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일본의 케이 2024. 7.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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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이 보이지 않았다.

예배시작 전에 주보를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하는 김 상이 어디에도 없었다.

홀을 둘러보았는데 딸도 보이지 않았고

남편만 찬양대에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이달 중에 예배 끝나고 식사를 하자고

맛집을 서로 공유했었는데

아무 소식 없이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

딸까지 안 온 것 보면 갑자기 한국에

간 게 아닌가 어설픈 추리를 하며

머리를 굴리다 예배를 드렸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평소에 교회 사람들과 대화를 했었다면

김 상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어봤을 텐데 전혀 아는 사람? 이 없어

그냥 답답함 마음만 들었다.

이럴 때면 낯 안가리고 친화력이 강화되는

비법을 터득해 둘 걸 그랬다는

어리석은 후회를 한 곤 한다.

교회 문제로 나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을 때 내게 국적이 어디냐고 물었던 게

아주 인상적었던 김 상.

[ 정 상, 정 상은 왜 국적 안 바꿨어? ]

[ 특별히,,바꿔야할 이유가 없었어요 ]

[ 나는 국적이 일본이야,,]

[ 아,,그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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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일본국적을 취득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어렵게 얻은 딸이 자폐를 

앓고 있었고 한국이나 해외를 나갈 때마다

딸과 국적이 다른 김 상은 입국심사를

할 때마다 딸아이와 떨어져 심사를 하는데

아이가 난리를 피워서 그 것 때문에

국적을 바꿨다고 한다.

[ 애가 공항 입국심사하는 데서

뒹굴고 악쓰고 울고 떼쓰고,,그렇지 않아도

사람 말을 못 알아 듣고 고집이 센데.. 정말

힘들더라고,, 특히 한국 갈 때마다..

딸은 일본 국적이니까 외국인 줄에 서고,

나는 한국인이니까 자국민 줄에 섰거든,,

지금은 아주 편해..]

 

국적을 바꾸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단다. 하지만 국적이

바뀐다고 내가 한국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고  앞으로 아이이 살아가는데 있어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바꿨기 때문에

여권만 바뀐거라 생각한단다. 

[ 바꾸고 나니까 여러모로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왠지 내 마음은 국적 바꾸기 전과

다르게 더 단단해 진 것 같아... 

뭐랄까,,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같은 거라고나 할까..]

비록 국적은 일본으로 바꿨지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강한

신념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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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사람은

김 상 이외에  두 명이 더 있다.

거래처에서 알 게 된 박 상은 일본인 와이프와

결혼하고 나서 아이가 태어나자 와이프가 슬슬

국적 바꾸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바꿨다.

[ 와이프가 애들 학교 가게 되면

아빠 성을 따르는데 박 씨라면 괜히  이지매

당할 수 있으니 바꿨으면 한다고 그래서

취학 전에 서류 준비해서 바꿨어요 ] 

박 상 와이프는 그 외에도 한국에 관한  것들은

되도록이면 가정 내에 지우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서 박 상은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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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찌개나 국 먹을 때 내가 숟가락으로

먹으면 그걸 너무 싫어해요, 일본에서는 

숟가락 사용 안 한다고,,] 

여긴 일본이고, 일본인과 부부로 사니까

일본 문화를 따라주라는 식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기다렸던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한국문화 봉인이 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따지만 싸움만 날 것 같아

웬만해서 아내의 말에 따르고 있지만

식사문화는 한국식을 고수하고 싶어

굳건히 숟가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한일커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민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전화기에 그녀의 이름이 떴을 대부터 왠지모를 직감이 왔었다. 일본인과 결혼생활 올해 10년을 맞이하는 그녀는 내 후배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다. 역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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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명은 디자이너 이 상이다.

그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은행에서

외국인이라 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아

 오직 사업을 키워 나가기 위해 은행과의

거래를 원활히 하고 싶어 국적을

바꾼 케이스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은행 직원들 태도가 바뀐 것 빼고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낀다고 말했던 이 상.

지금은 꽤나 잘 나가는 디자인 사무실과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  사무실과

갤러리 이름이 전통문양을 패턴으로

삼아 만든 고유의 한국어로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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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김 상에게서 부모님 편찮으셔서

한국에 갑자기 다녀왔다며 카톡이 왔다.

한국 공기를 맡고 왔더니 힘이 쏟는다며

삼계탕을 먹는데 내 생각이 나서

선물로 삼계탕 사왔으니

이번주에 만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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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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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 나라를 바꿨다.

 아이를 위해 나라를 바꿨다.

그래서 그들의 국적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일본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서류상의 분류일 뿐

그들이 한국인임은 틀림없다.

해외에 나가 살면 없던 외국심도 생긴다고

한다. 현실과 타협해 국적변경을 선택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 한국을

더 굳게 가슴에 새기고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