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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본인 사위를 생각하는 친정엄마의 마음

by 일본의 케이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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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곳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난 사시미를 거의 못 먹었지만 다양한 메뉴가

많아서 서로가 좋아하는 걸 맘껏 주문한다.

깨달음은 사시미를 위주로 나는 덴뿌라를 

시작으로 구이, 초무침, 조림등을 시켜 놓고

정종을 마시다보면 술이 술술 잘 들어간다.


오랜만에 와서인지 깨달음 손길이 바쁘다.

[ 당신도 이 사시미 한 번 먹어보면 좋은데, 

이거 한번 먹어볼 거야?]

[ 먹으려면 먹을 수 있는데 배탈이 나서 그렇지..

내 장 속에 균들은 날생선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 ]

[ 먹다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

[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초밥도 잘 먹고,

탈이 없는 걸 보면,,그래도 사시미는 특히

등푸른 생선은 아직까지 거부해, 뱃속이 ]

이렇게 맛있는 사시미맛을 알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깨달음은 안타깝단다.


정종을 한 병 더 주문하고 우린 열심히 먹었다.

[ 아, 우리 자매들 계모임에서 보내준

 축하금, 당신 통장에 넣어줄까? ]

 [ 아, 생일 축하금, 한국에 있는 통장에

넣어두는 게 낫지 않을까? ]

[ 근데 계좌를 너무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

있는 것 같던데. 몇년 됐지?.다음에 한국에 

가서 한번 정리를 해야될 것 같애 ] 

 결혼하고 얼마 안 되서 만들었던 통장인데

개설만하고 아무런 거래가 없어서

아직까지 괜찮을까 걱정된다며 해외 어디에서나 

편하게 입출금할 수 있는 은행이 시티은행 외에

 다른 곳이 있는지 우린 집중해서 검색을 했다.


돈을 분산시켜 둘 것이인지, 각 은행의 장단점,

한국에 귀국했을시, 어떻게 이용해야하는 게

현명한 건지 그런 얘기들이 오갔다.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오고 우린 집으로 

향했고 맨션 현관문을 여는 순간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낸 소포가 도착을 했는데 과자며 

사탕이며 약이며 카스테라며 하나씩

 꺼내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 깨서방이 나같은 것을 생각코 이렇게 하나씩

사서 챙겼다고 생각한께 미안하고 고맙고,,] 

[ 근데, 왜 우셔? 뭔 일 있었어? ]

[ 아니,,이 소포를 본께 옛날 생각도 나고,

깨서방도 보고 싶어서,,,]


[ 내가 깨서방한테 해준 것이 없는디,,어째

 깨서방은 이렇게 잘한지 모르것어...

지난번에 명품이라고 마후라 사줬는디,,

내가 아까운께 아낄라고 안풀어보고 그랬는데

 깨서방이 맘에 안들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면서? 그것이 아니고 아까운께 

허드레로 하믄 안 될 것 같아서 

고히 모셔놓고 싶어서 그랬는디 지금 

생각해본께 그 자리에서 펼쳐서 목에 두르고 

고맙다고 했어야 한디..내가 멍청했어..

괜히 깨서방한테 서운한 마음 들게 해서

생각하믄 생각할 수록 미안해 죽것어야 ]

 [ 아니야,,엄마,,깨서방 그렇게 생각 안 해 ]

[ 아니여,,내가 생각이 짧았어..집에 올 때마다

 맛난 것을 좀 해주고 싶어서 준비를 한다고

 해도 가고 나면 서운한 생각만 든다 ]

[ 무슨 소리야, 엄마가 전복이며 낙지며,

깨서방 좋아한 것만 매번 준비해 주셨잖아]


[ 가만히 생각해 본께 내가 니기들 덕에

 산 것 같다. 니가 옷이고 가방이고 다 사주고 

용돈도 맨날 주고 크루즈도 보내주고,,내가 

너랑 깨서방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죽것다 ]

[ 그런 말씀 마셔,근데 엄마는 깨서방이 이뻐?]

[ 응, 나는 깨서방이 귀엽드라..한국말도 못한디

아침이면 눈 뜨자마자 손을 배꼽에다 대고

오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를 하믄

얼마나 귀여운디.글고 하는 짓이 이뻐잖아, 

말은 못 알아먹어도 알아들을라고 눈을 껌뻑껌뻑

함시롱 애기같이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으믄 

짠해 죽것어. 얼마나 말이 하고 싶겄냐,,

지난번에 하필 깨서방 왔을 때 변기가 고장나서

그것도 고쳐주고 전등도 갈아놓고 가고,,

내가 화장실 갈 때마다 깨서방 생각이 난다.

   뭘 먹어도 맛나게 먹고 웃는 것도 순진하고,,

말이 안 통해도 살갑게 굴잖아,

그래서 보고 싶고 그런다야 ]

https://keijapan.tistory.com/1229

(우리에겐 너무 짧은 한국에서의 시간)


사위를 향한 넘쳐나는 장모님의 사랑을

진정시켜 드리고 겨우 전화를 끊었다.

샤워중이여서 깨달음을 바꿔 드릴 수 없었지만

일본에 놀러오시라고 했더니 혼자 갈 수 있으면

12번도 가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의 감성폭발 원인이 내가 보낸 소포에서

발단이 된 건 사실이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혼자 사시는 게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고

 약해진 환경적 요인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부쩍 외롭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어 하신단다.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라는 말이 맞듯이

깨달음은 우리 엄마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고마우신지 엄마는 깨달음을 볼 때마다

 말 못하는 자식(한국어)를 보는 것처럼

 안쓰러워하셨고 해외에 사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듯했다.

그래서도 깨달음은 광주 엄마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엄마는 그런 깨달음을

위해 극진하게 대우를 해주신다.

만약에 사위가 깨달음(외국인 사위)이 아닌 

다른 남자였어도 이렇게 예뻐했을까 의문이

생기다가도 깨달음이여서, 깨달음이기에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사위가 보고 싶다고 눈물 보이는 친정 엄마를

 위해 조만간 보여드리러 가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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