속해서 빗발쳤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우린 둘이서 차분히 얘기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우리들이 내린 결론을 각 부동산측, 그리고 대출은행에 통보를 했다.

다음날, 깨달음은 각 부동산에 가서 진상규명및 원인, 그리고 사태정리를 했고

난 대출은행에 찾아가 죄송하다는 말을 거짓말 보태서 1,000번은 하고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은행문을 나올 때까지 정말 1,000번을 했던 것 같다.

일부러 대출심사 기간도 단축시켜 주셨는데 너무 죄송해서,,,  

다음날 아침 우리 부동산측 담당자에게서 온 사죄의 편지..

 

깊게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으니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는 내용이였다.

실은 자기도 상대 부동산측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기의 과실이 있었다고 죄송하다는 사과 글,,. 

구마모토 출신에 동경생활2년을 맞이한다는 24살의 사토(가명)군.

몇 달동안 우리에게 집을 소개하면서 자기 얘기를 조금씩 했었다. (깨달음이 꼬치꼬치 많이 물어 봤음)

혼자 자취하는데 시골에서 어머님이 이것저것 보내주신다는 얘기도 했었고 

동경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곳이라는 얘기도 했었다.

빵집에서 메론빵을 사 사토군에게 하나 건네주자 겸연쩍게 받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던 사토군.

 

편지를 읽는데 왠지 짠한 생각도 좀 든다고 그랬더니

그렇지 않아도 어제 깨달음이 사무실에 찾아 갔을 때,

상사에게 엄청나게 야단맞고 있던 중이더라고

손해배상 청구해도 되는 사건인데 사회 초년생의 실수니까 간략하게 충고만 했단다.

사토군 잘못은 그렇게 없지 않냐고 그랬더니

상대 부동산측에서 사토군을 얕잡아 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있고

아직 어리고 신인이여서 추궁해야할 부분들을 파악하지 못한 게 사토군이 잘못한 점이란다.

 제일 나쁜 건, 대출심사까지 다 하게 하고 대출이 되니까

안 팔겠다는 그 집주인이지만 그런 집주인의 심경변화를 일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지 않은 상대 부동산측이 70%나쁘고

 30%는 그걸 철저하게 파악하지 못한 우리쪽 부동산측도 과실이 있으니 야단을 맞는 게 당연하단다.

 

그간에 있었던 상대 부동산측의 태도와 집주인의 심경변화를

하나 하나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속이 상하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당행인게 우리가 집이 없었다면 정말 고소라도 해서

어떻게든 이사를 하네 마네 했을텐데

이 집도 있고, 한국에도 집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냐고

그 집하고 인연이 아니였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잔다. 

깨달음에게 내 책상에 놓여있던 도면과 미니츄어들을 돌려 주면서

바(BAR)같은 집이 컨셉이네, 집들이를 하네 마네,,,

http://keijapan.tistory.com/625 (관련 글- 집처럼 편한 바)

김칫국을 너무 마셔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주 해맑은 얼굴을 하고 날 쳐다보면서

 그냥 우리 한국에서 살아라는 운명인 것 같은데 한국으로 갈까?라고 물었다.

[ ......................... ] 

도대체 이 남자의 포지티브 발상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갤러리든 바(BAR)든 한국에서 하라는 뜻인지 모르니까

교회에 갈 때마다 기도하면서 예수사마에게 물어보란다.

어이가 없어 빤히 쳐다봤더니

두 손을 모으고 한국말로 [예수사마, 한국 가요? ]란다. 

[ ......................... ] 

그렇게 우린 또 이사를 못하고,,,, 다시 집 찾기를 해야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말, 그냥 한국 가서 살아라는 뜻인가,,,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