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신랑(깨달음)

시부모님께 남편이 물려받은 것

일본의 케이 2024. 9.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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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여파로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폭우가 쏟아졌다가 잠깐 햇살이 비치고

또 무섭게 퍼붓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중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예약손님으로 가득했고 빈 곳은

 뷔페 레스토랑뿐이었다.   

[ 그냥 먹자 ]

[ 깨달음,,나,,안 먹고 싶은데..]

[ 밖에 비 와,,저 비 그칠 때까지

여기서 식사하면서 시간보내는 게 어때? ]

따끈한 게살 스프를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그냥 뷔페로 들어갔다.

 

호텔 안은 외국인들만 가득했다.

태풍이 와서 다들 외출을 삼가한 건지

거리에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뷔페홀을 한 바퀴 돌고 온 깨달음이

생각보다 요리가 많다며 따끈한 수프는

호박 수프뿐이라고 알려줬다.

 

음식은 종류별로 다양한데 정작 내가

먹고 싶은 건 별로 없었다. 

깨달음도 두 번 왔다 갔다 몇 가지 들고 와

먹고는 바로 디저트를 가져왔다.

[ 벌써 디저트? 근데 케이크류가 좀 많다 ]

[ 반 밖에 안 가져온 거야, 이거 먹고

다른 종류 더 먹을 건데 ]

[ 혈당도 그렇고 이 크림들이 중성지방으로

쌓일 것 같아 걱정이야,당신 먹는 거 보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깨달음은 

케이크들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 속이 느글느글거리지 않아? ]

[ 난,, 전혀 그런 거 없어 ]

 

깨달음은 어릴 적부터 달달한 걸 좋아했다.

그래서 어금니가 모두 충치가 심한데

여름에는 늘 시럽과 연유가 가득 뿌려져

다디단 팥까지 올려진 팥빙수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한다.

커피숍에서는 카페오레와 함께 생크림

케이크나 치즈무스, 티라미스를

주문해서 먹는 게 기본이다.

나와는 정 반대 식성인 깨달음에게

되도록이면 달달한 것들을 줄이는 게

어떠냐고 케이크도 한 조각만 먹었으면

좋겠다고 아주 가끔 얘길 하는데

전혀 듣지 않는다. 

팥빙수와 케이크를 동시에 주문할 때도 많고

밥 대신, 빵이나 팬케익을 먹는 것도 즐긴다.

 

그렇게 차가운 빙수를 먹을 때마다 기관지가

약한 깨달음은 기침을 하면서도 끝까지

국물까지 먹는다. 

[ 당신은 배탈이 잘 안 나지? ]

[ 응,, 난,, 위와 장이 튼튼하거든 ]

[ 어릴 적부터 차가운 거 먹어도 괜찮았어? ]

[ 응, 전혀,, 근데 기침은 했어..] 

일부러 못 먹게 말리진 않지만 차가운 것,

단 것들, 유지방이 많은 것들을 즐겨하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건강이 걱정스럽다고 했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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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날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생크림이 듬뿍 담긴 도넛, 슈크림빵, 앙코빵,

꽈배기, 쿠키, 크로와상, 카스텔라, 밤쿠엔까지

수많은 빵도 다양하게 잘 먹었다.

식빵 한 조각을 먹을 때도 버터에 딸기잼,

블루베리잼까지 올려 먹으니

보고 있으면 내 속이 불편할 때가 있다.

 

 빵도 빵이지만 면도 너무 사랑한다.

가락국수, 라멘, 소면, 파스타, 소바, 국수,

우동, 수제비는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밀가루 만큼 또 애정하는 건 튀김류다.

돈가스, 덴푸라, 탕수육, 닭튀김, 부침개 등등

이것들 역시 참지 못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그런데 속이 쓰린다거나 거북해하고

배탈이 난다거나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딱 한번 하와이에서 연 이틀을 아침부터

생크림에 시럽 듬뿍 발라진 팬케익과

 스테이크를 연달아 먹고는

속이 불편하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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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은 안중에 없는지 깨달음은

나머지 디저트도 또 한 접시 가져와

쿠키가 맛있다면서 내게도 하나 권했다.

[ 아니야,, 난 안 먹으래..]

난 따끈한 허브티를 마시며 창 밖에 

빗줄기가 약해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 내가 말 안 했어? ]

[ 뭐? ]

[ 지난주에 건강검진 했는데 혈액검사에

혈압, 콜레스테롤, 지방, 간수치 등등

아무 문제 없이 의사가 건강하다고

그랬어 ]

[ 위 내시경은? ]

[ 그것도 완전 건강하대 ]

[ 다행이네..]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면이나 튀김류는 의식적으로 피하고

생크림 케이크도 꼭 한 입으로 만족하며

빵류도 식빵 외에 거의 먹지 않은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건 도대체

깨달음은 왜 건강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부모님이 유전적적으로

아주 건강한  DNA를 물려주신 덕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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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어도 소화력이 좋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이지도 않으며 아무리 차가운 얼음을

날마다 씹어 먹어도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건강 DNA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차를 다 마시고 이제 집에 가자고 했더니

쿠키가 너무 맛있다며 한 개 더 먹고

가야겠다면서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깨달음이 건강한 건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해맑은 정신과 마인드를 가진 것도

한몫을 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부모님이 건강한 유전자

뿐만 아니라 긍정적 사고를 하도록

키워주신 것에 뒤늦게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