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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사람인 나도 어렵다

by 일본의 케이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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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열심히

한글책을 펼쳐놓고 쓰기 연습을 하는데

한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깨달음은 완벽한 발음과 암기를 하려는

자기만의 고집스런 공부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진도가 더디게만 가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난 되도록 참견을 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교재중에서도 자기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 자기만의 공부방식대로 풀어가고 있으니

난 그냥 한발 떨어져 응원만 하고 있다.

지금 깨달음은 받침이 없는 간단한 단어를 외우는

중이며 공부가 끝날 무렵이면 내게 문제를 내게

하고 얼마나 자신이 외웠는지 확인 하곤한다.

아이들이 하는 낱말카드와 같은 원리로

어머니, 아버지, 오이, 누나, 아이, 우유, 여자,

나무, 사자. 나비, 라디오, 이마, 카메라 등등,,

날마다 외운다고 하지만 역시 100점은 못 맞고

평균  60점정도인데 난 잘하고 있다고

사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오늘은 40점을 맞고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 깨달음,,.표정이 너무 심각해..그렇게

심각할 필요없어.. 외우는 과정이잖아 ]

[ 나,진짜 바본가 봐. 국어를 못해서인지

이 한국어도 역시나 못하는 가 싶어 ] 

 깨달음은 학창시절 때부터 원래 언어영역이

약해서 국어, 그러니까 일어를 제일 못하고

어려워하는 과목이였단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 쓰는게 늦였고 대학 때는

문학적인 감각이 없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게 서툴어 레포트 점수가 낮았단다.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입장에서

봐도 솔직히 깨달음이 꽤 더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2 외국어는 모국어와 다르고 당신은

센스가 있어서 금방 따라갈 거라고

격려를 하고 있다.

깨달음에게는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실은

나도 요즘 한글의 맞춤법이 변한 게 많아

틀리고 헷갈리는 게 많아졌다.

내가 배웠던 때와는 다르게 표기를 하고

대화에서도 사물이나 물건에 인칭화해서

나오셨습니다, 주셨습니다를 쓰는 경우가 있어

어색하기도 하고 낯설기만 하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접하는 일이 이렇게 

블로그를 쓰거나 인터넷 뉴스를 보는 정도가

전부여서인지 맞춤법의 변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기 전에 왼편에 있는

맞춤법 검사를 하긴 하는데 맞는 건지

아닌지도 확신이 없고 또 띄어쓰기도

의구심이 갈 때가 많다.

이 사진들은 재미로 올린 것이긴 하지만

요즘은 발음 나는 대로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받침이 없었던 것 같은데 새로 넣은 것도 있고

그런데 정작 이게 새로운 맞춤법인지

그냥 틀린 건지 긴가민가 하고 있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지는 꽤 오래된 거 같은데

된소리나 거센소리에도 변화가 있었다.

숫닭으로 배웠는데 수탉으로 변하고

숫놈도 수놈으로 표기하고 있다.

일군도 일꾼으로 윗어른이 웃어른으로

띄어쓰기도 예전에는 성과 이름을 띄었는데

지금은 붙여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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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손으로 직접 쓰는 일이 드물어지고

노트북으로 모든 걸 작성하다 보니

더더욱 맞춤법이 약해졌는가 싶기도 하다.

또한, 나처럼 이렇게 외국에 살다 보면 한글을

접하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변화를 바로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몇 년 전, 세미나에서 헤어지다를 해어지다로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모대학 남학생을 보며

나도 틀리게 쓰는 맞춤법이 의외로 많은 게

아닌가 싶어 급하게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보금자리를 복음자리로 썼던 내 여고동창에게

 일주일간 맞춤법을 가르쳐줬을 만큼

나름 국어는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헷갈리고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일본 유학생이 말하는 한국생활에서 좋았던 것

유끼짱은 내 친구의 딸로 한국에서 3개월 유학생활을 경험했고 지금은 미용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내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해서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친구 두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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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를 자주 접하면 자연스레 맞춤법을

익힐 수 있다는 출판계 친구의 조언도 있었는데

한국어 책을 읽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 신문을 보고 업무도 일어,

문서 작성도 일어다 보니 책은 큰 맘먹고

시간을 내서 읽게 된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11년 전에도

한글을 쓸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내 나랏말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그리움을 달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개념있는 일본인 친구의 역사의식

내 노트북에 놓여진 봉투에 요코야마 상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부재중인 나에게 뭔가를 전할 때면 깨달음은 이렇게 내 노트북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열어보니 지난달, 내 책을 샀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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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경고문을 보고 있으면 인간미가 넘치는 한글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내심 걱정이다.

깨달음이 가지고 있는 4권의 한국어 교재를

살펴보긴 하지만 어떻게 가르치는 게

외국인에게 쉽게 암기되고 이해시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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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여전히 불편한 일본의 이 문화

도쿄돔에서 야구경기가 열렸다. 깨달음과 나는 솔직히 야구에 별 취미가 없지만 사업상 의리로 구매해야할 티켓이 매해 주어지기에 도쿄에서 시합이 있는 날이면 되도록이면 보러가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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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메뉴판을 읽는 것과 간단한 기본회화가

가능할 정도의 레벨을 목표로 삼고 있는

깨달음에게 좀 더 알기 쉬운 한글을 알려주고

싶은데 아직까지 못 찾고 있다. 

학습이 조금 더딘 깨달음에게 딱 맞는

공부법이 분명 있을텐데.. 

한국 사람인 나도 틀리고 헷갈리는데

깨달음은 오죽이나 힘이 들까 싶기도 하고

나도 옆에서 같이 공부를 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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