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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입원 하던 날, 남편에게 감사

by 일본의 케이 2017.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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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입원실로 안내를 받았다.

아무도 없는 4인실에 깨달음과 둘이서

잠시 멍하니 앉았다가 짐을 풀었다.

[ 수술복으로 바꿔 입으세요,수액 맞으셔야

하니까,,수술은 10시 30분입니다.

안에 잠시 검사가 있을 거에요 ]

[ 네..]


아침일찍 나오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깨달음에게 아침을 먹고

오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 진짜 나는 괜찮아, 어차피 수술전엔

못 먹잖아, 그니까 당신은 먹고 와 ]

[ 진짜? 그럼 이 앞에 편의점 다녀올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 왔을 때 나머지 침대의

환자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모습에 놀란 깨달음은 

침대 모서리에 앉아 숨 죽인채  빵을 먹었다.

[ 나 수술 끝나면 당신 회사 갔다 와]

[ 응,,수술 끝나면 잠깐 다녀올게] 


10시 20분,수술실로 들어가는 나를 깨달음이 

뒤에서 찍어둔 모양이였다.

약 1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어보니 난 침대에 누워있었고

깨달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많이 아파?]

[ 응,,생각보다 아프네,,지금 몇 시야? ]

[ 12시 다 되어 가,,]

[ 당신 회사 가 봐,,]

[ 응, 조금 있다가 갈게..]



깨달음이 회사에 가고 난 혼자서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30분마다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때에 잠시 눈을 떴던 것 같다.

저녁, 6시,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느꼈고

눈을 살포시 떠 보니 탁자에 

뭔가를 올리고 있는 게 보였다.

깨달음이 땀이 범벅이 된 상태를 하고

장어덮밥 도시락을 사 온 것이다. 

[ 왜 이렇게 땀을 흘려? ]

[ 이 장어집이 유명해서 30분이상 

기다린데다 식을까봐 빨리 걸어왔더니 

땀 난거야] 

[ 천천히 와도 되는데,,,,]

[ 여기 식사시간에 맞춰야하잖아,

그리고 병원식은 맛이 없으니까

이런 영양식을 먹어야 돼~]


도시락을 열었더니 따끈따끈함이 전해져오고

땀을 흘려가며 사가지고 온 깨달음의

정성까지 더해져서인지 참 맛있게 먹었다.

[ 당신이 사 와서 더 맛는 것 같애. 고마워 ]

[ 역시 나 밖에 없지? 지난번 블로그에 

날 그렇게 나쁜놈으로 쓴 거 후회하지? ]

[ ............................ ]

[ 후회는 안 해, 실제로 느낀대로,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이니까..그리고 지금까지 당신을 너무

좋게만 그린 것 같아서 이제부터는

그냥 좋은 점, 나쁜 점 모두 적을 거야 ]

내 말에 무슨 반박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깨달음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도시락만 먹었다.

7시 30분이면 면회시간이 끝난다는 방송이

10분전부터 흘러나왔다. 

[ 집에 가서 당신도 좀 쉬어, 아침부터 고생했잖아]

[ 혼자 괜찮겠어? 이제 통증은 없어?]

[ 응, 참을만 해 ]

[ 참지말고 힘들면 간호사 불러, 

저기 벨 누르면 돼]

[ 알아,,]

[ 새벽에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

[ 그럼, 내일, 일찍 올게]

[ 응, 조심히 가 ]

 깨달음이 커텐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손을 흔들었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 웃기지말고 얼른 가~웃으니까 배 아파,,]

[ 미안, 진짜 간다~~안뇽~~]

깨달음이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난

집에서 챙겨온 책을 펼쳤다.

옆 침대의 환자분도 책을 읽는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커튼사이로 들려왔다.



옆으로 뒤쳑이기만해도 묵직한 통증이

계속되었고 그럴때마다  이런 시간들이

오롯이 나 혼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은 집에서 혼자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카톡을 했는데 묵묵부답이다.

자는 거냐고 물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없으니까 혼자서 자유롭게 티브이를 보거나

과자를 먹고 있는 것 같은데....

3일전, 블로그에 올렸던 깨달음 뒷담화를

 뒤늦게 번역판으로 읽었던 깨달음이

자기를 그렇게 나쁜놈으로 만들어서 얻는게

뭐냐고 내게 따지듯 물었다.

http://keijapan.tistory.com/999

(남편을 이해하는데 드는 시간들)

굳이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서

자기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게 좋냐면서

밝고, 즐겁고, 행복하고, 재밌게 사는

모습만 적어주길 바란다는 당부겸 협박

비슷한 뉘양스로 말을 했었다.

그리고, 자기 남편 흉을 보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잘 생각해서 적으라는 충고도 덧붙혔다.

연예인도 아니고 이미지 관리라는 말 자체가 웃기지만

분명 고마워할 점도 많고, 얄미운 점도 많은

 남편이다. 깨달음 바람대로 좋은 일, 기쁜 일,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한 일을

 위주로 적어야할 것 같다. 

오늘처럼 아내에게 먹일 도시락이 식을까봐 

열심히 빠른 걸음을 하고 달려와 준 

깨달음의 정성과 마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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