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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친구들에게 먹여보고 싶은 한국음식

by 일본의 케이 201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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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우리 서로 너무 바쁜 상황이였다.

부동산 측에서 급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어하는 심정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우린 우리대로 사정이 있었다.

1년을 꼬박 채우고 나서야 우리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둘러보는 그 짧은 시간에

내 마음이 이미 결정을 하고 있었다. 바로 이 집이라고,,,,

그래서 계약을 하기 위해 퇴근을 하고 급하게 다함께 모였다.

 

일단 매입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그 다음은 대출신청이였다.

모든 은행에서 나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이 한 군데 있었지만 내 저축액보다 작은 액수였다.

영주권이 있고 직업이 있어도 대출의 문턱은 높디 높았다.

외국인이라는 마이너스 요소도 작용해서인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몇 억이 되는 대출을 안 해주는 것처럼

이곳 역시도 당연한 거라 스스로를 위로 했던 시간이였다.

그러다가 어렵게 알게 된 작은 금융기관에서

흔쾌히 대출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한 시간이 넘는 서류들을 작성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대출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대출이자, 상환액 등등 그런 리얼한 얘기들도 나눴다.

그리고 부동산 직원이 걱정했던 부분도 함께 고민했다.

일본의 경기가 지금 별로 좋지 않지만 알부자들은 어마어마한 현찰을 갖고 있기에

우리가 계약한 맨션이 혹 투자를 노리는 업자들 귀에 들어가면

바로 현찰로 매입을 할 거라고,,, 그렇게 되면 맨션 주인은 

우리와 상관없이 그 사람들에게 팔아 넘길 거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대출 심사가 빨리 끝나야 되는데 조금 걱정 된다는 얘기였다.

이 부분은 깨달음 명의가 아닌 내 명의로 해야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에

깨달음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부분이였다.

 

애태우고 조마조마해도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우리 집이 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넘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오버스럽게 깜짝 놀래는 액션을 취하더니

나보고 케이가 올 해는 긍정모드로 간다면서 아주 좋은 징조라고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며 그럼 지금부터 [집들이] 얘길 하잔다.

[ ............................. ]

먼저, 이사를 하면 우리 결혼식 때처럼 초대명단을 짜서

친척, 가족, 친구 모두 초대를 하잔다.

시댁팀, 한국 가족팀, 일본 친구팀, 한국 친구팀,

한일을 포함 다국적 친구팀으로 나눠서 매일 파티를 하잔다.

우리집이 호텔 연회장이냐고 맨날 파티하고 살게라고 쏘아부쳤더니

그냥 계속 긍정모드로 가주란다.

 

한국에서 어머님이 오실 때 이것저것 장만해 오실텐데

자긴 꼭 [홍어]를 가지고 오시라고 부탁을 할 거란다.

일본은 파티 때 사시미가 있듯이 [홍어]도 사시미이니까 꼭 있어야 한단다.

미식가들인 자기 친구들이 [홍어]를 처음 접하면 무슨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고

[홍어]의 참 맛을 가르쳐 주고 싶다며 상상만해도 재밌단다.

여수의 유명한 [간장게장]도 있어야하고

목포의 [세발낙지]도 있으면 좋겠는데 아마 여기까지 가져오면 죽어버릴 것이라고

그러면 [낙지볶음]을 하면 되고 [꼬막]도 초대음식으로 필요하단다.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어가면서

어머님이 끓여 주신 [육개장][ 토란국] [병태구이][전복죽][굴전]

[닭도리탕] [밤이 들어간 갈비찜][잡채][도라지나물][꽈리고추 조림][호박나물] 등등

[ .......................... ]

파티음식이 아닌 집반찬들까지 자기가 먹어 본 걸 죄다 읊고 있는 깨달음.

듣고 있으면서 음식 이름은 어쩜 저렇게 잘도 기억하는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긍정적으로 말을 하긴 했지만 아직 대출이 성립된 것도 아닌데

급하게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깨달음.,,,

어머님 연세 드셔서 음식장만 하려면 고생하신다고

 이제부터 한국가면 외식하자고 말했던 기억이 안나냐고 그랬더니

[ 집들이]때는 어머님께 조금 해주시라고 자기가 부탁하면 들어 주실거라며 걱정말란다.

그 뒤로도 깨달음은 [홍어]를 자기 친구들에게 꼭 먹여야 한다고 계속 얘길 했고,,

난 그 얘기를 그냥 계속 들어 줬다. 

집들이 얘기를 하는 동안 나 역시도 그 광경들을 상상했었고

괜시리 들뜨고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대출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약간의 불안감이 남아 있지만

깨달음 친구분들께 [홍어]맛을 제대로 보일 날이 곧 올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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