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행복하다는 우리집 밥상

일본의 케이 2019. 1.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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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깨달음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주말에도 외출을 하지 않을 때면 집에서

평일처럼 세끼를 먹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삼식이파에 속한다.

삼식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았을 때는

참 쓸씁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집밥을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에게

아침, 낮, 저녁까지 세끼를 챙기고 있을 때면 

그 삼식이가 바로 우리집에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5시면 기상을 하는 깨달음은 거실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매일 한장씩 사진을 찍어 내게 보여준다.

그리고 혼자서 도면을 치기도 하고 신문을

읽다가 7시가 되면 샤워를 한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시간에 맞춰

난 아침상을 준비한다.

 깨달음의 아침 식단은 대충 이렇다.

멸치조림이나 젓갈류, 우메보시는 거의 매일

식단에 오르지만 생선구이와 된장국은

되도록이면 다른 종류로 내려고 한다. 

꼬막, 고사리나물, 마늘장아찌, 멸치호두볶음,

생선구이, 창란젓, 우메보시, 샐러드,우유, 배즙.


꼬막, 청어알, 마늘장아찌, 우메보시, 멸치조림,

생선구이, 버섯조림, 미역줄기


김치볶음, 청경채나물, 죽순, 마늘장아찌, 

청어알, 우메보시. 김 된장국


그리고 오늘 저녁은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감자탕을 딱 2인분만 끓였다.

감자탕에 필요한 등갈비뼈를 구하려면

코리아타운으로 가야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그냥 스페어리브를 사서 끓이고 

두부샐러드, 낫또, 청경채 나물, 토마토와

 치즈를 상에 차린다음 작년 연말에 

갓파바시(그릇도매시장)에서 구입한

 미니솥에 밥을 올렸다.


감자탕에 들깨 가루를 섞기 전에

먼저 국물을 한술 떠 먹어보는 깨달음.

 식당에서 먹는 맛하고 똑같다며 엉덩이를 

꿀렁꿀렁거리며 기분이 최고임을 알린다.


가마솥에 밥이 익는 동안 깨달음은 

갈비뼈를 뜯다가 들깨가루를 좀 달라더니

 감자와 뼈에 버물려서 먹었다.

[ 왜 그렇게 먹어? 안 풀어 먹고? ]

[ 감자는 감자대로, 뼈는 뼈대로 콕 찍어 

먹으며 훨씬 고소해, 원래 감자탕에는

깻잎이 있어야 하는데 깻잎이 없으니까

들깨가루를 찍어서 먹는 거야 ]

깻잎 역시도 우리집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음도 잘 알고 있었다. 


뜸까지 완벽하게 된 밥을 주걱으로

한그릇 퍼 담고는 고기 한번 뜯고 밥 한숟갈

 입에 넣고 바로 국물 떠먹기를 반복,

너무 맛있어서 손이 멈춰지지 않는단다.


[ 그렇게 맛있어? ]

[ 응,, 근데 이 감자탕이 조금 더 매워도

괜찮았을 것 같애. 그리고 이 고슬고슬한

솥밥이랑 국물이 환상적이야,

한국에서 해장국에 솥밥나왔던 적 있었잖아.

 한국 안 가도 될 정도로 맛있어 ]

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서 남은 국물도 

모두 깨끗이 먹은 후 [ 잘먹었습니다]를 

내 귀에 대고 했다.

남은 솥밥은 내일 아침에 꼭 데워서 주라며

자기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집에서 먹는 밥이 뭐니뭐니해서 

제일 맛있단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에 가서 깻잎씨랑 청량고추씨를

사오자고 한다. 그냥 코리아타운에서

 사 먹는게 훨씬 편하지만 바로 바로 

구하기 힘드니까 직접 재배를 하자는 것이다.

몇 년전에 엄마가 주신 씨로 배란다 화분에

심기는 했는데 잘 자라지 않고 우리가 관리를

못해서인지 싹이 올라오지 않기도 했었다.

그 후로는 그냥 포기했었는데 오늘 깻잎없는

 감자탕을 먹고 나니 뭔가 2%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다.


[ 내일은 육개장 끓여 줘 ]

 만드는 건 별로 어렵지 않는데 나도 좀

 남이 해준 밥 좀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당신이 해준 밥을 이렇게 잘 먹는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좋냐면서 이렇게 행복해

하는데 좀 해 주면 안 되냐며 내 옆으로

 바짝 달라 붙어서 애교를 부리는 깨달음..

난 이럴때마다 깨달음은 왜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났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왜 남자들은 집밥에 고집스런 집착과 

애착을 보이는지 심층분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다른 일본남편들도

모두가 집밥을 좋아하는지도 궁금해진다.

깨달음 말에 의하면 어릴적에 어머님에게

받은 사랑 같은 걸 느낀다고 하는데

아내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하는 건

 애정결핍에서 오는 한가지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아이라는 맥락과 같은 뜻인 것 같다. 

뭘 차려줘도 불만이 없고, 한국요리는 특히

 더 잘 먹는 깨달음이 고마운 한편,

꼭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집밥, 아내의 밥상만을 

바랄 때는 가끔 얄미운 적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다고 하니 계속해서 

 남편을 위한 사랑의 밥상을 차려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