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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에서 온 소포.,,그리고 마음..

by 일본의 케이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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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무겁습니다 ]

우체국 아저씨가 현관까지 들어주시는데

박스 틈새로 김치 냄새가 났다.

동생에게서 소포가 도착을 했다.

깨달음이 부탁한 쌍0탕미역귀, 김부각,

오미자청, 김, 그리고 김장김치가 들어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치미가 국물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난 동치미를 볼 때마다 울컥한다.

몇년전 치료중일 때, 날마다 구토가 멈추지 않아서

도저히 음식을 넘길 수 없었다.

죽도 쥬스도 과일도 먹을 수가 없었고,그 무엇도 

뱃속에서 거부를 하는 통에 살은 점점 빠지는

상태에서 약은 무조건 복용을 해야했던  

악순환이 계속됐었다, 그 무렵, 동생이 보내준 

동치미만이 유일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던 내 위장이

동치미만은 아무런 거부반응을 보이질 않았었다.

치료가 끝날무렵에는 동치미가 다 떨어져

깨달음이 코리아타운에서 사오곤 했는데

동생이 보내준 동치미와는 맛도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동치미가 있어서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아프고 쓰라린 기억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동치미는 내게 가슴 찡한 음식이다.

김치통에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모두 담아 

놓고보니 왠지 벅찬기분이 들었다.


깨달음 쌍0탕 두박스, 오미자청 3개를 담았더니

너무 무거워서 많이 못 담았다며 또 보내주겠다는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부추부침개 반죽을 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후다닥 깨달음이 들어왔다.

[ 뭔일이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

[ 응, 소포 왔다가 해서 얼른 맛보려고 왔지 ]

[ ............................. ]

이제 막 5시가 되가는데..도대체 몇시에

회사에서 나왔다는 소린지..내 카톡을

보고 바로 회사를 나온 모양이였다. 

자기 방에 놓아둔 쌍0탕을 확인하고는

씨익 웃는다.  


만두국에 동치미 무를 하나 올려 먹어 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과하게 엄지척을 해보인다.

[ 이거 처제가 담은 거야? ]

[ 응 ]

[ 당신은 못 만들어? ]

[ 일본 무로는 이 맛이 안 나..몇 번 해 봤는데

실패했잖아,,]

[ 아,,그랬지..무가 다르지...진짜 한국 무은

왜 이렇게 아삭아삭하고 맛있을까? 

나는 당신이 동치미 국물로 냉면을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어. 근데 추우니까 만두국이

최고의 선택인 것 같애..수제비하고도

잘 어울릴 것 같지? ]

[ 알았어. 내일은 수제비 해줄게 ]  

동치미 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깨달음에게

 나 치료할 때 이것만 먹었던 거 생각나냐고 

물었더니 생생히 기억하고 있단다.

우린 그 때 일을 회상하며 동치미에 

만둣국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깨달음이 갑자기 몇 개월간 모았던

자기 저금통을 털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별 대답이 없다.

500엔짜리와 천엔만 모았던 저금통인데

부어놓고 보니 꽤 많은 양이 들어있다.


하나, 두루(둘), 셋, 넷, 다솟(다섯), 여솟(여섯) 음,

여솟 하나,, 그 다음은 모르고 있었다.

[ 깨달음, 모두 얼마 들었어? ]

[ 18만엔(한화 약 180만원),,생각보다 많네..]

[ 뭐 할거야? ]

 [ 응,처제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사줄까하고,,]

[ 근데 왜 저금통 돈이야?]

[ 내 정성이 들어간 돈이잖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어? ]

[ 여러모로 고마워서..쌍0탕도 보내주고

동치미를 먹다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제대로 고맙다는 표현을 안 한 것 같아서..]


처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 먹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깨달음..

직접 물어보라고 했더니 서프라이즈를 

할 거니까 넌즈시 알아보란다.

깨달음은 한국에 가면 엄마집 보다 동생 집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 동생이 사람을 편하게 해줘서

그냥 자유로운 것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3명이 다 모여있으니 안 좋아할 수가 없단다.

[ 이렇게 빨리 보내줄 지 몰랐어.그런 마음이 나는

고마운 거야,,처제한테..정성이 듬뿍 담겨진게

느껴지잖아,,그래서 좋아..] 

http://keijapan.tistory.com/1089 )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항상 바로 바로 소포를 보내줬는데 이번에는

 많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무슨 선물을 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동생의 마음이 고스란히 깨달음에게

전달 된 것 같아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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