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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미역국을 처음 먹어 본 일본인 산모

by 일본의 케이 201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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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를 사기위해 문구점에 잠시 들렀다.

깨달음은 숟가락이 달린 봉투가 귀엽다고

했지만 난 그냥 병아리모양의 봉투를 사와

 축하메시지를 간략하게 적었다.

그리고 바로 음식들을 만들었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칼칼한 순두부가 먹고싶다고 했었다.

10일 전, 깨달음 사촌 조카가 여자 아이를 낳았다.

결혼도 우리와 같은 해에 했고

와이프가 재일동포 3세라는 것도 있고 해서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조카부부 모두가 한국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우리가 한국식당을 소개하기도 하고

김치를 담그면 잊지않고 보내주곤 했었다.


 

 

먼저 김밥을 싸놓고 산모니까 미역국이 필요할 것 같아

 미역국과 순두부를 동시에 끓이면서

 와이프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나물들도 무치고 창란젓 양념도 다시하고

 오징어채도 볶고,,, 일단 조카집에 가서

데워서만 먹을 수 있게 최대한 모든

준비를 하느라  너무 바빠서

깨달음에게 김밥 말아둔 것 좀 잘라서

 넣어달라고 했더니 좋다고 흥얼거리면서

피크닉 도시락통에 담았었다.

 

다 했다고 해서 가 봤더니 이쁘게 잘라서 넣긴 했는데

 김밥 위에 깨범벅을 해놓고 김밥 꼬투리는 따로 넣어져 있었다.

묻기도 전에 자긴 꼬투리를 좋아하니까

자기 도시락을 따로 챙겼단다.

깨가 너무 많다고 하니까 깨가 많아야

고소하다고 그냥 냅두란다.

[ ........................ ]  

 

그렇게 우리가 준비한 음식들을 싸고

삼계탕과 냉면까지 챙겨서 집을 나섰다. 

전철로 30분을 가는내내 국물이 샐까봐 조심조심,,,,,

 

2년전 왔을 때와는 방 안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뭐니뭐니해도 방 안 가득히 아기 냄새가 풀풀 풍겼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좋은 냄새이다.

인간의 뇌를 맑게 씻어주는 듯한,, 

쇼파에 누워있는 신생아를 보고

깨달음이 얼른 손가락을 만져보면서

너무 작다고 부서질 것 같다면서 여자아이여서 귀엽단다.

 

난 음식들을 꺼내 하나씩 주방으로 옮기는데

조카 와이프가 와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나물이라고 너무 좋다면서 순두부만 부탁드렸는데

미역국까지 해오셨냐고 근데 왠 미역국이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산모가 한달가량 미역국을

먹는다고, 피를 맑게 하고 모유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먹는다고 그랬더니 처음 듣는다면서 미역이 그런 효능이 있냐고

한국엔 산후조리원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미역국 먹어야 한다는 건 처음알았다며 참 신기하단다.


 

 따끈하게 데워진 미역국을 먹어보고는

 일본미역하고는 질이 다르고

씹는맛이 있고 처음 느끼는 식감이라면서

미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입안에서 천천히 

천천히 음미하듯이 먹었다.

 미역이 원래 이런 맛인지 몰랐단다.

한국식당에서 먹은 미역국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약간 다시마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일본 미역은 부드럽고 작게 잘라진게 기본인데

이 미역은 굵고, 쫄깃하고, 미역귀도 붙어 있다면서

30년 넘게 먹어온 미역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면서

일본미역보다 영양이 듬뿍 함축되어 있는 맛이라고

소고기와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단다. 

이렇게 국 이외에 다른 반찬은 어떻게 해 먹는지도 궁금해 했다.

미역의 종류가 많아서 국전용도 있고

초무침해서 먹는 미역도 있고, 볶아서 먹기도 하고,

냉국에도 넣고, 미역쌈도 있고,,, 

일본은 미역을 된장국 건더기로 많이 사용하는데

한국은 된장국에 미역을 넣지 않냐고도 물었다.

[ ........................... ]

된장국은 된장국, 미역국은 미역국으로 따로 끓인다고

된장국에 미역을 넣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렇게 뽀얀 국물을 내니까 된장국에 넣을 수 없겠다면서

한국은 음식하나에도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먹는 것 같단다.

자기네도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그렇게 먹고 다녔지만

이런 오리지널 미역국은 처음 먹는다며

모유가 잘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한그릇을 깨끗히 비웠다.

 

그렇게 산모의 식사가 끝나고 

우린 오후에 또 다른 약속이 있어 조카집을 나오며

삼계탕도 산모에게 좋으니까 꼭 챙겨 먹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저녁무렵, 집에 돌아 왔을 때 산모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맛있는 음식들 고마웠다고 

바로 비빔밥을 만들어 보았다면서 사진까지 첨부해 보내왔다.

조카집을 나설무렵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나물들 넣고 한 번 해보라고 그랬더니

 우리가 가고 저녁으로 만든 모양이였다.

그 문자를 본 깨달음이 자기는

재일동포 3세여서 왠만한 한국문화는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더 모른다고

다음에 당신이 한국음식 만드는 것도 좀 가르쳐 주란다.   

[ ............................. ] 

산모가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니까 한국스타일로

먹고 쉬는 게 몸에 맞을 것 같다면서,,

 조카 와이프에게 답장을 보냈다.

맛있게 잘 먹어줘서 나도 고마웠다고

혹 미역국이 더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아무튼, 모유도 많이 나와서 아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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