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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좋은 만남과 좋은 사람들

by 일본의 케이 201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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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섰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 마마~]를 조심히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일단 우리가 늘 앉았던 테이블에

짐을 놓고 다시 목소리 톤을 좀 높여 [마마]를 불렀다.

그랬더니 화장실 쪽에서 급하게 주방아저씨가 나오시면서

죄송하다고 [마마]는 잠깐 슈퍼에 갔다고 하셨다.

 

주방아저씨가 가져다 준 맥주로 건배를 하고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

오늘따라 맥주가 쌉쌀하면서도 맛있었다.

언제 또 이 가게를 올 것이지,,아니 이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는 것 같다고,,,,그런 얘길 했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바로바로 나왔다.

일본어가 서툰 주방아저씨는 음식을 가져오실 때도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보여주셨다. 

 

내가 다녔던 일본어 학교가 와세다 대학쪽에 있었다.

유학원에서 정해준 기숙사와는 거리가 있어서

일본어학교 다니던 2년내내

 학교가 가까운 이 동네로 이사하고 싶다고 꿈을 꿨었고

 대학원에 들어가고서야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역 주변엔 학교가 많아서인지

젊은 감각들도 좋았고 서민적인 면도 좋았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교통이 편했으며

특히, 지금 살고 있는 맨션이 공부뿐만 아니라 내가 작업실로

사용하기에도 참 좋은 공간이였다.

그런데 이젠 떠나야한다.

 

가게문이 열리며 6명의 예약손님들과 마마가 함께 들어왔다.

양손엔 봉투 가득 뭔가를 들고 오시면서

 우릴 보고 잠깐 눈인사를 하고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신가 싶더니

 짐만 놓고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이삿짐은 쌌는지 어디로 가는지 이것저것 물으시길래

마지막으로 구피와 미키마우스를 또 가져왔다고

보여 드렸더니 구피는 기쁜데

 우리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서운하단다.

 

깨달음이 가끔 놀러 오겠다고

우리 애들? 잘 키워 놓으시라고 그러자

금방 웃으시면서 자기가 귀하게 잘 키울테니까

꼭 보러 오라고, 정말 보러 오셔야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셨다. 

그 때, 주방아저씨가 우리가 주문한 볶은밥을 가져오시면서

 마마에게 태국어로 뭐라고 하시자

마마도 얼른 주방쪽으로 자리를 뜨셨다.

 

정말,,,또 언제 올 것인가,,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굳이 오겠냐고,,,

그 때, 마마가 들고 오신 안주 3종셋트,,,,,,

이사 간다니까 서운하다고 주방아저씨가 이걸 내 주시더라며

열대어는 자기도 좋아하시만 주방아저씨도 많이 좋아하신다고

오늘도 내가 가져온 구피들을 보고 

또 주는 거냐고 두 번이나 물어보셨단다. 

 

깨달음과 함께 우리 애들?을 수조에 넣고

다음에 올 때는 멋진놈들로 많이 가져오겠다고 하자

주방아저씨가 또 방긋 웃어 주신다.

귀한 안주에 맥주를 한 병 더 시켜

천천히 음미하며, 감사하며 음식들을 먹었다.

기분이 좋아진 깨달음이 소주를 마시자고 했지만

지금이 좋다고 더 마시면 괜히 주책스러워질 것 같다고

내가 말렸다.

손님들도 많아지고 우리 자리도 비워줘야할 것 같아서

자리에 일어나 서둘러 계산을 했다.

 손님 주문 받느라 바쁜 마마와 가볍게

 [ 사요나라]를 나눈 뒤 가게를 나섰다.

이 동네에서 만났던 좋은 인연들, 좋은 만남들, 좋은 시간들,

좋은 경험들, 좋은 기록들, 좋은 성과들,,,

그 좋은 모든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우린 집으로 향했다.

새로운 곳에서도 좋은 일들만 만들어가자고

어디에서나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내 스스로에게 약속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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