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만끽하는 남편을 보며,,,
우린 매일 아침, 물을 한 잔씩 들이키고
아침산책겸 운동을 했다.
아침 바다를 보며 걷다보면 한시간 넘게 훌쩍
바다 바람을 맞고 왔다.
날마다 다른 빛을 보여주는 바다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업을 하시는 분들은
그날 그날 변하는 바다모습을 쳐다보며
어획량을 예측했을 것이다.
[ 오늘은 생각보다 잔잔하네...]
[ 응,,어제는 저기가 코발트색이였는데
오늘은 회색이야, 잔잔하니까 왠지 더 무섭네 ]
깨달음은 아침부터 들뜬 텐션으로
즐거운 하루를 시작했다.
[ 뭔 춤이야? ]
[ 내 멋대로 아침 체조야 ]
[ ............................. ]
땀을 적당히 뺀 다음엔 아침식사가 되는
곳에서 백반정식을 먹었다.
깨달음도 한국식단이 그리워서인지 아침부터
반찬을 두번씩 추가해서 먹을정도로
식욕이 넘쳐났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샤워를 하고
그날 어디를 갈 것인지 거실에 배를 깔고 엎어져
발을 비벼가면서 제주도 관광지 탐색을 했다.
[ 여기 좋겠지? 여기 갔다가 이쪽으로 옮겨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여길 가면 되겠다 ]
깨달음이 몇 군데를 지정해 놓고서는
패키지여행처럼 코스와 시간을 내게 말했다.
[ 먼저 거기 가는데 2시간은 가야 되는데
나는 하루종일 운전만 하게 생겼네..]
[ 당신 운전 잘 하잖아,,]
[ 오십견으로 팔이 잘 안 올라가는
사람한테 운전을 시키고 싶어? ]
[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운전면허가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여행을 온 거니까
최대한 많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놀고, 놀고, 또 노는거야,, ]
그렇게 깨달음에게 운전면허 좀 따라고
했건만 듣지 않더니 내가 완전 기사가 되었다.
[ 만장굴, 진짜 신기하다,당신도 처음이야? ]
[ 아니,,나는 언젠가 왔었어..]
이런 멋진 곳을 진작에 데리고 오지 않았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좀 더 험한 곳까지 가고 싶은데
왜 끝을 막아놨는지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한 질문을 해왔지만 하나도 명쾌하게
대답해 주지 못하자
가이드가 아무 것도 모른다며 쓴소릴했다.
다음 코스로 간 성읍민속마을에서
옛건축양식에 대한 고찰 시간을 갖고 있는데
마침 제를 지내는 행사가 있었고
그 행렬을 따라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깨달음을
보고는 관계자분이 귤과 음료를 줬고
깨달음은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하며자기는 한국 어딜가나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턱을 쳐들고 건방진 표정을 해보였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깨달음은 주막에서
막걸리에 쑥전을 시켜 혼자 맛나게 먹었다.
[ 당신도 한잔 하면 좋은데 운전해야 하니까
나만 마셔야 되네..좀 미안하긴한데
역시 민속촌 주막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최고인 것 같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막걸리로 배 부른
깨달음은
빨개진 얼굴을 하고 조수석에 앉아 꿀잠을 잤고
난 조용히 마지막 코스인 민속장을 향해
운전을 하면서 깨달음의 이기심을 만 천하에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부부는 살아봐야 안다고 했던 말,,
그런 명언을 누가 남겼을까....
민속장날에는 볼거리도 많고 살거리도 많았다.
처음 보는 생선들도 눈에 띄였고
도너츠와 튀김을 파는 가계 앞엔
인산인해로 지나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깨달음은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한과 가게에서
튀밥이 붙어있는 오꼬시? 같은 걸
한봉지 산 후에도 시식용 과자를
자꾸만 집어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를 마친 깨달음이
또 제주도 지도를 펼쳐놓고 다음날은
어디를 갈 것인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깨달음, 당신 너무 즐긴다,,]
[ 응, 이번이 두번째니까 만끽하고 갈 거야 ]
[ 내일은 비 온다고 그랬어 ]
[ 비 와도 차로 이동하니까 괜찮지..]
[ 운전은 또 내가 하고?]
[ 응, 당연하지! 난 면허증이 없으니까 ]
[ .......................... ]
내가 말을 잃고 쳐다보자 이번 제주행은
우리 부부의 휴식을 위해 온 것이니까
마음껏 놀고 쉬는 게 목적이라면서
나한테도 즐기란다.
[ 난,,즐기는 게 아니라 쉬러 왔는데
당신의 여행 가이드를 며칠째 하니까
은근 피곤해서 그래..]
[ 안돼, 집에 가만히 쉬고 있으면 제주도에
온 의미가 없어. 그냥 아무 생각말고 노는 거야,
당신, 일본에서는 마음대로 못 놀았으니까
여기서는 완전히 미치게 놀면 돼, 알았지?
그러기 위해서 여기 온 것이잖아,
그래야 나도 놀 수 있는 것이고,,히히히 ]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쇼파에 제주도 지도를
가지고 눕더니 또 가볼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 깨달음 말처럼 단순히 놀고, 먹고,
쉬러 온 것이니까 그렇게 지내자 하다가도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문득 문득 나를 되돌아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깨달음은 또
새로운 제주도 투어를 짜놓을 것이다.
이기적인 깨달음이지만 다른 건 생각말자고
내 마음을 다독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