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맛집투어

하와이에서 다시 확인한 약속들

일본의 케이 2019. 7.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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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많이 한산했다. 

그리 늦은 오후가 아닌데도

마감된 곳도 많았고 난 깨달음이 통화를

끝낼 때까지 선물코너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둘러보았다. 쇼핑을 하고 돌아왔지만 통화는

계속됐고 나를 보고는 먼저 들어가라고

손신호를 보냈다. 그 뒤로도 깨달음은

 30분정도 전화를 했고 시간이 넉넉치 않아

 라운지에서 차만 한잔씩 하고 

탑승을 한뒤 난 바로 취침 자세를 취했다.

[ 잘 거야? ]

[ 응 ]

[ 맛있는 저녁이 곧 나오는데

정말 잘 거야? 아직 잘 시간 아니야 ]

[ 알아, 근데 별로 안 먹고 싶어서 ]

비즈니스 타면서 기내식을 안 먹는다는 건

너무 아까운 거라며 내가 자고 있으면

깨워서라도 먹일 거라고 했다.


분명 취침시간까지는 한참이 남았지만

난 근데 그냥 쉬고 싶었다. 

일본공항을 떠나 한시간쯤 지났을 무렵,

기내식이 나오고 깨달음은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식사를 했다.

[ 와인까지 마시는 거야? ]

[ 당연하지,당신은 안 마셔? ]

[ 응, 그냥 잘래 ]

난 눈안대를 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19시간의 시차를 건너 하와이에 도착하니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먼저 호텔에 짐을 풀고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데

깨달음은 자기가 원했던 오션뷰가 아니라며

호텔방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본인 스탭에서 한마디 할거라고 했다. 


우린 와이키키 주변호텔을 탐색했다.

 [ 참 많이 변했다 ]

[ 응 ]

[ 예전에는 노점이 있었는데 완전 바뀌었네]

[ 그래? ]

결혼을 하기전, 우리는 서로 각자 다른 상대?와

하와이를 왔었다. 나는 세미나관계로 깨달음은

친구들과 놀러 왔다고 했다.

둘이 함께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각자 

기억하고 있는 하와이는 조금씩 달랐다.


와이키키 비치를 한바퀴 돌다가 꽤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서 우린 건배를 했다.

[ 결혼, 8주년 축하합니다, 깨달음, 고마워 ]

[ 8년간 함께 해줘서 내가 고마워,오늘은

 스케쥴이 없으니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술도 왕창 마시자 ]

[ 응 ]

[ 깨달음, 당신은 행복했어? ]

[ 응, 나는 행복했어]

[ 내가 힘들게 할 때가 있었을텐데도

행복했어? ]

[ 그런 건 잠깐이잖아, 전체적으로

난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았고 지금도 아주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

[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 진심이야 ]


와인을 맛있게 비운 우리는 깨달음이 봐 둔

칵테일바로 향해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 깨달음,,술이 좀 진하다.,,취할 것 같애 ]

[ 취하라고 마시는 거잖아, 그리고 오늘은

축하하는 날이니까 취해도 돼 ]

칵테일을 두잔째 비웠을 때, 우리는

실없이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함께 다녔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깨달음 영어발음이 너무 독특해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며

일본식 영어를 말하는데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크도나르도(맥도날드) 아프르(애플)

와르도(월드) 테브루(테이블) 데포지토(디포짓)

콩글리쉬가 있듯이 일본식 영어발음은

참 희안하고 재밌는 게 많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긴 시간 술을 마신 것 

같았는데 호텔로 돌아와보니 

아직 해가 지기 전이였다.

하와이 전통음악에 맞춰 훌라댄스를

 추는 여성분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다. 

[ 깨달음, 얼굴 엄청 빨갛다 ]

[ 괜찮아, 근데,,여기 칵테일이 제일 세다 

동양인들은 다 쓰러지겠어. 하하하 ]

[ 이렇게 마시다 우리 내일 불꽃놀이 

못 가는거 아니야? ]

[ 못 가면 말지, 히히히 ]

그렇게 우린 진한 칵테일을 마시며 

하와이에 취해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완전히 어둠이 깔렸고

우린 맨발로 와이키키를 걸었다.


내년에도 다시 오자고,

아니 올 겨울에 추위를 피해서 또 오자고,

한국 가족들과 와도 재밌겠다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가끔은 다투고, 가끔은 얄미울 때가 있겠지만

서로가 한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생각하자고

그런 얘길하다가 깨달음이 갑자기 잠긴  

소리로 내게 제일 고맙고 미안했던

순간들을 나열했다.


[ 내가 당신에게 제일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싸운 날 아침에도 아침상을 

차려주는 것도 그렇지만 출근할 때 아무일 

없었던 듯 조심하라고,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잖아,,그런날은 현관문을 닫는 순간

당신한테 미안해서 눈물이 찔끔 나와,,]

[ 결혼했을 때 약속했잖아, 아무리 격하게

 싸운날이라도 출퇴근시에는 웃는 얼굴로 

보내고 맞이하자고..]

[ 그랬지,,약속했지,,근데 당신이

어찌보면 나보다 그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더라구 ]

 그랬다, 우린 결혼을 하고 다툼이 잦아지자

서로가 지켜야할 목록 11가지를 적어 

 각자 지갑 속에 넣어두고 지금까지 

가지고 다닌다.

캄캄해서 파도소리만 거칠게 들려오는

 와이키키에 제멋대로 주저앉은 우리는

못 지키고 잊어버린 약속들이 더 많겠지만

남은 2019년도 잘 부탁한다고,

서로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는 약속을 했다.