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해외생활에서 향수병을 이기는 방법

by 일본의 케이 2017. 3. 16.
728x90
728x170


한달 전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지니님이

소포를 보내주셨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상큼한 민트 냄새가

풍겼고 열어보려고 테이프 끝을 찾는데

세관에서 열어봤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 왜 열어 봤을까? ]

내 말에 상자를 들어 끙끙 냄새를 맡아본 깨달음이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급 민트향이 나서

궁금해서 열어봤을 거라고 했다.



참,,너무 많이도 보내셨다.

집에서 직접 말린 허브와 꽃차까지..

무엇보다 놀랜 건, 내용물에 상세한 설명이

예쁘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 이 분 당신보다 더 세밀하신 분이시네~]

깨달음이 옆에서 연속해서 감탄을 했다.

[ 역시 한국사람들은 대단해,이렇게 착실하고 

꼼꼼하신 분이 있네..진짜 대단하신 분이다,

유럽의 작은 슈퍼를 옮겨 온 것 같애..

뭘 이렇게 많이 보내신거야? ]


하나하나 꺼내 내가 설명을 하면 깨달음은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 이 엽서는 당신 꺼래..]

[ 엽서만?]

[ ............................ ]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오늘 저녁,

깨달음이 벽장을 열고

 꽤 긴 시간 들여다보고 있었다.

[ 뭐 찾아?]

[ 아니..그냥,,,과자 있나 해서..]

[ 거기 넣어 둔 건 어떻게 알았어? ]

[ 금방 알지...]

[ 똥배 생각해 가면서 먹어, 알았지?]

뭘 고르는지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계속났다.

 내가 돌아다 봤더니 도망치듯

 과자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깨달음 방에 조심히 

들어가봤더니 내가 들어온지도 모르고 

뭔가에 몰두중이였다.

한쪽엔 아까 훔치다시피해서 가져온 과자가

가방안에 들어가 있었다.

[ 안 자? ]

[ 응,,,잘 거야,,]

[ 근데 왜, 유럽 과자는 안 가져왔어?]

[ 그건 당신 꺼잖아,,]

[ 웬일이야? 당신이..항상 소포 오면

모두 자기 것으로 알고 있었잖아,,,,]

[ 응,,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 것이고

해외에서 온 것은 당신 것 같아서...]

[ .......................... ]

[ 그냥,,해외생활 하시는 분들이 보내주신 건

괜히 미안해서 내가 먹기가 좀 그랬어..

한국에서 보내주신 것은 내 꺼라는 생각이

드는데..해외에서 보내주신 건 그냥,,좀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 한국도 해외야~]

[ 아니야,,한국에서 온 소포는 솔직히 나에게

먹으라고 보내주신 게 많잖아,,

근데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은 당신처럼

해외 거주자들만의 그 무언가가 있는 거 

같아서 내가 끼어들기가 좀 그래..]

[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너무 깊게 생각말고

당신도 먹어, 난 어차피 잘 안 먹잖아.]

[ 당신은 이제 향수병 같은 건 없지? ]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 해외에서 살면 향수병 같은 게 생기잖아  ]

[ 향수병이라기 보다는 항상 이방인이라는

생각과 괴리감 같은 건 있지..]

[ 유럽에 사시는 분들은 김치나 나물이

먹고 싶을 때 어떻게 하실까? ]

[ 아시아식품 파는 곳에서 해결하겠지..]

[ 신라면이랑 짜장면도 먹고 싶겠지..

우리가 좀 보내줄까?]

[ 여기,,,한국 아니고 일본이야,,]

[ 혹, 당신도 향수병이 느껴지면 언제든지 말해]

[ 알았어,,,]



깨달음이 향수병을 얘기하니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정기적으로 내가 김치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직까지 그 친구는

 향수병에서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일본에 대한 불만만 가득 담아둔 채 

하루종일 한국 케이블방송을 보고 지낸다. 

항상 부정적이고,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채 변명과 이유만을 만들어간다. 

모든 걸 남의 탓, 일본 탓으로 돌리고 있어

사고하는 패턴을 바꿔보려고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데 그렇게 쉽지 않다.

향수병을 이기는 방법 중에 하나로

한국방송, 한국노래, 한국과 관련된 것들을

조금 멀리하라는 의견이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하면 더더욱 현지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일이나 공부, 취미생활에 

온 정신을 다 쏟아내는 방법이다.

이것저것 싫으면 운동이라도 열심히해서

땀을 뺀다거나 집에서 운둔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향수병은 주로 생활패턴이 느슨한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타나게 된다. 

생활이 느슨하다는 것은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며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삶의 여유(경제적)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유학생들은 학교, 숙소, 음식, 

인간관계, 그리고 현지의 문화차이나

차별같은 경험을 겪으면 그 감정이 증폭된다.

대화를 나눌 한국인이 없는 것도 

외로움이 깊어가는 요소이기도 하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게 신선한 자극을 받아서 좋지만

 마음과 감정이 통하지 않는 그냥 

친구 불리기식의 만남은 역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내 후배 중에 한 명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몸이 자꾸 아프고 탈모증까지 생기자 

그냥 모든 걸 접고 한국으로 

귀국한 경우도 있었다.

향수병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찾아 오게 된다.

외롭고 그리움이 스트레스로 작용을 하면

 우울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 증상은 

다른 우울증과 달리 본인의 의지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

  회복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은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하면서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난 향수병이 깊어지는 분들에게 

 잠시 한국에 다녀오라고 권해드린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한국음식을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 

이곳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이라는 점과

지리상으로도 가까워서 오고 가기가

편하지만 유럽쪽에 계시는 분들은 

또 다른 답답함 있을 것이다.

해외생활은 그곳이 어디든, 외로움과

쓸쓸함이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적응을 잘 한듯 하다가도 불쑥 미치게 그립고

격하게 흔들리는 게 해외생활이다.

그럴 때면, 하루쯤 실껏 울거나,

실껏 먹고, 놀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