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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중년부부의 휴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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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우린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때문에 외출은 삼가하고 있고

외식은 아예 생각을 못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거실에서 한국 오락프로나

 유튜브 영상을 같이 좀 보긴 하지만 역시나

서로 각자의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게

많아졌다. 그렇게 휴가의 끝자락이던

 오늘 오후, 깨달음 방에서

사부작,사부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청소는 오전중에 했는데 뭘 하는지 알 수없는

비닐소리, 상자를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뭘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더니 

왜 왔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 깨달음,,뭐해? ]

[ 심심해서 옷 정리 중]

[ 뭔 옷? 이 봉투는 뭐야? ]

안 입어서 버려도 될 옷들을 일단 넣어뒀는데

정리하다보니 버리기 전에 내게 물어봐야할 게

있어서 밖에 꺼내두었단다.

[ 저거,,우리 신혼여행 갔을 때 이탈리아에서 

당신이 귀엽다고 사줬잖아,,그래서 버리기가

좀 그러네.,,당신이 보고 결정해 줘 ]


  2년이상 안 입었으니까 버려도 된다고 하자

 서운하지 않겠냐고 다시 묻는다.

[ 서운한 것보다 너무 새 거여서 아깝긴 한데.,,

어차피 안 입으니까 괜찮아 ]

괜찮다는 내 말에 방문 앞에 놓인 봉투에

 꺼내놓았던 옷들을 집어넣고는 수거함에 넣고

오겠다며 내려갔다오더니 올라와서는

 옷을 갈아입고 외출을 할 거라고 했다.

[ 어디 가려고? ]

[ 패스포드 유효기간이 끝나가서 신청하려면

사진이 필요하니까 찍으려 가려고 ]

[ 갔다 와 ]

[ 같이 가자,,,당신이 가서 봐 줘, 사진 ]

[ .......................... ]


그래서 35도를 넘는 땡볕에 모자를 쓰고 나가

800엔만 넣으면 여러 사이즈의 사진을 골라 

찍을 수 있는 사진통?에 들어가 깨달음은 최대한 

귀엽고 최대한 젊어보이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온 김에 예전부터 새로 사고 싶었던 

샤워호수를 구입하기 위해 홈센터에 들러 

튼튼한 걸로 사서 밖으로 나왔는데

녹아내릴듯한 열기와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끈끈하고 숨이 턱 막히는 폭염에 우린 

축 쳐진채로 집에 돌어왔는데 깨달음이

땀범벅이 된채로 거실 통유리를

 청소하겠다며 옷을 벗었다.


시원하게 물청소를 하는 깨달음은 의외로 

즐거워보였다. 장마가 끝나길 기다렸던 청소라

먼지가 많아서인지 꽤나 정성드려 청소를 했다.

[ 깨달음,,적당히 해, 더워서 쓰러지겠어]

[ 아니야, 괜찮아, 물이 있어서 안 더워.

먼지가 많아서 좀 걸릴 것 같애 ]

[ 그래도 빨리 끝내, 그리고 저녁 메뉴는

뭐 먹을 거야? ]

[ 어제 산 스테이크 먹을래 ]

[ 알았어. 그럼 지금 준비한다 ]


깨달음이 청소를 마칠 시간, 샤워시간을 계산해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웠다.

육류보다는 어패류를 좋아하는 깨달음이지만

스테이크를 먹을 때만큼은 꼭 300g을 고집한다. 

그렇게 먹어야 고기를 먹은 것 같은 원시적인

만족감이 든다고 했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도 그릴에 굽고

빵과 밥은 조금씩, 그리고 깨달음이 여름이면

꼭 찾는 깍두기를 준비했다.  


[ 오~철판이 뜨거워서 좋은데,,이 소리, 

이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단 말이야,,]

스테이크 소스에 양파가 들어가 있어 

약간 한국 고깃집 양념맛이 난다며

고기덩어리를 한입에 넣었다.

내가 150g을 먹는 동안 깨달음은 금세

 자기 고기를 비우고 빵조각을 철판에

남은 소스로 찍어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난 동생이 보내준 김을

조미김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준비했다. 

[ 이 김은 그냥 구워서 간장 찍어 먹는게

맛있지 않아? ]

[ 알아, 아는데 동생이 좀 많이 보내줘서

한 톳은 조미김을 해도 될 것 같아서..]

[ 그럼,내가 해줄게 ]


손에 묻고, 이게 보기에는 간단하게 보여도

소금을 균등하게 뿌려야해서 내가 하겠다고

하는데 자기가 해보겠다며 숟가락을 뺏는다.

[ 이 참기름 냄새 진짜 고소하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거지? ]

[ 응, 엄마가 주신거야 ]

[ 역시,,한국 참깨는 고소함이 더 찐한 거

같애..어머님이 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

[ ......................... ]

30장정도 기름을 바르던 깨달음이

나를 한번 쳐다본다. 하기 싫다는 눈빛이다.

[ 내가 말했지?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

[ 이거,,시간이 엄청 걸리네..한장 한장

꺼내먹을 때 금방 먹는데 이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야하는지 몰랐네..]


기름을 모두 바른 김을 한장, 한장씩

후라이팬에 약불로 골고루 눌러가며 구워 주면

깨달음이 예쁘게 잘라서 통에 넣었다.

그렇게 약 2시간이 지나 조미김 만들기가

끝나고 깨달음은 맛을 본다며

 한장씩 야금야금 먹으면서

역시 맛있는 걸 먹으려면 그만큼에 땀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또 느꼈다며

조미김을 집에서 만드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지 몰랐단다. 김의 장수가 많아서도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자신이 해 보지 않으면 간단히 입에 넣는

모든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https://keijapan.tistory.com/1364

(우리 부부의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주말이면 추석연휴가 끝이난다. 

청소도 하고, 옷정리도 하고, 집안의 도구들을

교체하며 반찬거리도 만들고,,,,,

지난 긴급사태 선언 때도 우린 극히 평범하면서도

 여느 중년부부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특별하지 않는 보통의 삶이 알고보면

얼마나 소중하고 평화로운 건지 늘 마음 한켠으로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하고 있다.

그러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다음주도

남들과 같이 버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성장도 하며

성실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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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391

(자신의 부모, 형제라면 그럴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저희 아버지

 유골함은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염려해주시고 함께 아파해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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