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뜬 깨서방
제주 공항에 도착한 깨달음이 우릴 보고는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포즈를 취했다.
짐가방을 받는데 술냄새가 풍겨 내가 물었다.
[ 응,,기내식이 맛이 없어서 맥주로 대신했어 ]
[ 배 고파? ]
[ 응 ]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린 언니네 집에서
빠른 저녁을 먹었다.
전복회에 찜도 잘 먹었지만 생고사리 나물과
갈치조림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에 언니가
역시 나물을 좋아한다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깨달음이 가고 싶어했던 건축가
이타미 준(재일동포)이 설계한 포도호텔과
방주교회에 들러 우리도 함께 건축 공부를 했다.
하늘에서 보면 포도송이처럼 보인다해서
포도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인공적 장식을 절제하고 자연친화적인
제주도의 바람과 생태환경에
맞게 설계된 디자인적 건물이며
총 26개의 객실은 모두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비오토피아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숙박객과 레스토랑 예약자에게만 통행이
가능해서 우린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고
돌아왔지만 깨달음은 대단히 만족해했다.
다음으로는 곶자왈을 걷으며 맑은 자연을 만나고
특이한 건축물이 있는 곳에선 잠시 멈춰
사진도 찍으며, 유리의 성에서는 깨달음이
장구?도 치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 어때? 제주도? 재밌지? ]
[ 응,, 내가 아직 안 가본곳이 많아서..
제주도가 생각보다 넓어서 보려면
2주일정도는 있어야 다 볼 수 있을 것 같애 ]
[ 음식은 어때? ]
[ 전복을 싸게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
[ 저녁은 뭐 먹을 거야? ]
[ 제주도니까 흑돼지 먹어야지 ]
[ 그래, 알았어 ]
저녁에는 흑돼지 전문점에서 삼겹살과
새우, 전복을 먹는데 깨달음이 연신 엄지척을 하며
계속해서 쌈을 싸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아주 즐겁게 먹었다.
[ 일본에도 흑돼지가 있는데 이 맛이 안 나..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쫀득하고 고소해?
먹이가 뭐지? 뭘 먹고 키운 거야? ]
[ 몰라,,,]
[ 제주에 물이 맛있다는데 돼지도 그 물을
마셔서 그럴까? ]
[ 그럴 수도 있겠지..][ 도대체 뭘 먹였을까..
이 새우는 왜 이렇게 맛있어? ][ 자연산이니까,,]
[ 전복도 너무 부드럽다,,제주도 좋네,,]
아주 만족스런 얼굴을 한 깨달음이
또 쌈을 크게 싸서 한입에 넣는다.
그렇게 빵빵하게 먹은 우리는
해지는 저녁노을을 향해 잠시 산책을 했다.
과식을 해서 배를 진정시켜야했기에
한시간 이상을 걸은 뒤, LP판을 틀어주는
80년대 음악다방 분위기 물씬 풍긴 곳에서
올드팝을 들으며 따끈한 커피 한잔씩을 나눴다.
자신의 신청곡이 나올 때마다
그 때 그시절, 청춘이였을 당시의 자신들
얘기를 하며 향수에 젖어 올드팝을 감상했다.
다음날, 새벽무렵 눈을 뜬 깨달음이 발코니에 나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무슨 생각해? ]
[ 휴양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침에 이름모를 새가 노래를 하고
습한 바람 속에 묻어나는 바다냄새...
제주도에 리조트나 별장 하나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
이렇게 한달살기 하는 게 심신이 피곤할 때
잠시 쉬어가기에는 참 좋을 것 같애 ]
[ 별장 하나 살까? ]
[ 사면 피곤해,,관리해야 되니까.
그냥 오고 싶을 때마다 와서 경치 좋은 곳,
공기 맑은 곳을 자유롭게 선택해 제주도를
구석구석 느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
[ 그말도 맞네..]
[ 제주도만이 갖는 매력이 많은 것 같애,
근데, 오늘은 어딜가지? ]
[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 ]
[ 아침은 뭘 먹지? ]
[ 전복죽 먹으로 가자~]
[ 오케이~]
샤워를 하며 깨달음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문밖으로 새어나왔다.
나보다 더 제주도를 만끽하는 깨달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