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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특별하지 않아도 좋은 생일날

by 일본의 케이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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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인 오늘은 이곳도 휴일이었다. 아침에 난

수초 정리를 하며 어미와 치어들을

분리시켰다. 나중에서야 거실로 나온

깨달음이 자기도 뭔가 하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다고하는데

뒤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깨달음,,나 혼자 해도 돼 ]

[ 알아,,근데 뭐 할 게 있나 해서 ]

소파에서 수조의 물이 정화되길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옆에 앉더니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고 있냐고 물었다.

[ 추분이잖아,,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밤이 점점 길어질 것이고 ]

[ 그거 말고 ]

[ 뭐? ]

[ 오늘 당신 생일 아니야? ]

[ 아,,음력으로 하면 10월 28일이던데..]

[ 난,,오늘이라 생각하고 예약도 했는데..]

[ 아,,그래,,그럼 오늘 하지 뭐..]

음력과 양력을 매년 말해줘도 헷갈려하니

그냥 깨달음 계획에 따라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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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요리전문집 (かに道楽)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둔 미니케이크 와 편지를 건넸다. 

첫 장엔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고

다음 장엔 앞으로 이어나갈 우리 둘만의 노후와

 마지막 줄엔 자기와 늘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적혀있었다. 가방에 넣으려는데

아침에 편지를 쓰는데 슬퍼져서 눈물이

나왔다면서 갑자기

화장지를 찢어 눈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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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슬펐는데? ]

[ 그냥,,여러가지로 당신이 유학 와서부터

20년을 쭉 되돌아보니까 많은 생각들이 들었어.

당신의 꿈은 과연 실현된 것인가,,

현실에 만족하고 있는가,,

과연 진심으로 케이는 지금의 삶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등등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었어..]

깨달음이 갖는 의문점들에 하나씩 

답을 하기가 애매해서 잠자코 있다가 

꿈, 행복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우선이니까

아프지만 않았으면 한다고 했더니

맞다면서 무알콜 맥주로 건배를 했다. 

우린 식사를 하며 제발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하며

 아직 못 가 본 나라들이 곳곳에 많이 남았고,

가족, 친구들도 도쿄에서 만나야 하는데

언제쯤 자유롭게 하늘길이 열릴 건지

기약을 못해서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정체된 상태가 답답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비자가 완화되면 한국을 제일 먼저 가야 된다고

확인하듯 묻는 깨달음에게 당연하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먹을 음식 리스트를

수첩에 적어뒀는데 한 페이지를

꽉 채웠다고 한다.

[ 집에서도 웬만한 건 다 해 먹는데

뭐 다른 거 먹고 싶은데?]

[ 있어. 진한 멸치국물의 칼국수랑 주먹만 한

왕만두,, 도가니탕도 먹어야 되고,,] 

우린 맛있는 걸 먹으면서도 끝없이 먹는 타령?을

하는 게 습관이 돼버린 것 같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365

 

남편은 언제쯤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매달 25일,우린 각자의 월급에서 2만5천엔씩,  한달에 5만엔(한화 약57만원)의 여행경비를 모은다. 어느정도 금액이 모아지길 기다리지는 않고 그냥 이렇게 모아두면 좀 더 편한게 여행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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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뭐 먹고 싶어? ]

[ 나는 추어탕이랑 동태찌개가 먹고 싶어 ]

[ 아,,, 그,, 미꾸라지탕..]

깨달음이 한국의 먹거리 중에서 유일하게

못 먹는 건 번데기이고 썩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추어탕과 매생이국이다.

왠지 모르겠는데 추어탕을 먹으면 입안이

너무 텁텁하고 매생이국은 김맛이

약간 나는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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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457

 

내년으로 미룬 남편의 생일선물

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2주간 연장이 되었고, 감염자의 감소가 무뎌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오늘은 이 상태로라면 5월까지 연장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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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서로가 먹고 싶은 메뉴들을

하나씩 주고받고 하다가 다시

생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 난 내가 50대라는 게 여전히 믿어지지 않아 ]

[ 60대 앞에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

[ 미안... ]

어린 자녀들에게 매년 찾아오는 생일은

아이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복이 가득한 날일 테지만

나이를 들어가며 맞이하는 생일은

이 세상에 태어나 난 얼마나 잘 살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날이다.

https://keijapan.tistory.com/1459

 

모든 건 기브엔테이크였다

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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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301

 

남편이 쓴 편지를 다시 읽는다.

월요일인 오늘까지 이곳은 연휴였다. 연휴 마지막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느즈막히 내 방에서 나와 열려있는 깨달음 방을  내다봤더니 도면을 치는데 열중이였다. [ 깨달음, 일 해? 아침 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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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살씩 더 먹어갈수록 난 괜찮은 사람인가,,

참 어른인가,, 곱씹어 보게 돼 ]

[ 너무 깊은 의미부여는 할 필요 없어. 

그냥 365일 똑같은 날들이 흘러가더라도 1년에

한 번은 모두에게 축하를 받아도 되는 날이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모르는 사람의 생일에도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건

오늘만큼은 당신의 날이니까 맘껏

즐기세요, 행복하세요라는 거지..]

[ 그러네..]

[ 아무튼,, 내년 생일 때는 일본이 아닌 곳에서

좀 성대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니까

당신은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돼 ]

[ 알았어.. 고마워.. 깨달음..  ]

우린 벌써 내년 계획을 세우며 또 뭘 먹을 건지

무한 반복되는 먹방 리스트를 작성했다.   

지치지 않고 뿜어내는 깨달음의 긍정 에너지가

이번 생일엔 좋은 선물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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