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결혼을 하고 얻은 것들

일본의 케이 2018. 10.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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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노이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이동하는

베트남 북부지방 짱안이라는 곳을 찾았다.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우는 짱안에서 

나룻배를 타고 유람을 하기 위해서였다.

짱안지구는 2014년 유네스코의 문화 자연, 

지리학의 3가지 기준을 갖춘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동시에 선정되었다. 

논과 강이 겹겹이 보이는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땀꼭과 번롱,짱안은 

유명해서 닌빈의 3대 절경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옛 베트남 봉건왕조의 도읍이였기에 많은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부유층의 휴양지로 사랑 받았고 

곳곳에 프랑스식 건축물이 눈에 띄였다.


나눗배에는 4명이 한 조가 되어서 탔고

5,6명 타는 사람도 있었는데 원칙적으로는

4명이라고 했다. 나룻배의 가장 뒷자리는 

사공 아저씨가 앉아 노를 젓는데 이렇게 

2시간 가량 7키로의 수로를 따라 3개의 

수상동굴을 지나간다고 했다. 

수로를 유유히 빠져나가자 햇살에 속살을 훤히 

비춰진 강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다가왔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했고 산수화 같은 

절경은 국의 계림을 연상케 했다.

[ 깨달음,,,조용해서 너무 좋다,,]

[ 응,,,저 오리들 좀 봐, 새끼들도 있어 ]

[ 응, 너무 고요해~, 하롱베이보다

난 이곳이 더 좋은 것 같애 ]

[ 그래? 당신은 조용해서 좋지? ]

[ 응,정막하면서도 고요함, 그리고 물을 가르는

이 잔잔함이 평화로워... ]

[ 오~완전 시인 같은데? 근데 저기 00인들이 

떠들고 난리인데 괜찮아? 히히히,,너무 

차분하면 기분이 가라앉잖아,,히히히 ] 

[ ............................ ] 


좁은 수로를 돌아나갈 때에는 거대한 암석 바위와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고 좁고 습하고 어둑

 동굴을 지날 때면 너무 낮아서 몸을 납작하게 

접어야했지만 밖에 나오면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감사함이 느껴졌

영화 킹콩의 촬영지여서인지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렙 되었다. 중간에 잠깐 내려 유적지를 탐방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우리 일행들은

모두가 귀찮다며 내리기를 거부했고 깨달음도

허리가 아파오고 비도 한방울씩 떨어지니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전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한다고 탈 때부터

 놓여져있던 노를 들고 몇 번 저어보더니만

 금새 내려놓았다.

[ 아,팔이 쥐 날 것 같아서 못하겠어, 저 아저씨는

 내 나이 또래인데 정말 잘하신다 ] 

원래 몸 쓰는 일을 못하기도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더욱 몸을 아끼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나룻배 노를 저으신 분들의 연령이 대부분

60이 넘은 분들이 많았고 아줌마들도

꽤 많아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이 일은 

노인들이 주로 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룻배 관광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가

 마지막 코스인 수상 인형극을 관람했다.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상 인형극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없는 베트남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홍 강 유역의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연못이나 호수에서 작은 인형을 만들어 공연이 

계기가 되었고 농민의 일상생활, 고기잡이,

 소싸움 등 일상의 모습들을 

약간 코믹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 인형들은 대부분 대나무와 실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직접 조정하는데 움직임이 정교하고 재치가 있다.

약 50분의 인형극을 보고 우린 호텔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베트남 포(PHO)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밀가루 음식은 물론 쌀국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은 주문한 포가 나오기가 무섭게

얼마나 잘 먹든지 하나 더 주문하라고 했더니

다른 가게에서 먹으면 맛이 또 다를 거니까

여러군데를 돌아다니자고 했다.  


그렇게 밤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포 투어를 하고 우린 다음날 일찍 라운지에서

 쌀국수를 발견한 깨달음이 한그릇을 거뜬히

 비우더니만 와인을 한 잔 들고 와서는

내게 뭔가를 흔들어 보였다.

[ 이 과자, 와인하고 엄청 잘 맞는데 상표가

오리온이야. 이거 한국 거 맞지? ]

[ 응 ] 

 [ 근데..내가 왜 이 과자를 몰랐지? ]

[ 당신 먹어봤던 거야,,안 먹긴 뭘 안 먹어? ]

[ 그래? 다음에 한국 가면 꼭 사와야하니까

이거 하나 가지고 가야지. 그래야 헷갈리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애] 

[ 그냥 사진을 찍어 가면 되지 않아? ]

[ 알아, 그냥 이거 하나 가져가고 싶어서 그래 ]

[ 그럼 몇 개 더 넣지 그래? ]

몇 개 더 넣으라는 내 말에 약간 동요하더니

스넥코너에 가서 두개를 얼른 집어와서는 

자기 가방에 잽싸게 넣었다.



기내식을 먹으며 깨달음이 이번 베트남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다. 

[ 재밌었어? 뭐가 가장 기억에 남아? ]

[ 나룻배 탔던 게 제일 인상적이였어 ]

[ 하롱베이 보다 더 좋았어? ]

[ 응.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거든,,

세속의 시간을 잠시 잊을 수도 있었고,,.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서 아주 멋졌고,

그 작은 배가 수로를 지날 때마다 바람의

작은 떨림이 들렸던 것 같애... ]

[ 당신은 크리스천보다는 불교신자가 

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애. 정서상,,]

[ 왜 그렇게 느껴? ]

[ 그냥,,승복을 입고 항상 좌선을 하면서

명상에 빠지고 번뇌를 하는 게 당신이랑

맞는 것 같아서..]

[ 좌선이라,단정히 앉아서 고용히 깨/달/음을

얻고 선을 수행하는 것,,,,깨/달/음이라는 게

아무나 얻어지는 게 아니지..] 

[ 깨달음? 아, 불교적 깨달음은 못 얻을지 몰라도

나랑 결혼했으니 깨달음은 벌써 얻은 거 아니야? ]

[ .............................. ] 

참 명언이다. 깨달음은 늘 이렇게 마지막에 

여운담긴 말을 남긴다.

이번 여행이 결혼기념여행이였기 때문에도

깨달음의 말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맞다고 깨달음을 얻었다고...인간 깨달음을

얻어서 만족한다 했더니 아주 맑게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다음에도 비지니스 타고 

여행 가자면서 속삭인다.

고마워. 깨달음, 날 깨닫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