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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본 이모부에게 초딩 조카가 보낸 연하장

by 일본의 케이 201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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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간격으로 우체국 아저씨가 우편물을 가져다 주셨다.

첫번째는 명절이였고 두번째는 한국에서 온 EMS였다.

마지막날이여서 연하장을 포함해 우편물이 너무 많다고

두번째 오셨을 때는 숨을 헐떡거리셨다.


 

하나는 조카 태현이가 보낸 신년카드이고

또 하나는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것이였다.

먼저 이웃님이 보내주신 신년카드를 열어 보고 너무 맘에 든다고

왕이 입는 한복아니냐고 역시 센스가 있네,,, 치마저고리도 귀여운데 

 왕비 한복이 아니라고 자기 것이 더 좋다며 입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갔다.

 

다음은 태현(초딩3년)이가 보낸 신년카드였다.

속을 열어보기 전에 카드 디자인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한국문화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고 참 보기 좋단다.

자기 카드에 있는 십장생 그림들은 어머님 안방에 있는 장농에 그려져 있던 그림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단다.

[ .......................... ]

 

 

드디어 태현이 카드를 열어보니 첫마디가 사장님(이모부)이라고 적혀있다.

태현이는 처음 깨달음을 만났을 때 사장님으로 알고 있었고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깨달음 호칭이 우리집에서 [사장님]으로 통했기에

아직까지도 이모부보다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더 정겹게 생각한다.

 

정말 세월이 빠른 것 같아요, 사장님도 회사 사장님 하느라

 또 이모 간호하느라 참 힘드셨죠? 라고 적혀있다.

깨달음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뉘양스도 그대로 전달하며

해석해 줬더니 [사장님]이라는 직책이

무슨 직업놀이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죽는다고 웃는다.

사장님 하느라 고생? 이모 간호하느라 고생?

날 간호하느라 고생했다고 적혀있어 어이가 없다고 그랬더니

역시 자기 맘을 알아 주는 건 태현이 뿐이라고 기특하단다.

[ ........................... ] 

혈육인 나보다 당신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그랬더니

깨달음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어머님부터 시작해

한국 가족들이 다 자기를 좋아해 주신다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다음에 태현이가 일본 오면 사무실에 데리고 가서 [사장님]의자에 한 번 앉아보라고 하고

현장에도 데리고 가서 어떤 지시를 하고, 어떤 것들을 체크하는지도 보여주고 싶단다.

직업체험장에서 하는 것보다 직접 24시간 자기를 따라 다녀보면

[사장님]이 얼마나 피곤한 직업인지 알 수 있을 거라면서 또 웃는다. 

[ ........................... ]

[ 내년에도 한국에서 같이 놀러 다녀요]라고도 적혀있으니까

한국어 공부 제대로 좀 해야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태현이와는 서로 마음이 통해서 말이 필요없단다.

한국말을 못해 서로 대화가 안 되는데 초딩하고 마음이 통하면 얼마나 통한다는 소리인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일어도 적혀있고 더블하트가 있다고

자길 좋아하는 마음이 팍팍 느껴진다고 기분이 좋단다.

 마지막엔 [ Always we love you ]라고 무슨 연애편지 쓰듯이

 마지막을 장식한 조카의 신년카드....

내일 당장 레고사러 가야겠다면서 카드를 소중하게 자기 서랍에 넣는 깨달음. 

웃기면서도 건방지면서도 약간 질투가 나는 카드였지만,

아무튼, 2015년도 깨달음과 우리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 행복한 시간들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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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덕분에 행복한 2014년이였습니다.

좋은 인연, 좋은 만남에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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